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8:12~23>
저는 필리핀에 연고도, 아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재정적으로 넉넉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주님께서 제게 ‘가라’하셔서 순종함으로 필리핀 세부에 와서 교회를 개척한 겁니다.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 이민을 처음 가게 되면 좀 어리버리 해 지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나라에서 오랜 산 사람이 친절하게 이것저것 가이드 해 주면 그 분을 엄청 의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런 심리적 의존성을 이용해서 새로 온 한인들을 이용하거나 사기를 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개척 초창기에 하나님께서 여기저기서 많은 분들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중에는 필리핀에서 오래 사셔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 계셨는데, 제가 그 분들의 목자가 되어 그들을 인도하기 보다는, 해외생활이 처음이었던 제가 도리어 그 분들을 은근히 의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에 큰 시험과 시련이 시작되었고, 제가 마음속으로 조금이나마 의지했던 분들이 모두 교회를 떠나갔습니다.
개척 후 3년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아픔들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개척사역을 지속해야 할지를 수차례 고민할 만큼 제게는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교회를 세워 가시고 부흥시키시는 것에 앞서서 먼저 저를 변화시키시고, 훈련하시고, 영적 근력과 기도의 근력을 길러주셨던 겁니다. 제가 먼저 새로워지지 않으면, 결코 이 땅을 변화시킬 충만한 교회가 세워질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시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련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은 이루어져 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그린 그림보다 언제나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마게도냐의 고린도에서 1년6개월을 머물며 사람들을 전도하고 교회를 세워갔습니다. 유대인들은 바울을 비방하고 대적했지만, 그 지역 유대인의 지도자 격인 회당장 그리스보가 그 온 집안과 더불어 예수님을 영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9절)”고 바울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바울이 두려움을 느낄 만큼 고린도에서의 유대인들의 박해가 심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나타나 바울을 위로하시고 격려하셨던 겁니다.
시간이 흘러 갈리오 라는 사람이 그 지역의 새로운 총독이 되었을 때, 유대인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바울을 대적하여 그를 법정에 끌고 가서 “이 사람이 우리의 법을 어겨가면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섬기라고 유혹하고 있습니다(13절,쉬운성경)”라고 고발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아무 죄도 없이 유대인들의 시기로 인해 고난 받으셨던 것처럼, 사도 바울 역시 아무 잘못도 없이 세상 법정 앞에 서게 된 겁니다.
그러나 14절부터 15절까지 보시면,
“바울이 입을 열고자 할 때에 갈리오가 유대인들에게 이르되 너희 유대인들아 만일 이것이 무슨 부정한 일이나 불량한 행동이었으면 내가 너희 말을 들어 주는 것이 옳거니와, 만일 문제가 언어와 명칭과 너희 법에 관한 것이면 너희가 스스로 처리하라 나는 이러한 일에 재판장 되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하고”
그런데 총독은 ‘바울이 사회적으로 어떤 범죄를 저질렀거나 하는 문제라면 마땅히 처벌을 하겠지만, 보아하니 당신들의 종교에 관한 문제라면 내가 재판할 이유가 없다.’ 라고 하면서 그들을 법정에서 쫓아내버렸습니다.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자 화가 난 유대인들은 바울에게 호의적으로 대하고, 회당에서 말씀을 강론하도록 도운 새로운 회당장인 ‘소스데네’를 대신 잡아 법정 앞에서 폭행했는데, 총독 갈리오는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고린도전서 1:1절을 보면, ‘형제 소스데네’라고 말하고 있는데, 후에 회당장 소스데네는 바울의 전도로 예수를 믿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건 후 바울은 좀 더 고린도에 머물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와 함께 에베소로 가서 선교를 이어갑니다. 20절과 21절을 보시면,
“여러 사람이 더 오래 있기를 청하되 허락하지 아니하고, 작별하여 이르되 만일 하나님의 뜻이면 너희에게 돌아오리라 하고 배를 타고 에베소를 떠나”
바울의 선교여행에 시련이 있었지만, 순간순간 하나님의 도움과 인도에 따라 나아가고 있는 바울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에베소 지역에서는 많은 성도들이 바울 사도가 더 오래 그들과 함께 있기를 청했는데, 바울은 “만일 하나님의 뜻이면 너희에게 돌아오리라”하며 떠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니깐 바울이 선교여행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뜻과 욕심 그리고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바울이 하는 거 같지만, 하나님께서 바울을 통해 일하고 계시는 겁니다. 바울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시련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고 있음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요셉이 형들에게 미움을 받아 애굽에 노예로 팔려갔지만, 하나님은 요셉을 애굽의 총리로 세우셨습니다. 요셉이 자신을 노예를 팔았던 형들을 향해 이런 고백을 합니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창세기50:20)”
시련이 있지만, 여러분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반드시 이루어 질 것입니다. 환란이 변하여 복이 될 것입니다. 시련을 바꾸어 나를 향한 하나님의 선(善)으로 이뤄 가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