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2:5~18>
우리나라에서 선거철만 되면 시장이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들이 ‘친(親)서민행보’라고 해서 버스도 타보고, 전철도 타보고, 환경미화원도 하고, 재래시장도 가고… 그럽니다. 그런데 당선 되고 나면 서민과는 전혀 거리가 먼 생활을 한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친(親)서민행보를 보고 감동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간혹 주변 지지자들이나, 언론에 의해 미화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 것들은 그냥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한 ‘정치 쇼’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어떤 신문에서 우리 정치인들의 어색한 서민 행보를 꼬집으면서, 독일의 ‘메르켈 총리(Angela Dorothea Merkel, 1954~)’의 진정한 서민행보를 다룬 기사가 있었습니다. 총리는 자신의 집 근처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기도 하고, 기차역 구내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른 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계산대 행렬에서 줄을 서 물건 값을 지불하는 모습들이 시민들의 제보를 통해 종종 알려집니다. 메르켈 총리는 서민행보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일상인 것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함부르크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나, 정치가가 되어 51세가 되던 2005년부터 ‘기독교민주연합’의 당수로, 또한 지금까지 16년 간 독일의 제8대 연방총리를 지내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 전문 매거진 포브스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2010년 제외)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선정했고, 2015년 타임지는 그녀를 ‘올해의 인물’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야고보서 4장 10절에서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
하나님의 원리, 성경의 원리는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 앞에서 자신을 낮추면 도리어 주께서 그를 높이시는 것입니다. 우리 사람은 어떻게든 자기를 높이려 애를 쓰며 삽니다. 그러려고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쁘게 말한다든가, 그의 단점을 말한다든가, 그의 연약함을 말한다든가… 하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걸 ‘디스(dis)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상대를 디스하면 상대적으로 내가 그 사람보다 높아질 거 같은데, 그것은 우리의 착각입니다. 성경의 원리는 우리가 낮아질 때, 우리가 진실하게 섬기는 자리에 있을 때, 도리어 주님께서 우리를 높여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5절을 보시면,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우리 안에 예수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빌립보 교회 내에서 형제들 간의 대립과 분열의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었습니다. 그런 대립이나, 분열의 상황에는 항상 서로에 대해서 험담을 하거나 부정적인 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쨌든 그것을 통해 상대는 문제가 있고, 잘못되었고, 반대로 나는 괜찮고 옳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보실 때 누군가는 문제가 있고 잘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그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들 뿐입니다. 부정적인 모든 생각과 말들은 최대한 아끼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공동체를 위한 자세인 것입니다.
6~8절을 보시면,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예수님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셨습니다. 그리고 비천한 사람의 모습, 종의 모습으로 낮아지셨습니다. 더 나아가 죄인이며, 하나님과 원수인 우리를 위해 기꺼이 대신 희생하셨던 것입니다. ‘권리 포기’, ‘낮아짐(겸손)’, ‘희생’으로 우리에게 모범이 되셨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란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주님을 사랑한다면, 교회를 사랑하고, 공동체를 위한다면 권리포기와 낮아짐(겸손)과 희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교회 공동체를 더 은혜롭게 만들 수 있는 길인 것입니다.
9절에서 11절을 보시면,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그렇게 권리포기와 낮아짐과 희생의 삶을 실천하는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가진 자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영광도 주시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영광을 얻으려 어떤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주님의 모습을 닮기 원했고, 주님의 마음을 품고 실천했던 것뿐입니다. 때문에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에게 모든 다툼과 원망과 시비가 없게 하고(14절),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으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이고,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모범인 것입니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작은 예수가 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세대 가운데서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로 그들 가운데 빛들로 나타나기를 축복합니다(1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