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그리고 책임”

<신명기 7:1~11> 

중세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전쟁 중 하나인 ‘백년 전쟁(the Hundred Years’ War, 1337~1453)’ 중에 있었던 전쟁사가 하나 있습니다. 물론 ‘픽션(Fiction : 허구)이다. 넌픽션(Nonfiction : Fact)이다.’는 얘기는 있지만, 그 내용은 오랜 세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백년전쟁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었던 전쟁인데, 프랑스의 도시 ‘칼레’는 영국군에게 포위당하고, 영국의 거센 공격에 못 견뎌 결국 항복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하는 칼레시의 사절단을 파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국 왕은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누군가가 그동안의 반항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도시의 대표 6명이 목을 매 처형 받아야만 한다”라고 말하게 됩니다.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고, 과연 누가 처형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됩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 속에 그 도시의 가장 큰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란 사람이 처형을 자청했고, 이어 5명의 귀족들도 처형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 임신하지 못하던 왕비가 때마침 임신했고, 왕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요청하면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귀족성은 의무를 갖는다”는 뜻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상징하는 이야기로 많이 거론됩니다. 또한 영국의 대문호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가 권력에 집착했던 헨리 4세를 꼬집고자 했던 말인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도 같은 정신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권위와 만복의 근원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믿는다면, 우리에게 어떤 지위가 주어지고, 어떤 복이 임했을 때에 거기에는 거룩한 의무 역시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망각하게 되면, 주어진 지위와 권력과 부와 힘을 갖고 잘못된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맡기실 때 거기에는 거룩한 의무도 함께 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본문 1절을 보시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인도하사 네가 가서 차지할 땅으로 들이시고 네 앞에서 여러 민족 헷 족속과 기르가스 족속과 아모리 족속과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과 히위 족속과 여부스 족속 곧 너보다 많고 힘이 센 일곱 족속을 쫓아내실 때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시키셔서, 광야에서 40년 동안 영적 훈련을 시키신 뒤 그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실 때 그들에게 명령하신 내용입니다. 그 땅에는 이미 여러 강력한 가나안의 부족들이 있었고, 그들은 강력할 뿐만 아니라 백성의 수도 많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미 6장에서 말씀하셨듯이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이 건축하지 않은 성읍과 집과 그들이 파지 않은 우물과 그들이 심지 않은 과실수들을 얻게 될 것입니다(신6:10~11). 물론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땅을 차지하게 된 것은 그들이 의롭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신명기9:4절을 보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내신 후에 네가 심중에 이르기를 내 공의로움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서 나를 이 땅으로 인도하여 들여서 그것을 차지하게 하셨다 하지 말라 이 민족들이 악함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내심이니라”

가나안 땅에 거주하던 부족들은 당시 하나님 앞에서 말할 수 없이 악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통해 그들을 심판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땅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7절, 8절을 보시면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 여호와께서 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말미암아, 또는 너희의 조상들에게 하신 맹세를 지키려 하심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권능의 손으로 너희를 인도하여 내시되 너희를 그 종 되었던 집에서 애굽 왕 바로의 손에서 속량하셨나니”

이스라엘 백성이 큰 민족이거나, 대단한 능력이 있거나, 의롭거나 선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니라 다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심으로 말미암아 지상 만민 중에 택함을 받은 것입니다. 자격도 없고, 공로도 없지만 그들은 하나님께로부터 큰 복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복을 주실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거룩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신 것입니다. 2~5절에서 그들을 진멸하고 그들과 어떤 조약도 하지 말고(2절), 혼인도 하지 말고(3절), 그들의 단과 우상을 찍어 불사르라(5절)는 것입니다. 거룩한 백성으로 택함을 받은 이들이 이방 사람들과 같은 범죄에 유혹받지 않기 위함이었던 겁니다(4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영적인 복, 육적인 어떤 복을 주셨을 때에는 거기에 거룩한 책임(의무)과 사명도 함께 주어진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어떤 책임과 사명이 주어진 것 같습니까? 많은 복을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주신 거룩한 책임을 다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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