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4:18~31>
제임스 A. 로빈슨이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2012)』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15년간 고대 역사 속의 나라들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경제와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부흥하고 성장한 나라들과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패 속에 있는 나라들을 비교하며 분석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를 우리 한반도의 ‘북한’과 ‘남한’을 예로 들고 있기도 합니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되었는데, 분단되기 전 남북의 경제 상황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일제 35년을 거치면서 대륙의 야망을 갖고 있었던 일본제국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북한 쪽에 모든 공업시설들을 지어놨었고, 남한은 그냥 농업이 주산업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깐 해방된 이후분단 된 한반도의 그 조건은 똑같았고, 지하자원 자체가 북한에 많았기 때문에 북한은 남한에 비해 월등하게 모든 면에서 경제적으로 부강했습니다. 때문에 1970년대까지 남한은 북한과 비교해 너무나도 가난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장 폐쇄적인 나라지만, 남한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 중에 하나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리적 요인도, 인종적 조건도 아니라 결국 ‘제도’의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남한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고 있었던 북한이 점점 망해갈 수밖에 없고, 실패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정치 시스템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남한은 지하자원 하나 없는 조건을 갖고 있었지만 정치와 행정과 제도가 안정되고 성장할 수밖에 없는 선순환의 구조를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 나라의 역사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속에도 ‘선순환과 악순환’이란 것이 있습니다. 선순환의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복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악순환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죄와 실패와 저주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야곱의 딸 디나가 그 땅의 추장 세겜에게 강간당하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야곱의 아들들은 분노했고, 사랑하는 여동생을 짓밟은 추장 세겜을 용서할 수 없었고,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계략을 짰습니다. 여동생 디나의 결혼 조건으로 세겜 부족의 남자들 전체가 ‘할례’를 하면 혼인시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디나와 결혼하고 싶었던 세겜은 부족 사람들에게 돌아가 부족원들을 설득하게 됩니다.
21절을 보시면,
“이 사람들은 우리와 친목하고 이 땅은 넓어 그들을 용납할 만하니 그들이 여기서 거주하며 매매하게 하고 우리가 그들의 딸들을 아내로 데려오고 우리 딸들도 그들에게 주자”
그리고 23절도 보시면,
“그러면 그들의 가축과 재산과 그들의 모든 짐승이 우리의 소유가 되지 않겠느냐 다만 그들의 말대로 하자 그러면 그들이 우리와 함께 거주하리라”
야곱의 아들들도 숨겨둔 의도가 있었다면, 부족장 세겜 역시 다른 셈법이 있었던 것입니다. 야곱 부족을 흡수해 야곱의 부족원들 뿐만 아니라 재산과 가축들 까지도 세겜 부족화 해 버리겠다는 것입니다. 그 일을 통해 부족의 세를 더 크게 불리고자 하는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야곱의 아들들이 제안한 것을 흔쾌히 받아 들였고, 모든 부족의 남자들은 모두 할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5절을 보시면,
“제삼일에 아직 그들이 아파할 때에 야곱의 두 아들 디나의 오라버니 시므온과 레위가 각기 칼을 가지고 가서 몰래 그 성읍을 기습하여 그 모든 남자를 죽이고”
세겜의 모든 부족 남자들이 할례를 행하고, 아직도 아파서 꼼짝하기 어려울 때에 야곱의 두 아들인 ‘시므온과 레위’가 각기 칼을 가지고 가서 세겜 성읍을 기습해 모든 남자를 죽이고, 그 추장 세겜을 죽이고, 여동생 디나를 집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그리고 야곱의 여러 아들들은 세겜 성으로 다시 가서 그들의 양과 소와 나귀와 모든 재물을 노략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30절을 보시면,
“야곱이 시므온과 레위에게 이르되 너희가 내게 화를 끼쳐 나로 하여금 이 땅의 주민 곧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에게 악취를 내게 하였도다 나는 수가 적은즉 그들이 모여 나를 치고 나를 죽이리니 그러면 나와 내 집이 멸망하리라”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야곱은 그 주동자인 디나의 오라비 ‘시므온과 레위’에게 ‘너희가 내게 화를 끼쳐 이 땅의 가나안 부족들의 원수가 되게 했다. 우리는 수가 적은즉 그들이 모여와 우리를 치면 우리 모두는 멸망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들을 책망하게 됩니다. 야곱의 불길한 예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야곱이 그 전에 아들들의 분위기를 알았다면 가장으로서 그것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도 없지 않아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죄의 악순환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겜이 어린 처녀였던 디나를 강간했고, 그것은 야곱의 아들들의 분노를 샀고, 시므온과 레위는 복수를 감행했고, 세겜과 그 부족은 몰살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그것은 또 세겜 부족과 같은 종족들이라 할 수 있는 가나안의 부족들에게 야곱과 그 아들들은 복수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잘못된 생각과 말과 태도와 행동은 반드시 또 다른 악의 고리를 형성해 계속해서 악과 저주와 실패와 같은 것으로 순환하게 되는 죄의 악순환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가 사랑하고, 이해하고, 섬기고, 축복하고, 선하게 말하는 아름다운 행동들은 결국 내게 복이 되어 돌아오게 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7장 12절에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하셨습니다. 선하게 말하십시오. 친절하게 말하십시오. 사랑으로 행하십시오. 이해하십시오. 배려하십시오. 축복하십시오. 그것은 선순환의 고리가 되어 내게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