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일서 5:1~12>
‘사랑의 원자탄’이란 별명을 갖고 계신 손양원 목사님(1902년~1950년)의 일대기를 보면 그 분은 믿음의 거목이요, 사랑의 거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손 목사님은 여수에 있는 애양원으로 내려가 한센병(나병, 문둥병) 환자들을 진정한 사랑으로 목회하며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피와 진물과 땀이 엉겨 붙어있는 한센병 환자들을 껴안고, 이마를 맞대고 기도해 주기도 하고, 심지어 입으로 고름을 빨아내기까지 하신적도 있다고 합니다.
해방 이후 한반도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으로 분열되어 곳곳에서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 있었습니다. 1948년 애양원이 있었던 여수를 중심으로 여순반란사건이 있었는데, 좌익들이 여수와 순천을 장악하고 인민위원회를 만들고, 공산주의를 반대하던 사람들을 색출하고 처형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 때 안재선이란 학생을 필두로 좌익학생들이 손양원 목사님의 두 아들인 손동인(24세), 손동신(19세)을 붙잡아 총살합니다.
반란이 진압된 뒤 안재선은 체포되어 사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손 목사님이 그 학생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탄원하게 됩니다. “이 아이를 죽이면 내 아들들의 죽음이 헛된 것이 됩니다. 이 아이를 회개시켜 내 아들로 삼고 사람 되게 하겠습니다”라고 애원하면서 자기 아들들을 죽인 살인자를 살려 양자 삼은 얘기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손 목사님의 따님인 손동희 권사님은 그 때 일을 생각하면서 자기로서는 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손 목사님 역시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다시 살려 양아들 삼은 안재선과 마주앉아 밥을 먹을 때는 돌멩이를 삼키는 것처럼 마음이 괴롭다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 놓았던 적도 있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양아들 앞에서는 늘 의연한 모습을 보이셨다고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그런 사람 안 보면 되고, 평생 미워하면서 살아도 될 것입니다. 나의 좁은 마음으로는, 나의 작은 사랑을 갖고는 결코 용서도 못하고, 사랑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마태복음 19:26절에서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하실 수 있느니라”고 말씀하시고 있는 것처럼, 내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으로는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요한일서 4:21절 말씀에서
“우리가 이 계명을 주께 받았나니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또한 그 형제를 사랑할지니라”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그 형제를 사랑해야 하는데, 이것은 주님께로부터 받은 새로운 계명이라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13:34절, 35절에서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세상에서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 굳이 가까이해서 이익될 것도 없는 사람, 오히려 부담스럽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을 사랑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안 보고 지내거나, 원수처럼 지내면 되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켜야 할 새 계명은 형제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던지기까지 사랑하신 주님을 생각함으로 우리도 형제를 용납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3절 말씀을 보시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이것이니 우리가 그의 계명들을 지키는 것이라 그의 계명들은 무거운 것이 아니로다”
이 계명들은 무거운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계명은 형제와 형제가 서로 사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부담스럽고, 불편하고, 미운 마음까지 드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그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게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 다른 건 다 하겠는데 그것만큼은 못하겠다고 생각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4절, 5절을 보시면,
“무릇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 이기는 승리는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자가 아니면 세상을 이기는 자가 누구냐”
앞에서 말씀 드렸던 손양원 목사님이 인간적인 마음으로, 세상적인 생각으로 어떻게 자기 두 아들을 죽인 원수요 살인자인 사람을 용서하고 뿐만 아니라 그 살인자를 살리려고 자신의 양아들로 삼을 수 있었겠습니까?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세상을 이기는 믿음을 이미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이 믿음은 나를 이기고, 내 고집을 이기고, 나의 죄를 이기고, 내 안에 일어나는 모든 세상적인 마음들을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겐 이미 세상을 이길 믿음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이 감당치 못할 믿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악에게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그리고 믿음으로 세상을 이기는 복된 하루되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