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9:1~30>
제가 지금 목회를 하면서 과거 저의 성장기를 돌아보며 감사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어린 제게는 무척 힘들고 어려운 상황들이었지만, 지금 목회를 하며 생각해 보면 그 일들과 상황들은 제가 감사할 제목이기도 합니다. 제가 태어나서 몇 년 지나지 않아 저의 부모님이 헤어지시면서 저는 대여섯 살부터 부모님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고아 아닌 고아로 자랐습니다. 그로 인해 겪어야 할 정서적 결핍과 재정적인 어려움들, 학습부진, 인격적 결함 등이 제게 있었습니다. 또 열아홉 살부터 20대 초반에 질병으로 인해 죽음의 고비를 두 번이나 넘겼습니다.
그 때는 성장기의 그 모든 상황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금 목회를 하면서 그런 성장기를 보낸 것이 감사한 것이 Broken Family(이혼가정)의 아픔과 자녀들의 정서적 결함과 상처 그리고 극심한 재정적인 어려움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지 정말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질병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있는 성도들의 두려움과 염려가 무엇인지 정말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것들은 책에서 글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아닌데, 제가 겪어 봤기 때문에 그런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공감하며 목회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희 딸아이가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면 손님들 중에 정말 진상손님들이 있다는 겁니다. 별것도 아닌 것 같고 트집을 잡고,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저희 딸아이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앞으로 그런 매장 같은 곳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에게 잘 하려고…’ 우리는 그런 일을 보며 ‘반면교사(反面敎師 :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고 교훈을 삼는다)’를 삼아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그런 상황을 겪어보기 전엔 어떤 일들에 대해 우리가 깊이 깨닫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창세기 29장에서 야곱이 겪은 일들은 바로 그런 교훈을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야곱은 쌍둥이 형 에서를 피해 약 800km 떨어진 북쪽의 밧단 아람으로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수십 여일의 여정을 통해 메소포타미아 어딘가에 도착하게 되고, 거기서 우연히 만난 양떼를 모는 사람들이 마침 하란 땅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또 기가 막힌 우연은 곧이어 야곱의 아내가 될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이 양떼를 몰고 그곳으로 오게 된 겁니다. 마치 무슨 드라마의 한 각본과 같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겁니다. 또 때마침 야곱이 그들을 돕게 되고, 야곱과 외사촌 라헬은 극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야곱은 자연스럽게 생전 처음으로 외삼촌 라반을 만나게 되고, 그 집에서 약 한달 간 능숙한 솜씨로 라반의 양떼를 돌보며 생활하게 됩니다.
야곱이 능숙한 솜씨로 라반의 양떼를 돌보자 외삼촌 라반은 성실하고 뛰어난 일꾼인 조카 야곱을 사위로 맞기로 합니다. 야곱은 평소 사랑하던 라반의 둘째 딸 라헬과의 결혼을 조건으로 7년 동안 라반의 양떼를 치며 봉사하게 됩니다. 야곱은 라헬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7년을 정말 며칠 같이 여기면서 일을 했습니다(20절).
7년간을 라헬과의 결혼을 위해 한 눈 한번 팔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삼촌의 양떼를 돌보며 라반의 사업을 크게 번창시켰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이 되었습니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신부 둘째 딸 라헬과의 신혼첫날밤을 보내고 아침에 깨어보니 신부가 라헬이 아니라 첫째 레아였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삼촌에게 따지게 됩니다. 25절을 보시면,
“야곱이 아침에 보니 레아라 라반에게 이르되 외삼촌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행하셨나이까 내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을 섬기지 아니하였나이까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찌됨이니이까”
무려 7년을 수일처럼 여기고 아름다운 신부 라헬을 얻기 위해 아무 보수도 받지 않고 외삼촌의 양떼를 위해 봉사했는데, 라반은 야곱을 속이고 라헬이 아니라 첫째 딸인 레아를 야곱과 결혼시킨 거였습니다. 야곱은 분노했고 외삼촌에게 따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랬더니 라반이 어떻게 해요? 그 지방에서는 둘째를 첫째보다 먼저 시집보내는 일이 없다고, 또 7년을 봉사하기로 하면 둘째 딸 라헬도 주겠다는 겁니다. 야곱이 지난 7년 동안 라반의 사업을 크게 일으켰더니, 라반은 딸들을 통해 야곱을 완전히 붙잡아 두고 계속 돈을 벌려고 했던 겁니다. 야곱은 외삼촌에게 크게 한 번 속은 겁니다.
과거 자신이 형 에서를 속이고, 아버지 이삭을 속였을 때 그것이 상대방들에게 얼마나 큰 분노와 상처가 되었을지 어쩌면 이 때 뼈 속 깊숙이 느끼는 시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내가 겪어보니깐 그 상대방의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내가 겪어보기 전에는 깨닫지도 못하고 마음도 고쳐먹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겪어보면 비로소 내가 과거에 얼마나 큰 잘못을 했었는지, 내가 상대방들에게 얼마나 큰 실수를 했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로 이런 상황들을 통해서 우리를 깨우치시고 좀 더 성숙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때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습관을 가질 때, 우린 더 성숙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