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10:16~20>
‘세습’이란 말이 그리 좋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아버지가 이뤄놓은 큰 업적에 무임승차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자질이 부족해서 준비가 덜 된 후계자가 큰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큰 단체나 국가의 지도자가 되기 때문일 겁니다. 그 자리에 앉게 될 경우에 거기에 뒤따르는 큰 권력과 부와 명예가 있지만,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큰 책임이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 자격 없는 한 사람 때문에 그 큰 단체(기업, 교회)나 심지어 국가의 미래가 흔들릴 수도 있는 겁니다. 지도자 한 사람의 개인적인 삶이야 어떻게 되든 그게 무슨 문제이겠습니까? 그러나 그 준비 안 된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그 아래에서 있어야 할 사람들은 고통을 받을 수도 있는 겁니다.
북한의 김정은은 2011년 아버지 김정일이 죽으면서 북한의 권력을 3대째 세습 받게 됩니다. 아버지 김정일 같은 경우는 약 37년간을 직간접적으로 북한을 통치했지만, 김정은은 일단 너무 어렸고 아직 준비가 덜 될 사람이 한 나라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우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년 12월 4일자 요미우리 신문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 지역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서 북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나 전란 등 급변 사태를 가정해 중국이 난민시설 확보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만약 그런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3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올 것을 예상해서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지도자 한 사람이 중요합니다. 그 한사람에게 한 국가의 국민들의 미래가 달려있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의 잠언에서는 ‘준비된 지도자’에 대해서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는데, 무능하고 숙련되지 못한 통치자를 둔 나라의 비참한 상태와 유능하고 잘 준비된 통치자가 있는 나라의 복된 상태를 비교하고 있는 겁니다.
16절을 보시면
“왕은 어리고 대신들은 아침부터 잔치하는 나라여 네게 화가 있도다”
왕이 어리다는 것은 실제로 나이가 어려서 왕 스스로 어떤 옳은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를 말하기도 하고, 나이는 들었지만 지도자로서의 준비가 덜 된 사람이라 분별력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신들과 함께 날마다 잔치를 여는 겁니다. 이 왕은 무능력할 뿐만 아니라 절제할 줄도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 대신들도 그 지도자를 따라 엉망인 것입니다.
이곳 필리핀 세부에서 우리 한인들은 대부분이 작은 가게를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몇 명 되지 않는 필리핀 직원들을 데리고 있지만 그 중에 정직하고 성실하고 일도 잘 하는 좋은 직원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늘 경험합니다. 그래서 식당이나 어떤 쇼핑센타 같은 데 가보면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자세와 서비스를 하는 직원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음식 서빙을 하는데 접시를 내려놓으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직원들끼리 크게 수다를 떨면서 손님이 왔는데도 안내를 안 하는 일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필리핀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이곳에서 유명한 레스토랑 체인사업을 하는 체인점에 가보면 직원들 매너가 너무 좋고, 서비스가 너무 좋은 겁니다. 그걸 보면서 “필리핀 사람도 이렇게 잘 훈련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장이 엉망이면 직원도 엉망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가의 지도자가 자질도 없고, 게으르고, 무능하고, 절제할 줄도 모른다면 그 아래 있는 대신들도 그럴 가능성이 다분한 겁니다.
그래서 18절을 보시면,
“게으른즉 서까래가 내려앉고 손을 놓은즉 집이 새느니라”
그렇게 게으른 사람이 있는 곳에는 그곳이 왕궁이든, 한 개인의 집이든 점점 내려앉고 여기 저기 비가 새는 겁니다. 매일같이 성실하게 잘 돌보면 그럴 일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19절을 NEB 번역에서는
“식탁에는 그 환락이 있었고 포도주는 삶을 유쾌하게 해주었으며 그 모든 일 배후에는 돈이 있었다”
그러니깐 환락과 즐거움만을 추구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지도자가 있는 나라가 얼마나 비참하게 몰락하게 될 지를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그런 분별력 없고 어리석은 지도자를 작은 소리라도 수군거리지 말라는 겁니다. 그 소리는 공중의 새와 날짐승이 전해서 그 말 때문에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17절을 보시면,
“왕은 귀족들의 아들이요 대신들은 취하지 아니하고 기력을 보하려고 정한 때에 먹는 나라여 네게 복이 있도다”
꼭 귀족이라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되어 있는 고결한 인품과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렇게 지도자가 준비되어 있으니 그 아래 있는 대신들도 절제할 줄 알고,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되기 때문에 그런 나라가 복이 있고, 그 나라의 백성들이 복이 있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가 되길 원하고, 어떤 힘과 권력을 갖길 원합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지도자가 될 때 그것은 그 본인 뿐만 아니라 그 아래 있어야 할 사람들까지 고통을 받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지도자가 되고 리더가 되고 권력을 갖기 전에 고결한 인품과 절제할 수 있는 능력과 그 분야에서의 유능함을 갈고 닦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준비된 지도자가 있는 가정과 단체와 사회와 나라가 복이 있는 것입니다. 헛된 꿈을 버리고 하나님 앞에 쓰임 받을 미래를 준비하는 복된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