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우리 대한민국은 2016년 기준 GDP 세계 11위를 지키고 있는 경제대국 중에 하나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그런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1960년대 까지만 해도 꿈도 꿀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오늘 날의 현실이 되어 있는 겁니다. 1962년에 아프리카 가나의 1인당 국민소득이 190달러, 가봉이 350달러일 때 우리나라는 110달러였습니다. 일제35년과 6.25전쟁의 폐허 위에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 때 필리핀의 GDP 세계순위는 19위에 랭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위한 첫 번째 롤 모델로 삼고 있었던 나라가 필리핀이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1966년 필리핀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 한국도 당신들만큼 잘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유명한 기록으로도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우리가 억압받고 무시당하고 굶주리고 희망이 없이 살아가던 그 시대에는 정말 나라를 사랑하던 분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희생과 나라사랑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오게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조국을 ‘헬(hell)조선’이라고 부르는 이 세대에 그런 훌륭한 인물들에 대한 갈증이 커지다 보니 그렇게 표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오늘 조국을 정말 사랑했던 크리스천 중에 한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바라기는 종교를 뛰어넘어 이렇게 조국을 사랑하는 분들이 더 많이 일어나기를 소원해 봅니다.
1962년 ‘김용기 장로님(1909~1977)’이란 분이 경기도 하남시에 『가나안 농군학교』라는 것을 설립하셨습니다. “한손에는 성경을, 한손에는 괭이를”이라는 신념과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기독교 합숙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는데, 교육과 노동을 통해서 의식을 개혁하는 것이 목표인 학교입니다. 초창기에는 농업인들의 의식을 개혁해서 우리나라의 주산업인 농업이 발전하고, 가난한 농민들이 잘살게 하기 위해서 설립이 된 학교였습니다. 지금까지 약 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학교에서 훈련 받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전 세계 9개국에 11개의 가나안 농군학교가 설립되어 빈곤한 국가의 국민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귀한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용기 장로님은 “우리 민족 이렇게 살자”라고 하는 생활헌장을 만들어서 새벽마다 기도하며 평생 본인도 실천하고, 그 학교에 입소하는 이들에게도 실천을 독려하며 훈련했다고 합니다.
- 음식 한 끼에 반드시 4시간씩 일하고 먹자.
- 버는 재주 없거든 쓰는 재주도 없도록 하자.
- 억지로 못 살지 말고 억지로 잘 살도록 하자.
- 물질과 권력과 지식과 기술을 바로 쓸 줄 아는 국민이 되자.
- 물질의 빚이나 마음의 빚을 지지 말자.
- 우리 국민의 뛰어남을 말과 마음과 일과 행동으로 드러내자.
- 외모만을 아름답게 단장하지 말고 마음을 더 아름답게 단장하자.
- 시대적인 외세의 유행을 따르지 말고 우리 국민의 시대적인 감각을 바로 살리자.
- 국토통일보다 먼저 가정과 단체통일을 빨리하자.
- 반공 승공의 길보다 빈궁을 먼저 막아야 한다.
- 하라고 하는 국민이 되지 말고 먼저 하는 국민이 되자.
- 육체의 잠이 깊이 들면 물질의 도적을 맞게 되고,
민족사상의 잠이 깊이 들면 영토와 주권을 도적맞게 되고,
심령의 잠이 깊이 들면 영혼이 멸망케 되니 늘 깨어 살자.
- 창조주 하나님을 외국사람에게 빼앗기지 말고 우리 온 국민의 아버지로 삼자.
생활헌장 하나 하나가 얼마나 옳은 표현인지 모릅니다. 저도 필리핀에서 살면서 필리피노들을 향한 아쉬움은 ‘이곳 필리핀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나게 되면 이 나라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겠구나…’라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시절에 조국을 사랑했던 장로님은 우리 민족의 정신과 의식을 일깨우는데 큰 공을 세우신 분이십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김용기 장로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바로 다음날 가나안 농군학교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장로님은 흙바닥 교실에 나무의자 몇 개를 놓고 대통령을 비롯해 수행원들을 앉혀놓고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새 사람이 되고, 새 사람이 모이면 새마을이 되며, 새마을이 뭉치면 새나라가 된다”라고 열정적으로 전했다고 합니다. 감동을 받은 대통령은 그 이후 공무원들의 정신교육기관으로 가나안 농군학교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김용기 장로님의 가치와 가나안농군학교를 새마을운동의 모델로 삼고 새마을 운동을 범국가적으로 일으켜, 가난했던 이 민족이 부강한 민족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했던 겁니다.
장로님의 기도실 앞에는 “조국이여 안심하라”는 글이 써있었다 고 합니다. 이 말은 “조국이여 안심하라 내가 기도하고 있다”는 말을 함축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농부 장로님이 참 거창한 기도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장로님에게는 이 믿음이 있으셨던 겁니다. 그리고 장로님의 기도대로 우리 민족이 50년 뒤엔 전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되어 있는 겁니다.
의식이 깨어 있었던 ‘김용기’라는 한 사람을 통해 희망이 없었던 우리 민족이 부강한 민족으로 일어나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지금의 어려운 환경과 불편한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서 불평과 원망만 하고 있으면 결코 더 나은 미래는 올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할 지라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바른 마음만 갖고 있어도 그 한 사람을 통해 한 개인과 그 가정뿐만 아니라 나라까지도 새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한 예입니다. 병들어 버린 의식들이 깨어날 수만 있다면… 어떤 열악한 상황 속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까지도 다시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