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5:5~11>
– 고난주간(4) –
며칠 전 우리 사모님이 제게 흐믓한 소식을 하나 전해 주셨습니다. 올해부터 우리 사모님께서 인도하시는 소그룹인 목장모임들이 있습니다. 우리교회가 아직 개척단계라 대부분의 성도님들께서 여전히 초신자와 같습니다.
그런데다가 ‘목장모임’이라고 전에 교제해 보지 않았던 낯선 사람들과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가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목장모임의 특성상 말씀을 나누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아픔과 근심과 걱정들까지 나눠야하는데 어지간히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목장모임이 지루하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 “되도록 모임 후 식사교제를 하라”고 제가 작은목자님들께 부탁을 드렸거든요. 그런데 그 식사부분도 부담스러운 겁니다. 충분히 이해갑니다. 그래서 첫모임은 각 목장별로 저희 집에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는데 그 한주간은 집에서 음식냄새가 계속 났었습니다.
사모님께서 담당하셨던 목장 중에 한 목장도 서로 간에 어색하고, 나눔 적용질문에서는 단답식으로 ‘있다. 없다’만 대답하고, 식사도 다들 부담스러워 해서 간단히 간식으로 때우기도 하고… 사모님이 모임에 다녀오면 기운이 빠진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요즘에는 모임을 하고 나면 너무 기운이 난다는 겁니다. 나눔을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고, 서로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하고, 서로 밥을 준비하거나 사겠다고도 하고 그런답니다.
우리가 사랑의 공동체니 뭐니 말은 하지만, 정작 서로를 위해 어떤 작은 희생도 없으면 거기서는 전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작은 희생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다’라고 말씀하시지만 사람들이 믿지 못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희생으로서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을 증명하셨던 것입니다. 십자가는 예수님의 희생적 사랑을 우리에게 증명하는 상징인 것입니다.
6절 말씀을 보시면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죽기까지 희생하셨는데, 우리가 어떤 상태였냐면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우리가 부족하고, 자주 실수하고, 자주 넘어지고… 3살 4살 어린아이들처럼 부모의 돌봄이 없이는 실수투성이일 수 밖에 없는 상태였던 겁니다. 의지적으로 죄를 짓지 않으려고 하지만 또 넘어지고 또 죄에 빠지기도 하는 겁니다. 그런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해’ 예수님께서 대신 희생하셨던 겁니다.
8절 말씀에서는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왜 희생적이라고 할 수 있냐며,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나쁜 사람이 있습니다. 생각이 늘 부정적이고, 남을 헐뜯기 좋아하고, 이기적이고, 말과 행실이 나쁩니다. 누가 봐도 질이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이 그런 사람 하나 살리려고 목숨을 버린다면 이해되실 거 같습니까? 주님께서 죄인 된 우리를 위해 희생하셨던 것이 이런 거였습니다. 그 죽음이 헛된 희생 같아 보였을 겁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시기 위해서 죽으셨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10절 말씀을 보시면,
“곧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그의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은즉 화목하게 된 자로서는 더욱 그의 살아나심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을 것이니라”
우리가 하나님과 원수되었을 때 주님께서 희생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마다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겁니다. 아프게 할 뿐만 아니라 주님의 원수노릇을 했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죄를 대신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과 우리사이에 십자가로 다리를 놓아 화목케 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6절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8절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고 10절 “곧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이 세 구절에 반복되는 단어가 “죽으셨도다, 죽으심으로, 죽으심으로”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고귀한 주님께서 희생하실 만큼 가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 희생으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이 고난주간에 주님의 그 희생을 기억하며, 주님의 사랑으로 감사하며 위로받는 복된 시간이 되시 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