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20:14~21>
‘긍휼지심(矜恤之心)’이란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며 동정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인간이 참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긍휼의 마음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2011년 일본 동북부에 지진과 쓰나미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환난을 겪고 있을 때 전 세계 사람들이 구호의 손길을 건넸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한 오래된 불편한 감정들이 있었고, 위안부 문제와 전범국으로서의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의 이유들 때문에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들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우리 역시 수많은 민간 NGO를 비롯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일본을 돕기를 주저하지 않았었습니다.
학자들은 왜 인간은 고통 받는 이들을 돕는가? 에 대한 여러 가지 학설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인류의 종족 보존을 위한 전략이다(윌리엄 해밀턴, 리처드 도킨스 등).’ 또는 ‘훗날 도움을 받으려는 전략적인 이기심이다(황상민 연세대 교수).’ 혹은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 본연의 동정심이다(최정규 경북대 교수,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라고도 합니다.
학자들의 이론들도 일리는 있는데, 이것을 영적으로, 성경적으로 보자면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는데, 그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는 것은 하나님의 인애(사랑)의 마음이 우리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범죄한 우리를 불쌍히 여기셔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나타내셨듯이, 우리 안에 미약하나마 그 하나님의 사랑이 유전적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부어주신 긍휼지심이 발휘되는 것이고, 강퍅한 마음은 하나님의 뜻을 역행하는 것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40년 생활이 이제 거의 마쳐져 가고 있고, 그들은 하나님께서 언약하신 약속의 땅 가나안 땅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땅을 가는데 빠르고 편한 길은 ‘에돔’이란 지역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에돔의 조상은 에서이고, 이스라엘의 조상은 야곱입니다. 이 두 사람은 이삭의 쌍둥이 아들들이었습니다. 때문에 모세는 형제의 나라 에돔 왕에게 사신을 보내서 이스라엘 백성이 그 땅을 통과할 수 있도록 정중하게 요청하게 됩니다.
17절을 보시면,
“청하건대 우리에게 당신의 땅을 지나가게 하소서 우리가 밭으로나 포도원으로 지나가지 아니하고 우물물도 마시지 아니하고 왕의 큰길로만 지나가고 당신의 지경에서 나가기까지 왼쪽으로나 오른쪽으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이다 한다고 하라 하였더니”
그런데 에돔 왕이 어떻게 대답합니까? 18절을 보시면,
“에돔 왕이 대답하되 너는 우리 가운데로 지나가지 못하리라 내가 칼을 들고 나아가 너를 대적할까 하노라”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해서 모세는 낮은 자의 위치에서 정중하게 요청을 했는데, 에돔 왕은 거절할 뿐만 아니라 ‘이 땅에 한 발짝이라도 들여 놓는 날에는 너희를 칼로 치리라’는 식으로 거칠게 협박하며 나오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모세는 19절에서 거듭 부탁을 합니다. 왕의 대로로만 가겠고, 만약 가다가 물이라도 마시면 그 값을 다 지불하겠다고 까지 하는데도 에돔 왕은 군대를 동원해 이스라엘이 에돔의 국경에 한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였습니다(20, 21절).
이렇게 에돔은 형제의 나라인 이스라엘에 일말의 동정이나 긍휼을 베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에돔 국경의 변방으로 멀리 돌아서 가나안을 향해 나아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에돔의 적대 행위가 훗날 하나님의 긍휼 없는 심판대 앞에 서게 됩니다.
구약성경 오바댜서는 오직 에돔의 심판에 대해서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바댜서 1:10절에서는 “네가 네 형제 야곱에게 행한 포학으로 말미암아 부끄러움을 당하고 영원히 멸절되리라”라고 말씀하시고 있고, 15절에서는 “여호와께서 만국을 벌할 날이 가까웠나니 네가 행한 대로 너도 받을 것인즉 네가 행한 것이 네 머리로 돌아갈 것이라”라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5:7절에서 말씀하시기를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귱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라고 하셨습니다.
이 성경적 원리는 변하지 않는 진리의 말씀인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울 때는 다른 사람이 내게 호의 베풀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어렵고 힘들 때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무한한 긍휼하심을 입은 자들입니다. 우리가 아직 원수되었을 때에, 죄인되었을 때에, 연약할 때에 하나님은 우리를 불쌍히 여기셔서 용서하시고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베푸셨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이 긍휼의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분명 여러 가지 생각으로 누군가를 향해 강퍅한 마음이 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내게 베푸셨던 마음으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측은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오늘 나는 누구에게 이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