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의 왕”

<빌립보서 2:5~11>

올해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탄핵되고, 진보진영에서 나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이전 보수정권을 대표하는 대통령에게 실망이 큰 만큼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큰 거 같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보수정권은 권위적이고, 진보정권은 서민적 혹은 국민과 소통하는 정권이라는 인식이 있는 거 같습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7월 문 대통령은 G20회의를 위해서 독일로 출발하는 공항에 도착해서 있었던 일입니다. 전용기 정비를 담당한 열 명 남짓의 정비사들이 3열로 도열하고 있었는데 대통령은 전용기를 탑승하기 바로 직전에 그들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했던 겁니다. 이것이 뉴스에도 소개되고, 그 자리에 있었던 당사자들 뿐 아니라, 그 소식을 접한 많은 국민들도 감동을 받았다는 겁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대통령들의 모습과 좀 달랐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정치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우리나라 최고의 위치에 있는 통수권자의 겸손한 모습 하나만을 갖고서도 국민들은 여전히 70% 내외의 지지율로 보답하고 있는 겁니다.

누가복음 14:11절 말씀이 생각납니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아마도 문 대통령이 이 성경 말씀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은 듭니다. 본인은 천주교인이고, 아들은 장로교인이고, 목사의 딸을 며느리고 맞았다고 하고, 어릴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가 현재 부천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님이라고 합니다. 그가 성경을 얼마나 아는지, 어떤 신앙관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정도의 신앙적 배경을 갖고 있다면 누가복음 14장11절의 말씀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꼭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그가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교육자이든 또는 성직자라 할지라도 스스로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신기하게도 자꾸 높아지는 겁니다. 그러나 스스로 자기를 자꾸 높이려고 하는 사람은 한 순간에 꼬꾸라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예를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천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그 불변의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오늘 본문 5절에서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로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라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우리가 인생 속에서 진정한 승리자로 살아가는 비밀이기 때문입니다.

6절부터 8절을 보시면,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이심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입으시고 더 나아가 자기를 낮춰 죽기까지 복종하는 종이 되신 것입니다. 당시 고대 사회에는 왕족이나 귀족의 자손들을 체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잘못하면 대신 매 맞는 종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위해 대신 매 맞는 종으로까지 자신을 낮추신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아내 또는 남편을 위해서 작은 것 하나도 양보하거나, 희생하는 데에도 인색할 때가 있습니다. 말로는 사랑한다고 하면서 늘 상대보다 나를 더 생각할 때가 있는 겁니다.

교회 공동체 내에서도 나이 한 두 살을 따지고, 그거로 서열을 정하고, ‘내 나이에 내가 그런 걸 해야 돼?’ 이런 식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고, 어린 사람이 한 두 살 많은 사람에게 약간 반말 식으로 하면(물론, 어린 사람도 잘 해야겠지만) 기분이 나쁜 겁니다. 그리곤 ‘건방지게 어디서’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이들도 간혹 있습니다.

겸손과 반대되는 것은 교만과 거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만과 거만이 있는 곳, 내가 스스로 높아지려고 하는 곳에는 늘 다툼과 분쟁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겸손이 있는 곳에는 다툼과 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임하는 것입니다. 내가 높아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수록 내 속에는 언제나 마음의 전쟁이 쉬질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9절부터 11절을 보시면,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하나님의 본체이신 예수님은 자신을 낮추셨지만, 하나님은 도리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구원의 이름이 되게 하셨습니다. 겸손히 낮아지셨지만, 모든 무릎이 예수 이름 앞에 꿇게 된 것입니다. 겸손의 왕이셨습니다.

성탄절은 예수님께서 높고 높은 보좌를 버리고, 낮고 천한 이 땅에 종의 모습으로 오신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 주님은 우리에게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으라’고 말씀하시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낮아져서, 가정과 이웃과 주님을 섬기십시오. 하나님은 바로 그 사람을 영화롭게 하실 것입니다.

Tags: No tags

Add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