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6:11>
– 다니엘 하루3번 기도(새벽⑨) –
제가 처음 ‘필리핀에 한인교회를 개척하라!’는 주님의 미션을 받고 저에게 있어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재정적인 부분이었던 거 같습니다. 아무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도움 받을 사람도 없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이었던 필리핀에서의 한인교회 개척이란 것은 제게 정말 큰 도전이었습니다. 이런 땅에서 현지교회도 아닌 한인들을 위한 교회를 개척하는 데에는 적잖은 개척자금이 필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 한명의 개척멤버도 없이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매달 마다 필요한 교회운영비와 저희 가정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비까지… 그리고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필리핀 세부에서의 물가는 인건비 외에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평생을 목회자로 살아온 제가 따로 넉넉한 재정을 준비해 뒀을 리 만무했습니다.
제 모(母)교회 목사님께서 언젠가 강단에서 ‘교회 개척은 재정과의 싸움이 아니라 믿음과의 싸움이다!’라고 강력하게 선포하셨던 말씀이 계속해서 제 마음을 다잡고 있었지만, 또 현실로 돌아오면 보장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재정적인 염려와 불안함에 기도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는데, 개척하면서 제 마음 속에 은근히 ‘저 분은 재정적으로 좀 여유가 있으시고, 나와 그 동안 지낸 친분도 있으시니 내게 도움을 주지 않을까?’하는 인간적인 기대가 솔직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분들을 통해서는 거의 그런 도움이 없는 겁니다. 오히려 그 즈음에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 어려운 형편에 계신 분들이 봉투에 얼마씩 가져오셔서 개척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후원해 주신 천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교회를 개척했더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는 필리핀에서 오래 사셨고, 믿음도 있어 보이는 사람도 있어서 그런 분들이 초창기 멤버로 오셔서 든든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 기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큰 실망으로 바뀌게 될 만한 교회의 큰 시련과 시험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철저하게 각인시켜 놓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사람 의지하지 말라. 하나님 외에 그 누구도 의지하지 말라’는 거였습니다. 우리 사람은 든든한 누군가가 있든지, 어떤 의지할만한 환경이 있으면 하나님을 기대하지 않고 그 사람이나 그 환경을 의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런 환경과 그런 분들을 통해 그렇게 저를 훈련시키셨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 11절을 보시면,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주기도문에는 ‘일용할 양식(daily bread)’을 구하는 기도가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30~40년 전만해도 봉급쟁이들이 월급을 받기 전에 집에 돈이 떨어져서 중간에 한 두 번씩 월급의 일부를 미리 받는 ‘가불’이란 걸 자주 했었습니다. 그만큼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에 와 보니깐 이곳 직장인들이 ‘가불’이란 걸 정말 많이 합니다. 너무 어려우니깐 저축이란 걸 못하고 사는 겁니다. 그러니 중간에 집에 돈이 다 떨어져서 당장 오늘 저녁에 먹을 걸 살 돈이 없기도 한 겁니다. 그러니 이 분들이 가불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들이 있는 겁니다.
1세기 유대 땅에 살던 사람들은 어떠했겠습니까? 요즘처럼 매일 먹고 살 것들이 풍족한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마음에 와 닿는 기도가 아닐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1세기 유대인들에게 일용할 양식은 매우 절박하고 절실한 부분이었습니다. 그 일용할 양식이 없으면 온 가족이 굻거나 또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모두가 굶어 죽을 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 이 기도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도와 함께 연상되는 하나의 역사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생활 하던 중에 하늘에서 내리던 ‘만나’입니다. 이 만나는 매일 새벽마다 하늘에서 내려 온 땅에 덮였습니다. 그런데 그걸 많이 거둬서 모아 둘 수가 없었습니다. 정확하게 딱 하루만 보존되고 그 이상 지나게 되면 상해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번, 먹을 만큼만 거둬야 했습니다. 이틀 치를 거둬도 상하지 않았을 때는 안식일 전날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루하루 내리는 만나를 먹고 살았고, 그 만나가 내일이라도 안 내리면 다음날 당장 먹을 게 없게 되는데 다행히 40년 동안 만나는 매일 내렸습니다.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일용할 양식을 위해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하나님께서 40년간 그런 훈련을 시키셨던 겁니다. 이것을 통해 우리의 필요를 공급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깨닫게 하신 겁니다.
그렇다면 주기도문 속에 있는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는 기도는 단지 오늘 하루의 먹을 것을 구하는 기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과도 관계있고, 우리의 절박하고 절실한 문제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기도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필요를 공급해 주시는 공급자되심을 믿음으로 고백하는 기도이기도 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의 현장 속에 있는 일용할 양식은 무엇입니까? 나의 생존과도 관계있고, 나의 절박하고 절실한 문제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용할 모든 필요를 채우시고, 우리 인생의 모든 필요를 공급해 주시는 하늘의 공급자이신 하나님 앞에 구하십시오. 채워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