<시편147:1~6>
제가 1992년부터 교회 전도사로 사역을 했었는데, 2012년 12월까지 약 20년간의 한국사역을 마무리하고, 이곳 세부로 오는데 여러 가지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10년 가까이 사역했던 교회에서 제가 그 동안 섬기고 새롭게 만들었던 여러 가지 사역팀을 내려놔야 했고, 함께 기도하며 사역했던 많은 분들과 헤어지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떠나기 전 만나는 많은 분들마다 ‘목사님, 필리핀 가시니깐 너무 아쉬워요. 저도 필리핀 따라 갈 거예요…’ 하시면서 당장이라도 여행가방 챙겨서 따라올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도 많았습니다. 그냥 하는 말씀이라도 그런 마음의 표현들이 고마웠었습니다.
세부에서 개척하던 첫 해 정말 많은 분들이 저를 잊지 않고 이곳에 다녀가셨습니다. 짧은 만남들 이었지만, 기억해 주시고 큰 돈 들여서 필리핀까지 찾아와 주신 분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심들이 낯선 환경에서 사역해야 하는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척 2년차 되었을 때 보니깐 눈에 띄게 방문자 수가 줄어든 겁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한국의 성도님들은 ‘이곳은 한인교회 개척지이고, 선교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명분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2년차 때부터 제가 견뎌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한국에 계신 분들의 관심 속에서 잊혀져가는 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간혹 연락 주시는 분들이 ‘목사님, 새벽마다 목사님과 세부광명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또 힘이 납니다.
사람은 자주 만나지 않거나 얼굴을 보지 않으면 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사야서 49:15절 말씀에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또 이사야서 44:21절에서도
“…내가 너를 지었으니 너는 내 종이니라 이스라엘아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아니하리라”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잊을 수 있습니다. 또 자신에게 큰 이익이 되지 않거나, 그렇게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더욱 나를 빨리 잊어갈 수도 있습니다. 가끔 ‘무명의 복서, 무명의 연기자, 무명 가수’라는 말을 하는데, 그들이 왜 이름이 없습니까? 분명 이름은 있지만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해 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잊지 아니하신다는 것입니다.
시편 147편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70년 바벨론 포로생활에서 조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는 찬양시입니다. 그래서 1절에서는 그 하나님을 마땅히 찬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왜 그 하나님을 찬송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까? 2,3절입니다.
“여호와께서 예루살렘을 세우시며 이스라엘의 흩어진 자들을 모으시며, 상심한 자들을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도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벨론 포로였습니다. 그 세월이 70년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벨론 제국 전체로 흩어져 포로생활을 했었습니다. 힘을 모을 수도, 독립운동을 할 수도 없었고,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은 그렇게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70년 전에 비참하게 멸망한 한 나라에 불과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흩어져 포로생활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시 모으시고, 예루살렘을 재건케 하셨던 겁니다. 2절에 그들은 ‘상심한 자들, 상처를 입은 자들’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 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잊지 않으시고,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고치시고 싸매시고, 그들을 회복하셨다는 겁니다.
70년이 짧은 세월입니까? 시편126:1절에서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라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70년간 포로생활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조차 꿈꾸는 것 같았다고 하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4절 말씀을 보시면
“그가 별들의 수효를 세고 그것들을 다 이름대로 부르시는도다”
별의 수를 누가 셀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별의 수를 세시고 그 이름을 부르신다는 겁니다. 5절에서 그렇게 하나님은 ‘위대하시고, 능력이 많으시고, 지혜로우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하나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잊지 않으신다’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6절의 “여호와께서 겸손한 자들을 붙드시고”라는 말의 문자적인 뜻은 “여호와께서 고통 당하는 자들을 세우시고”란 말입니다.
우리가 잘 나가면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늘 북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고난 중에 있을 때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집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고통당하는 자들을 세우시는 긍휼과 사랑이 풍성하시기에 결코 우리를 잊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그 하나님께서 오늘을 기억하시고, 우리를 기억하시고, 우리의 걸음을 인도해 나가실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고난 중에 우리를 붙드시고 도우시고 건지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