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10:16~28>
저는 성향 자체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어떤 큰 역사들을 이뤄가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 못됩니다. 훌륭한 리더가 있으면 그 리더의 괜찮은 참모 역할은 저에게 잘 맞는 거 같습니다. 또는 이미 갖춰진 어떤 시스템을 잘 관리하는 관리자의 역할 역시 제가 잘 하는 일이라 생각들 때가 많습니다.
6년 반 전에 세부에 와서 필리핀 이민교회를 개척하게 된 저를 생각하면 ‘어떻게 내가?’라는 생각에 가끔 믿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척 멤버 한 사람도 없이, 어디서 든든하게 후원해 주는 곳 없이 이민교회를 개척한다는 것은 어려웠고, 그 개척의 과정은 쉽지 않았고,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많았지만 개척하지 않았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체험들과 은혜들 역시 많습니다.
첫 예배를 우리 집 거실에서 시작했고, 예배 공간으로 쓸 건물을 얻었을 때 누군가 폐쇄된 교회의 오래된 기물들이 있다고 해서 기증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1년 여 뒤에 기증했던 사람이 그 모든 물품을 다시 돌려 달라고 해서 기가 막혔지만, 그 모든 것들을 다 돌려줬습니다. 기물을 구입할 재정도 없고 당장 주일날 성도들이 왔을 때 상가 바닥에 앉아 예배드릴 걸 생각하니 아찔해서 300페소(7천원) 정도 하는 프라스틱 의자들을 다만 얼마라도 구입 해다 놔야 할 거 같아 쇼핑몰을 돌아다녀봤습니다. 그 때 개척교회 목사로서 마음이 얼마나 처량하고 낙심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기증 받았던 교회 기물들을 다 돌려주고 텅텅 빈 예배실에 홀로 앉아 기도할 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초라한 모습으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 제게 마태복음 9장 17절 말씀인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고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 말씀으로 용기를 얻어 남아 있었던 우리 성도들과 특별헌금도 하고, 한국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이전보다 더 멋지고 더 아름다운 기물들로 교회 안에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압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아무것도 없어도 거기에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고, 후에 하나님은 더 좋은 것들로 채워주실 것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풍랑이 이는 바다에 떠있는 배위에서 주무실 수 있었던 것은 이 하나님의 평안을 누리셨던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안전하고 아무 걱정 없는 삶을 사는 것을 추구하기 보다, 때로 여러 가지 인생의 폭풍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믿음의 역사가 무엇인지를 경험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믿음의 체험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그는 영적 근력, 믿음의 근력이 더 강해져 가는 것입니다.
여호수아와 그 백성들은 가나안 정복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철의 2중 성벽을 자랑하는 여리고와의 전투를 치렀습니다. 또 아이성의 전투에서 첫 번째로 패전을 경험했지만 2차전에서는 완벽하게 승리했고, 세 번째 전쟁이 될 번한 기브온과의 전쟁은 평화조약을 통해 넘기게 되었습니다. 가나안 정복전쟁은 그렇게 한 성(城)씩 정복해 나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동맹을 맺은 기브온이 가나안 5개 왕국 연합군의 공격을 받게 되었고, 여호수아는 이미 지쳐있었던 군사들을 다시 일으켜 40km를 뛰어 올라가 그들과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분명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승리에 대한 언약의 말씀을 주셔서 그것을 믿고 용맹하게 싸웠습니다. 중간에 우박이 적진에 떨어지는 초자연적인 하나님의 개입도 있어서 그 전쟁을 큰 승리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5개 동맹국의 다섯 왕들은 후퇴하다 한 굴에 숨어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된 여호수아가 패잔병들을 잔멸하고, 굴에 숨어 있던 다섯 왕을 생포해 이끌어 낸 것입니다. 지휘관들에게 그 왕들의 목을 발로 밟으라 명령합니다(16~24).
그리고 25절입니다.
“여호수아가 그들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고 강하고 담대하라 너희가 맞서서 싸우는 모든 대적에게 여호와께서 다 이와 같이 하시리라 하고”
여호수아와 백성들은 한꺼번에 다섯 왕국의 주력부대를 전멸한 것입니다. 이 일을 통해 다섯 왕국은 용맹한 용사들과 군대를 잃었고, 이스라엘은 추후에 손쉽게 그 성들을 정복해 나갈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정복전쟁 초기 한 성씩 정복해 나가다가 한꺼번에 다섯 왕국의 군대와 싸웠으니 그 얼마나 두렵고 어려운 싸움이었겠습니까?
그러나 이것은 믿음의 역사를 체험한 것이었습니다. 여호수아가 이 구절을 통해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고 강하고 담대하라 너희가 맞서서 싸우는 모든 대적에게 여호와께서 다 이와 같이 하시리라’하며 하나의 증표를 보여주시고 있는 것입니다.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이었고,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믿음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이런 역사들이 체험되어진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앞에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놓여져 있습니까? 불안하기도 하고, 염려와 걱정이 될 만한 일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불가능은 없습니다. 이것은 믿음의 역사를 체험할 좋은 기회인 것입니다. 이것이 여러분의 믿음의 간증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여러분의 영적 근력과 믿음의 근력을 키워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놀라지 말고, 강하게 담대히 맞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