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6:21~28>
어제는 이곳 공휴일을 맞아 모처럼 우리 성도들과 함께 섬으로 야유회를 다녀왔습니다. 함께 깔깔거리며 웃고, 교제하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새벽부터 몇몇 분이 함께 준비해간 맛있는 음식도 먹고, 일과 삶에 지쳐있는 우리 성도들은 자녀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이른 아침인 오전 7시30분에 출발했다가 저녁 6시를 넘겨서야 교회에 도착해 짐정리를 하고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이틀 연속 3~4시간만 자고 생활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집에 도착해 씻고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다시 저녁에 교회로 출근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날 새벽기도회 말씀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피곤한 날이거나, 하루 종일 많은 사역들로 인해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 지친 날들에는 가끔 하루쯤 푹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다음날 기도하기 위해 새벽기도회에 오는 성도들을 위해 말씀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순발력이 떨어지고 부족한 사람은 매일같이 꼬박 3~4시간은 책상에 앉아 말씀연구와 묵상을 통해 설교문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 같은 목사에겐 하나님의 말씀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기쁨과 영광이면서 동시에 십자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십자가를 지기 싫어하고 회피하면 다음날 새벽에 기도하러 오셨던 분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고 기도만 하시고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그 말씀의 십자가를 져야 하는데, 우리 교회에서는 제가 져야 할 십자가인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 십자가를 지고 나갈 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새벽에 은혜를 체험하고, 하나님을 만나고, 위로와 치유를 경험하고, 꿈과 비전과 믿음을 갖게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힘들더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저는 이 십자가를 질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21절 말씀을 보시면,
“이 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나타내시니”
예수님이 가시는 곳에는 능력의 말씀이 선포되어졌고, 수많은 병자들이 치유되고, 귀신들이 떠나며, 기적들이 나타났습니다. 제자들이 볼 때 예수님은 그들이 생각해오던 진짜 메시야였습니다. 그런데 그 메시야께서 유대의 종교지도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결국 죽임까지 당하게 될 사실에 대해서 처음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제자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도대체 이게 무슨 말씀이신지 혼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22절 말씀을 보시면,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여 이르되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
성격이 불같았던 베드로는 제자들 중에 리더 격이었습니다. 베드로 생각에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그리고 종교적 기득권을 갖고 있었던 종교지도자들이 예수님을 대적하는 일들이 잦아지자 예수님의 마음이 약해졌다고 판단되어졌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로마제국을 몰아내고, 정통적인 유대의 왕이 아닌 헤롯 왕가도 몰아내고, 나라를 전복하고 이 땅에 다윗의 후손으로서 강력한 메시야 왕국을 세워야 할 분이신데 그런 저항과 방해 때문에 너무 나약한 마음을 갖고 계신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를 붙들고 항변했다”라고 하는데, 영어번역에서는 ‘베드로가… 예수를 책망했다(Peter… began to rebuke him)’라고 되어 있습니다. 지도자가 그런 나약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참모로서의 충언이었을 겁니다.
23절을 보시면,
“예수께서 돌이키시며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 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
그런데 분위기는 갑자기 반전됩니다. 예수님께서 단호한 목소리로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라고 꾸짖으시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지셔야만 하는 사명이었습니다. 그 십자가의 고난과 희생 그리고 죽음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셔야 했습니다. 그런데 십자가가 힘들고 어렵다고 그걸 회피하면 인류 구원의 대업은 이룰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사람의 일만 생각하고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 예수님은 책망하신 것입니다.
24절, 25절을 보시면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제자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사람이 진정한 제자인 것입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고통과 아픔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십자가 뒤에는 반드시 부활의 영광과 역사가 약속되어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십자가를 지는 사람은 다시 회복되고, 치유되고, 살아나지만 도리어 살고자 하는 이는 제 목숨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 십자가’가 있습니다. 저에게도 교회에서 져야 할 십자가, 가정에서 져야 할 십자가, 사회인으로서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져야 할 십자가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각자에게도 자기 십자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 십자가를 회피하려고만 하지 마십시오. 그럼 나도 죽고, 가정도 죽고, 기업도 죽고, 교회도 힘을 잃고, 세상도 변화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난처럼 보이는 그 십자가는 부활의 영광과 열매를 맺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내게 주신 십자가를 지십시오. 가정에서 져야 할 십자가, 교회에서 져야 할 십자가, 기업과 생업의 현장에서 져야 할 십자가, 세상에서 져야 할 십자가… 그 십자가는 영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