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5:1~13>
얼마 전 우리 교회 남자 성도님들과 대화를 하는 중에 한 분이 뱀에 관한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어떤 밀림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뱀이 허물을 벗은 그 뱀의 껍질을 보게 되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는 겁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사람은 이렇게 종교를 잘도 만들어내는 존재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뱀의 허물에 관한 미신뿐만 아니라, 인간은 얼마나 많은 미신들을 만들어내며 그것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그래서 신학자 폴 틸리히는 “종교는 인간의 궁극적 관심사(ultimate concern)’라고 표현했습니다. 때문에 인간은 인류 역사 속에 끊임없이 종교를 만들어내었던 것입니다.
종교와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드리자면, 종교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신앙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입니다. 이 둘의 기원이 다릅니다. 인간은 종교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합니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뜻에 인간의 뜻을 맞추는 것입니다.
때문에 종교는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어차피 자기의 이기적 욕망을 위해 그 종교를 갖고 이용할 뿐이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참된 기독교 신앙은 자신의 뜻을 하나님의 말씀에 맞추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삶의 변화가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신앙을 갖기 전에는 내 뜻대로 살아갔었지만, 예수님을 영접한 이후로는 내 뜻이 아닌 주님의 뜻에 맞추어 가기 때문에 삶이 변화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기준이 다른 겁니다. 종교는 기준이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면, 신앙의 기준은 내가 아닌 하나님께 있는 것입니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유대인들 특별히 종교지도자들인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 그리고 제사장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은 철저히 종교인의 모습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아무리 바르고 옳은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을 전하신다고 해도, 그 말씀에 변화될 마음이 조금도 없습니다. 오히려 바른 말씀을 전하고 계신 예수님을 어떻게든 곤경에 처하게 만들려고 하거나, 더 나아가 죽이고자 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1절을 보시면,
“그 때에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
예수님께서 천국에 관한 비유를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라는 것입니다. 즉, 어떤 사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고, 어떤 사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지를 이 비유를 통해 설명해 주시고 있습니다.
3절부터 5절을 보시면,
“미련한 자들은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가지지 아니하고, 슬기 있는 자들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져갔더니, 신랑이 더디 오므로 다 졸며 잘새”
유대사회에서 결혼식은 주로 밤에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신랑은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신부의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결혼지참금도 전달하고, 결혼을 위한 몇 가지 종교예식을 진행하고 신부를 데리고 신랑의 집으로 와서 신랑의 집에서 본격적인 결혼식과 결혼축하연을 하게 되어 있는 겁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열 명의 처녀는 신부를 위한 들러리였고, 그들의 역할은 신랑과 신부를 마을 입구에서 등불을 들고 맞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신랑이 더디 옴으로 열 명의 처녀들은 모두 다 졸게 됩니다. 그런데 다섯 명의 미련한 처녀는 등을 준비했지만,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슬기 있는 다섯 처녀는 등과 함께 충분한 양의 기름을 준비하고 신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 졸고 있는 사이에 ‘보라 신랑이로다 맞으러 나오라(6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미처 충분한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미련한 다섯 처녀들의 등불은 꺼져가고 있고, 기름을 구하기 위해 허둥지둥 하다가 신랑을 맞이하지 못한 것입니다. 슬기로운 다섯 처녀의 영접을 받으며 신랑은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미련한 다섯 처녀가 문을 열어 달라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 것입니다.
당시 유대인들과 종교지도자들은 종교라는 이름의 ‘등잔’은 갖고 있었지만, ‘기름’이라는 내용 즉 진정한 신앙은 없었던 것입니다. 종교라는 껍데기만 갖고는 결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교회를 3년 다녔다. 10년 다녔다’ 하더라도 그가 종교적인 것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그는 결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교회를 다니면 기독교라는 종교 생활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종교에만 머무는 사람은 아직 진정한 신앙인이 아닌 것입니다. 참된 신앙인은 등잔의 기름과 같은 믿음과 삶의 변화와 같은 내용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말이 달라지고, 표정이 달라지고, 태도가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고, 가치가 달라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내 생각과 내 뜻을 앞세우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앞세우고, 주님의 말씀에 내 삶을 일치시키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님이 원치 않으시는 것을 끊으며, 주님이 기뻐하시는 삶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과 에너지를 쏟는 것입니다.
나는 종교인입니까? 참된 신앙인입니까?
등잔은 준비되었는데, 충분한 기름도 준비됐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