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0:25~43>
대나무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여러 가지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필리핀에서도 시골 마을 같은 곳에 가보면 대나무로 집을 짓고 사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대나무는 신기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농부가 대나무 씨를 땅에 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기다리는데 1년 내내 싹 조차 나지 않고, 2년째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 대나무 농사를 짓는 농부의 경우 그걸 싹 갈아 엎어버리고 새로운 작물을 심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그러다 3년 째 되었을 때 작은 죽순이 올라오는데 30cm정도 자라다가 멈춰서 그렇게 4년째를 맞는데, ‘4년의 노력의 결실이 고작 30cm 짜리 죽순 하나 얻자고 이렇게 수고했나?’ 하는 회의감이 들면 대나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가 없습니다. 그 위기를 잘 넘어가야 하는데, 왜냐하면 대나무는 5년 째 되었을 때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 시작하는데, 하루에 30~60cm씩 자라고 비가 많이 오면 하루에 1m씩도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 4~6주 만에 평균 20m에서 크게는 40m이상까지 성장하는 겁니다. 대나무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런 지식과 믿음이 있다면 그 시간을 인내하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야곱은 라헬(그리고 레아)과의 결혼을 위해 14년간을 외삼촌 라반의 양떼를 돌보며 살았습니다. 야곱 덕분에 라반은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14년간 자녀들은 늘어났지만 라반으로부터 별다른 재정적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품삯조차도 열 번이나 속아서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창31:7).
라헬이 요셉을 낳을 때에 야곱은 라반에게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합니다(25절). 하지만 라반은 야곱을 만류하면서 품삯을 정하면 그걸 주겠다고 그를 회유하려고 합니다(27, 28절).
그러나 야곱은 30절에서
“내가 오기 전에는 외삼촌의 소유가 적더니 번성하여 떼를 이루었으니 내 발이 이르는 곳마다 여호와께서 외삼촌에게 복을 주셨나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내 집을 세우리이까”
라반은 품삯을 요구하면 주겠다고 머물라고 계속해서 야곱을 설득합니다. 그랬더니 야곱은 다시 외삼촌의 양떼를 돌볼 텐데 앞으로 태어나는 양들이나 염소들 중에 얼룩무늬가 있는 것만 자기 품삯으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양이나 염소는 그렇게 얼룩무늬가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누가 봐도 야곱에겐 불리하고 라반에겐 유리한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라반은 당장에 양떼와 염소떼들 중에 얼룩무늬 있는 것들을 가려내어서 자기 아들들에게 맡기고, 야곱이 돌보는 양떼와는 3일 거리 되는 먼 곳으로 옮겨놨습니다(31~36절). 이렇게 되면 유전적으로도 야곱은 앞으로 품삯을 거의 못 받을 가능성이 아주 커지는 겁니다. 라반은 그렇게 재산이 많았지만, 악덕 기업주였습니다.
왜 야곱이 이렇게 어리석은 조건을 걸었을까요? 물론 그 이후 37절에서 42절까지의 내용을 보면, 야곱이 양떼와 염소떼를 돌볼 때에 했던 특별한 행동들이 있었는데, 야곱은 그것을 통해서 이후로 양들과 염소들이 새끼를 밸 때에 얼룩무늬만 임신하도록 나름대로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행동이 양과 염소의 유전적인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어떤 과학적 증명은 없습니다.
그런데 야곱이 라반과의 품삯에 대한 계약을 맺을 때, 그에게는 확고한 믿음이 하나 있었습니다. 분명 누가 봐도 야곱에게 불리한 조건의 계약이었는데, 야곱이 이런 바보같은 계약을 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야곱이 그의 두 아내 레아와 라헬에게 이 일에 대해서 설명할 때에 했던 말이 있습니다. 창세기31:10~13절입니다.
“그 양 떼가 새끼 밸 때에 내가 꿈에 눈을 들어 보니 양 떼를 탄 숫양은 다 얼룩무늬 있는 것과 점 있는 것과 아롱진 것이었더라. 꿈에 하나님의 사자가 내게 말씀하시기를 야곱아 하기로 내가 대답하기를 여기 있나이다 하매, 이르시되 네 눈을 들어 보라 양 떼를 탄 숫양은 다 얼룩무늬 있는 것, 점 있는 것과 아롱진 것이니라 라반이 네게 행한 모든 것을 내가 보았노라. 나는 벧엘의 하나님이라 네가 거기서 기둥에 기름을 붓고 거기서 내게 서원하였으니 지금 일어나 이 곳을 떠나서 네 출생지로 돌아가라 하셨느니라”
야곱이 벧엘에서 꿈을 꾸었을 때 하늘에 닿은 사다리를 봤던 것처럼, 이번에는 양의 출산에 관한 꿈을 꿨는데, 하나님께서 야곱이 번창할 수 있는 힌트를 미리 꿈을 통해 주셨던 겁니다. 그것이 바로 야곱이 라반에게 제시했던 품삯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야곱은 그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믿었던 겁니다. 야곱이 불리한 조건임에도 그토록 담대하게 라반에게 그것을 내걸었던 것은 이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창세기30:43절을 보시면,
“이에 그 사람이 매우 번창하여 양 떼와 노비와 낙타와 나귀가 많았더라”
야곱은 약 6년 만에 기적적으로 번창했습니다. 이것은 아브라함에게 하셨던 언약, 이삭에게 하셨던 언약 그리고 그 언약의 계승자인 야곱에게 이루어져 가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에게 약속하신 말씀들은 반드시 이루어져 갈 것입니다. 수년을 낭비하고 손해본 것 같은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믿고 순종하며 나가십시오.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언약은 반드시 이루어져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