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산을 옮길 수 있는가?”

[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사사성어 중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자에서 ‘옮길 이(移)’자와 ‘뫼 산(山)’자를 쓰고 있어서, ‘우공이 산을 옮긴다’라는 뜻입니다. 옛날에 ‘우공’이라는 90세가 다 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그 집 앞에 커다란 산이 가로막고 있어서 다른 마을로 다니기가 무척 불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공은 자식들과 의논하고, 산을 옮기기로 했고 그 말이 나온 지 며칠 뒤부터 산의 돌을 깨고 흙을 퍼서 나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사자성어는 ‘꾸준히 노력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판 우공이산의 실화가 있습니다. 인도에 ‘다시랏 만지(Dashrath Manjhi, 1934~2007)’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인도에서 영화로도 제작해서 이 이야기가 소개되었는데, 다시랏 만지 씨는 젊은 날 예쁜 처녀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만지 씨는 예쁜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그녀와 똑같이 닮은 딸을 하나 더 갖기를 그토록 소망했습니다. 정말 그 소원대로 그 아내는 둘째를 임신하게 되어 그는 너무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둘째를 임신 중인 아내가 남편의 도시락을 배달해주다가 산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친 겁니다. 그래서 중상을 입은 아내를 업고 멀리 떨어져 있었던 병원에 오랜 시간을 들여 도착했지만,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한 그의 사랑하는 아내는 죽게 됩니다.

병원에 빨리 갈 수 없었던 이유는 그 마을에는 커다란 산이 있었는데, 병원까지 직선거리는 15km 밖에 안 되지만, 산을 돌아서 가야했기 때문에 55km였고, 때문에 아내는 숨지고 말았던 겁니다. 만지 씨는 크게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는 아내를 죽게 만든 그 높은 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그 커다란 돌산을 깨고 깍아 길을 내기로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만지는 염소 세 마리를 팔아서 망치와 정을 장만해서 돌을 깨고, 산을 깍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별다른 장비 없이 그 거대한 산을 망치와 정만을 갖고 깨고 부수어 그 산을 깍겠다는 것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사람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22년간 남의 밭에서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산을 깍는 일에만 매진했습니다. 사람들은 미쳤다고도 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만지 씨는 혼자서 그 일을 해냈습니다. 거대한 산을 수십km를 돌아 가야했던 그 길이 산 중간을 깍아 길을 내어 1km로 단축되어, 그 길 덕분에 마을 주민들이 병원과 학교도 편하게 다니게 되었고, 젊은이들은 직업 훈련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의 이름을 이 노인의 이름을 딴, ‘만지 로드(Dashrath Manjhi Road in Gehlaur, India)’로 부른다고 합니다.

사자성어 우공이산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우공이 자식들과 함께 산을 옮긴다고 하니깐 그것을 본 그 마을의 지혜로운 노인이며 우공의 친구인 ‘지수’가 그의 나이가 이미 아흔이라 산을 허물기도 전에 죽을 것이라고 우공을 말리게 됩니다.

그 때 우공이 정색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 내가 죽으면 아들이, 아들이 죽으면 손자가,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하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언젠가 그 산도 옮겨질 수 있다’는 그 믿음을 갖고 도전하는 사람은 그 앞에 있는 인생의 아무리 큰 산이라 할지라도 옮길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 마가복음 11:23절에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리어 바다에 던져지라 하며 그 말하는 것이 이루어질 줄 믿고 마음에 의심하지 아니하면 그대로 되리라”

의심하는 사람들은 큰 산을 두려워하지만, 믿음의 사람들 앞에서는 큰 산이 두려워 떠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산도 그 믿음의 사람에 의해 옮겨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 해에도 분명 우리 앞에 큰 산과 같은 인생의 장애물들이 버티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산의 거대한 위용만을 보고 두려워 떨지 마십시오. 우공(愚公)앞에서도, 만지(Manjhi) 앞에서도 그리고 믿음의 사람 앞에서도 산은 옮겨졌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매주 금요기도회를 ‘산을 옮기는 금요기도회’로 부르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앞에 문제라는 큰 산이 있지만, 그 산보다 더 큰 믿음의 시야를 갖게 된다면 그 산은 얼마든지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부에서 누가 새로운 역사를 쓰겠습니까? 이 믿음의 눈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여러 가지 장애물과 상황들 그리고 인생의 커다란 산이라 할지라도, 그들 앞에서 깍이고, 부서지고, 낮아져서 결국 평지가 될 것입니다.

제가 좋아해서 늘 암송하는 성경 구절이 하나 있는데,

“큰 산아 네가 무엇이냐 네가 스룹바벨 앞에서 평지가 되리라 그가 머릿돌을 내놓을 때에 무리가 외치기를 은총, 은총이 그에게 있을지어다 하리라(스가랴 4:7)”

 

2018년 여러분 앞에 어떤 큰 산이 놓여져 있을 지라도, 그 산조차도 평지가 되는 기적들이 올 한 해 가득하시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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