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10:5~7>
제가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몇 년 안 되었을 때 저는 한참 청년부활동에 열심을 다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청년부 내 다른 지체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지 않은 한 자매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청년들 대부분은 영적으로, 성품적인 면에서도 미성숙했었던 거 같습니다. 공동체 내에 그런 부족한 자매가 있었다면 오히려 더 다독이고 격려하고 중보 해 줘야 했던 거 같은데, 그런 노력보다는 뒤에서 수군수군했던 사람들이 더 많았던 거 같습니다. 나이들도 비슷하고, 서로 시기와 질투도 많았던 20대 초반의 어린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무리의 자매들이 제 앞에 와서 “아니, 담임목사님이 어떻게 그럴 수 있으시지? 쟤가 얼마나 여우같고 위선적인지 기도하시는 목사님이 모르신단 말인가? 어떻게 저런 친구에게 저런 직책을 주시지?” 라고 하며 성토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상황 속의 목사님이 잘 이해되지 않았었습니다. 주변에서 그 자매를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데, 목사님은 그 자매를 칭찬하고 세워주고 하시는 것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목사님께서 기도하시면서 신중하게 어떤 결정을 하셨겠지…’하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때문에 당시 목사님의 그런 결정들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서는 제가 쉽게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목회자가 되어서 어떤 문제들을 놓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기도한 후에 결정을 한다 할지라도(어쩌면 그것이 저로서는 최선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 결정이 잘못되는 일들도 종종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일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인간인지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 5절을 보시면,
“내가 해 아래에서 한 가지 재난을 보았노니 곧 주권자에게서 나오는 허물이라”
이 구절에 등장하는 ‘주권자(ruler)’는 고대 사회의 왕이기도 하고, 어떤 일에 있어 중요한 결정권을 가진 그런 사람 또는 한 나라의 관직자들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통치자를 말합니다. 그런 주권자에게서 나오는 허물이 있다는 겁니다. 이것을 쉬운성경에서는 ‘폐단’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원어에서는 ‘실수’ 혹은 ‘과오’라는 뜻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NIV에서는 ‘error(실수, 잘못)’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만이 결정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일에 있어 실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것을 ‘재난(혹은 ‘악’ : evil)’이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6절과 7절을 보시면,
“우매한 자가 크게 높은 지위들을 얻고 부자들이 낮은 지위에 앉는도다. 또 내가 보았노니 종들은 말을 타고 고관들은 종들처럼 땅에 걸어 다니는도다”
우매한 자가 높은 지위를 얻고, 종들은 신분이 높아져 말을 타는데, 부자들은 낮은 지위에 앉고, 고관들은 종들처럼 땅에 걸어 다니는 모순이 있다는 겁니다. 높은 지위를 얻어야 할 사람, 신분이 높아져 말을 타야 할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오히려 관직에 안지 않고, 앉지 말아야 할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권력을 남용할 경우에 얼마나 큰 파장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사회적 모순이 고대 사회 속에서나 또는 지금 현대 사회에서나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주권자의 실수 중에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인사문제’입니다. 주권자는 인사권을 갖고 있어 누군가를 높은 관직에 앉힐 수 있는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잘못될 경우에는 왕도, 그 당사자에게도 또한 백성들에게도 큰 재앙이고, 큰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가 오늘의 말씀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것이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정부의 요직에 앉힌 인물이든, 비선실세로서 어떤 보이지 않는 권력을 준 것이든… 그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까? 주권자는 그럴 능력이 있어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어떤 인물들에게 힘을 실어줬는데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사태의 핵심적인 원인을 제공하였던 겁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지도자들의 이런 사회적 모순과 폐단과 실수(error)와 과오가 있는 사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비록 이렇게 모순덩어리일 지라도 우리는 의인의 길, 정의로운 길, 지혜자의 길, 믿음의 길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전에 살펴봤었던 전도서8:11~13절에서
“악한 일에 관한 징벌이 속히 실행되지 아니하므로 인생들이 악을 행하는 데에 마음이 담대하도다. 죄인은 백 번이나 악을 행하고도 장수하거니와 또한 내가 아노니 하나님을 경외하여 그를 경외하는 자들은 잘 될 것이요. 악인은 잘 되지 못하며 장수하지 못하고 그 날이 그림자와 같으리니 이는 하나님을 경외하지 아니함이니라”
하였습니다. 악인들이 지금은 잘나가는 사람들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의 날은 길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끝은 좋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사회적 여러 가지 모순에도 불구하고 의인의 길로 걷는 사람들은 결국 잘 될 것입니다. 정의가 승리하고, 하나님의 정의는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주변의 여러 가지 환경과 사람들이 어떠하든지 우리는 의인의 길로 걸어가며 살 것을 2017년 결단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