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6:19~24>
– 다니엘 하루3번 기도(새벽⑬) –
제가 처음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으로 와서 한인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정한 것이 2012년 여름이었습니다. 수년간의 준비 끝에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 그 해 6월의 특별새벽기도회 중에 저와 저의 가정을 향한 주님의 부르심(calling)이 있어 결정된 진로였기에 얼떨떨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남은 6개월 동안 필리핀에 들어올 마음의 준비를 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중에 날이 선선해지고 가을이 오더니 금세 쌀쌀한 초겨울 날씨가 되었습니다. 그 즈음에 아내와 함께 마트 의류매장 앞을 지나가는데 따뜻한 초겨울 신상 옷들이 예쁘게 걸려 있는 겁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그 앞에 멈춰서 보다가 아내가 갑자기 “이런 거 봐서 뭐하나, 필리핀에서는 입지도 못하는 걸…”하는 겁니다. 필리핀에 올 걸 생각하니깐 아무리 예쁜 신상 옷이라고 해도 따뜻한 겨울옷을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많은 옷들을 버리고 나눠주고 여름옷을 중심으로 가져왔는데, 그래도 혹시 한국에 추울 때 나가게 될 날이 있으면 입으려고 그 중에 괜찮은 옷들을 필리핀까지 가져왔었습니다. 그 중에는 제 동생이 백화점 거래처가 있어 거기서 사줬던 아주 비싼 양복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옷들은 두꺼운 옷이라도 버리기가 아까워서 필리핀에서는 입지 못해 장롱 속에 고이 모셔놨었습니다. 작년에 그 장롱을 열어서 옷을 찾는데, 그 두터운 옷들 사이에서 시커먼 것들이 툭툭 떨어지는 겁니다. 좀 벌레가 그 안에 가득했던 겁니다. 그리고 제가 버리기 아깝게 생각했던 좋은 옷들이 여기 저기 구멍이 뚫려 그 안에 있던 모든 옷을 다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본문을 묵상하며 그 때 생각이 나네요. 19절에서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저는 필리핀에 와서 ‘좀 벌레’라는 걸 처음 목격했고, 그 좀이 한번 생기면 백화점에서 아무리 비싼 값을 주고 산 옷이라고 해도 쓰레기통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 ‘동록(rust)’이란 것은 금속 같은 것에 녹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전에 여기서 미국 브랜드 중고차를 사서 탄 적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우리 차 지붕에 하얀색 새 배설물이 있었는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또 바쁘기도 했고 그걸 며칠 동안 닦지 않고 다녔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그걸 닦으려고 걸레로 세게 밀었더니 차 지붕에 구멍이 뻥하고 뚫리는 겁니다. 새의 배설물에 산성 성분이 많다 보니깐, 그 차가 미국 브랜드 차든, 일본브랜드 차든 쉽게 녹이 나게 만든 겁니다. 결국 비싼 돈을 들여 그 부분을 때워야 했습니다.
과거 안전하게 보관할 은행이 없었던 고대사회에서는 땅을 파서 거기에 귀한 물건들, 의류, 보물들을 묻어뒀었던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 파보니 모두 녹이 나 있거나, 좀 벌레가 생겨 다 못쓰게 되어 버린 경우가 많았던 겁니다. 또 집안에 귀한 물건을 두고 대문을 꼭꼭 걸어 잠궈 뒀는데, 도둑이 흑으로 된 벽을 뚫고 들어와 그 집의 귀한 보물들을 모두 도둑질해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이 이렇게 보물을 땅에 쌓아두면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 모든 것들 가운데 좀과 동록이 생기며, 어느 날 밤 흙벽을 뚫고 도둑이 훔쳐가기도 하는 겁니다.
우리 인간은 돈을 모으기는 열심히 잘 모으는데, 돈을 제대로 잘 쓰지는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썩어 버려질 거 같았으면 좋은 데에나 사용할 걸 하는 후회가 되는 겁니다. 어제 우리 성도 중에 한 분하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는데, 성전확장이전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재정에 대한 부분을 대화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성도님이 “목사님, 제가 바로 몇 년 전 필리핀 들어와서 사업한다고 한 번에 몇 천만 원을 날렸었는데, 그 때 제가 교회 다녔었더라면 지금 우리교회 이전비용에 대한 거 큰 문제도 아니었을텐데요…”그러시는 겁니다. 이제 신앙을 갖고 나니 그 때 여유있었던 재정을 더 좋은 일에, 더 의미 있는 일에, 더 보람된 일에 썼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되셨던 겁니다.
20절 말씀을 보시면,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
돈이 꼭 필요해서 열심히 돈을 버는데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모아만 두었다가 나중엔 다 못쓰게 되어 버리거나 혹은 한 순간에 다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21절입니다.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하셨습니다. 사람은 어디에 마음의 무게가 있느냐에 따라 돈이 그리고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24절에서는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돈이 주인이 되느냐? 아니면 하나님께서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느냐? 가 문제입니다. 돈이 주인인 사람 즉 돈의 종이 되어버리면 돈이 그를 지배합니다. 그러나 돈을 지배하는 사람, 돈의 주인인 사람은 돈을 잘 사용하게 되는 겁니다. 돈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돈에 지배를 받고 살기 때문에 내가 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돈 위에 있는 사람은 돈을 좋은 곳에 쓸 줄 아는 겁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돈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돈 아래 있지 마시고, 돈 위에서 돈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인생이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