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3:1~20>
우리가 특별한 기간 동안 작정해서 기도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40일이든, 70이든, 120일이든… 작정해서 기도할 때는 보통 어떤 특별하고도 중요한 기도제목을 놓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 혹은 ‘작정기도’라고 하면 ‘기도 응답’이란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그 기도를 통해 기도하는 제목이 응답되어 그 일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하기도 하고, 그것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간증거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제가 부교역자로 섬겼었던 의정부광명교회에서는 매년 1월이 되면 담임목사님과 함께 우리 부교역자들은 70일 동안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철야기도를 합니다. 추운 겨울이기 때문에 침낭을 가지고 가서 기도하다가 1~2시간 정도 그 자리에 침낭을 깔고 자기도 합니다. 그리고 새벽기도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밥 먹고 낮에는 거의 매일 하루에 예닐곱 가정씩 신년 대심방을 다닙니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1월초에 시작된 70일 기도는 3월 중순이 되어야 끝이 나는 겁니다. 그러니깐 두 달 반 동안 집에서 잠을 안 자는 겁니다. 그렇게 70일을 하는 건 체력으로는 못 합니다. 체력의 한계도 넘고, 영적 한계도 넘어야 가능한 일인 거 같습니다. 처음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담임목사님이 원망스럽기도 한데, 그런데 젊은 우리보다 체력도 안 좋으시고 연세도 있으신 담임목사님도 우리와 함께 70일을 꼬박 같이 하시니 원망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 70일을 통해 어떤 대단한 기도제목을 응답 받았거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70일을 영하의 강추위를 견디며 철야기도를 매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 영적근력이 붙기 시작하는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하루 이틀도 아니고 70일 밤을 새고, 낮에는 예닐곱 가정씩 매일 심방을 하고, 오후와 저녁에는 여러 가지 교회 행정들을 처리하고… 이건 체력의 한계를 넘어가는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체력이 아니라 영적 능력으로 사역하고, 살아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기도 안에는 ‘기도 응답, 소원 성취’와 같은 것들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내면이 바뀌고, 믿음의 능력이 길러지고, 영적 능력이 더 확장되더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기도하는 것은 우리의 내면적인 부분에 많은 변화들을 이뤄가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창세기 33장은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야곱의 모습과 그 야곱을 죽이려고 했던 형 에서가 20년 만에 만나는 장면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1절을 보시면
“야곱이 눈을 들어 보니 에서가 사백 명의 장정을 거느리고 오고 있는지라 그의 자식들을 나누어 레아와 라헬과 두 여종에게 맡기고”
야곱이 저 멀리 바라보니 20년 만에 만나게 될 쌍둥이 형 에서가 400명의 장정을 거느리고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오고 있는 장면입니다. 20년이나 지났음에도 야곱은 과거의 와일드하던 형 에서가 떠올라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맨 앞에는 두 여종과 자식들을 앞세우고, 그 뒤에는 레아와 그 자식들을 세워두고, 그 뒤에는 라헬과 요셉을 세워뒀습니다.
그런데 창세기 32장 7절, 8절에서
“야곱이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 자기와 함께 한 동행자와 양과 소와 낙타를 두 떼로 나누고, 이르되 에서가 와서 한 떼를 치면 남은 한 떼는 피하리라 하고”
야곱은 형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형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치면 그 사이에 도망이라도 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창세기 32장 11절을 보시면
“내가 주께 간구하오니 내 형의 손에서, 에서의 손에서 나를 건져내시옵소서 내가 그를 두려워함은 그가 와서 나와 내 처자들을 칠까 겁이 나기 때문이니이다”
야곱에게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절박하게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창세기 32장은 이런 절박한 야곱의 기도와 얍복 강가에서 날이 새도록 천사와 씨름을 하던 야곱의 모습이 이어집니다. 이것 역시 씨름하듯 힘을 다해 기도하던 야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20년 전 야곱을 향해 이를 갈며 분노에 휩싸여 있던 에서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대로 고향으로는 돌아가야 하는데 너무 겁이 나고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처절하고 절박하게 기도하던 야곱을 만나주셨고, 그에게 평안을 주셨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 창세기 33장 3절을 보시면,
“자기는 그들 앞에서 나아가되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며 그의 형 에서에게 가까이 가니”
그리고 4절을 보시면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맞추고 서로 우니라”
에서는 야곱을 죽이려고 400명의 군사를 데려왔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하나님께서 에서의 마음을 녹여주셔서 쌍둥이 동생 야곱을 용서하고 혈육의 정으로써 그를 맞게 하셨습니다. 야곱도 과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장자의 명분을 취하고자하는 야망가였으나 이젠 무엇이든 기도하는 겸손한 기도자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야곱이 걱정하던 그 앞의 상황은 변해있었던 것입니다.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나기 앞서 처절하고 절박하고 간절한 기도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시고 형 에서의 마음을 녹여주셨고, 야곱을 보호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기도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야곱을 더 철저한 기도의 사람, 겸손의 사람, 관용과 믿음의 사람으로 변화시켜주셨던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내면과 인격과 삶을 먼저 변화시키신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환경과 상황과 문제의 변화는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기도할 때 우리의 내면부터 우리의 문제들까지 변화될 것입니다. 특별한 문제가 있을 때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기도가 우리의 삶이 되고, 우리의 일상이 되고, 우리의 호흡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