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은혜를 잊지 말라”

<민수기 28:16~31> 

2013년 11월에 이곳 필리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 ‘하이엔(욜란다)’이 중부권을 강타했습니다. 1300만 명이 태풍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고, 약 4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큰 재앙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우리나라에서도 필리핀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들이 많이 있었는데, 태풍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필리핀에 지부를 두고 있던 기아대책과 굿네이버스 등은 바로 현장으로 이동해 구호를 시작하고, 한국에서도 굿피플과 밀알복지재단 등 10여개의 대부분의 기독교 NGO단체에서 발 빠르게 재난 구호봉사대를 파견해서 막대한 민간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필리핀에 살면서 우리나라의 기독교 NGO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재난을 당한 필리핀 사람을 도우니 그 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느꼈고, 더더구나 우리나라의 많은 기독교 구호단체들이 참여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니 그 역시도 더욱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10:8절 말씀에서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말씀과 같이, 우리 구호단체들은 거저 나눠준 겁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 역시 국가적인 큰 재난을 겪고 있을 때, 누군가로부터 은혜를 입었었습니다.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적 환란을 겪고 있을 때, 전 세계 16개국에서 전투부대 파병을 해 주고, 5개국이 의료지원을, 39개국이 물질적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를 도와주었습니다. 그 중에 필리핀은 우리나라에 7천명이 넘는 군인들을 파병해 우리를 도왔습니다.

또 지금은 세계적인 NGO 단체들로 있지만, 전세계 고아를 돕는 컴패션(Compassion)이나, 월드비전(World Vision) 같은 단체들이 한국전쟁의 전쟁고아들을 돕기 위해 미국의 목사님들을 통해 시작되었다는 것도 아십니까? 그 때부터 꽤 오랫동안 우리는 전 세계에 많은 빚을 지고 살았던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그 은혜를 갚으며 살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받은 은혜를 잊으면 안 됩니다. 그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은 신기하게도 더 풍성한 은혜가 임하지만, 그 은혜를 잊는 순간 그 은혜는 더 이상 그에게 임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 세 가지의 절기를 꼭 지킬 것을 말씀하시고 있는데, 이것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베푸신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16절과 17절 말씀입니다.
“첫째 달 열넷째 날은 여호와를 위하여 지킬 유월절이며, 또 그 달 열다섯째 날부터는 명절이니 이레 동안 무교병을 먹을 것이며”

이스라엘의 달력은 태양력도 음력도 아닌 ‘종교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역사는 태양이나 달이 중심이 아니라, 그들을 구원해 주신 여호와 하나님이 중심이 되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해 주시지 않았다면, 그들의 오늘도 없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오늘의 성공과 풍요에만 젖어 있으면 과거의 은혜를 잊고 살게 됩니다. 그러나 과거의 은혜를 기억하며 사는 사람은 오늘을 감사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16절에서는 ‘유월절(Passover)’을 지키라 하셨고, 그 다음날부터 7일간은 ‘무교절’을 지키라고 말씀하시고 있는 겁니다. 이 두 개의 절기를 지키게 된 유래는 이 두 가지 절기가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유월절은 그들이 출애굽(Exodus)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 사건이었습니다. 모든 애굽의 장자들이 재앙으로 죽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양의 피를 문에 바르고, 그 고기를 먹는 의식을 통해서 재앙이 넘어갔던(Passover) 겁니다. 세상 죄를 지고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과 죽음을 상징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달을 이스라엘의 정월(1월)로 삼게 된 겁니다. 그들이 죽음에서 살아난 달, 새롭게 태어난 달(거듭난)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때가 이스라엘의 정월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7일간 무교절을 지키는데, 이 때는 백성들이 무교병을 먹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급하게 탈출하면서 누룩(이스트)를 넣지 않은 발효되지 않은 빵을 급하게 먹은 것을 기억하게 하는 절기였습니다. 이 역시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게 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26절을 보시면,
“칠칠절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날에 너희가 여호와께 새 소제를 드릴 때에도 성회로 모일 것이요 아무 일도 하지 말 것이며”

마지막으로 ‘칠칠절’이란 것을 지키는데, 이것은 유월절 후 7일을 7번(7 × 7 = 49)을 지난 다음 날 드려졌기 때문에 ‘오순절’이라고도 하는데, 1차적으로는 작은 추수감사주일이지만, 사도행전 2장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영적 대추수를 바라보게 하는 이 역시 하나님의 구원을 기념케 하는 절기인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키게 하신 종교적 절기는 모두 하나님의 그 은혜를 잊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호이를 베풀었을 때, 그가 그 은혜를 기억하고 그 은혜를 보답하는 삶을 산다면, 우리는 그에게 또 다른 은혜를 흘려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은혜를 잊게 된다면, 우리에게서 더 이상의 은혜는 그에게 흘러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나에게 베푸신 그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는 삶을 산다면, 하나님의 그 은혜는 은혜 위에 은혜로 계속 넘치게 될 것입니다. 오늘 그 은혜를 잊지 말고, 감사하며, 그 은혜를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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