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5:23~36:8>
요즘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나라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있습니다. 어제 오후부로 1,766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아직 검사 결과가 다 나오지 않은 신천지교인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많은 확진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요즘 한국의 대형교회들 중에 인터넷으로 예배드리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고, 주중의 모든 모임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부는 한국–세부 행 직항 항공기가 매일 20대가 넘게 뜨는 관광의 도시입니다. 2만 명 정도 거주하는 교민들 중에 어학연수와 조기유학으로 온 분들도 많고, 여기서 업을 갖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이 관광업이나 교육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인해서 한국과 세부 노선들이 잠정 중단되고 있고, 한국인들의 필리핀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서 필리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곳에서 생업이 있는 우리 성도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 속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그러니 이곳에 여행 오는 것과 어학연수나 조기유학 오시는 분들도 주춤할 수밖에 없고, 거기에 우리 성도들과 교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난 주간에 여행업을 하시는 우리 성도의 기업에 기도해 주러 잠시 들렀습니다. 제가 ‘집사님 많이 힘드시죠’라고 위로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사님이 여기서 오랫동안 여행업을 하셔서인지 ‘목사님, 2002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때에도, 2012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중후군) 때에도 여행업은 크게 타격을 입었는데, 이럴 때는 버티는 사람들이 결국 살아남는 거에요.’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어렵지만 잘 버티어 낼 각오를 그렇게 다지셨습니다. 분명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어 내다보면 또 좋은 날을 맞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다 포기하고 여길 떠나면 여기서 실패에 대한 기억 외에는 남는 게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야곱의 열두 아들의 이름(창35:23~26)
[2] 이삭의 죽음과 장례(창35:27~29)
[3] 에서의 아내들과 아들들(창36:1~5)
[4] 에서의 세일 산 이주(창36:6~8)
창세기 35장 26절 하반절에 보면 “…이들은 야곱의 아들들이요 밧단아람에서 그에게 낳은 자더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깐 야곱은 자식들 대부분을 밧단아람에서 지내는 20년간 낳았습니다.
그리고 27절을 보시면,
“야곱이 기럇아르바의 마므레로 가서 그의 아버지 이삭에게 이르렀으니 기럇아르바는 곧 아브라함과 이삭이 거류하던 헤브론이더라”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낳은 자식들과 함께 가나안 땅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 이삭이 있었던 헤브론 땅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아버지 이삭은 180세로 매우 늙었고, 그 즈음에 죽어 에서와 야곱에 의해 장사되게 됩니다.
그리고 창세기 36장1절부터 5절까지는 야곱의 쌍둥이 형 에서의 족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에서가 어떤 지역의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에서는 가나안 여인 중 헷 족속의 딸과 결혼했고, 히위 족속의 딸과 결혼했고, 이스마엘의 딸과 결혼하여 아들들을 낳았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에서는 공교롭게도 선택받지 못한 가나안 족속의 딸들과 혼인했고, 이삭과 이스마엘 중에 역시 선택받지 못한 이스마엘의 딸과 결혼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6절부터 8절까지는 에서가 동생 야곱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7절, 8절을 보시면,
“두 사람의 소유가 풍부하여 함께 거주할 수 없음이러라 그들이 거주하는 땅이 그들의 가축으로 말미암아 그들을 용납할 수 없었더라. 이에 에서 곧 에돔이 세일 산에 거주하니라”
에서는 야곱과 함께 아버지 이삭이 살던 가나안 땅 헤브론에 함께 거주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소유가 너무 많아서 새로운 장소를 찾아나서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에서는 가나안 땅의 남쪽인 아라비야 지역의 세일산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과거 아브라함과 롯이 소유가 너무 많아 헤어질 때의 장면이 떠오르게 합니다. 아브라함은 헤브론 즉 가나안 땅에 머물렀다면, 롯은 소돔과 고모라를 선택하고 떠나게 됩니다. 아브라함과 야곱은 약속의 땅에 머무는 자였다면, 롯과 에서는 그 약속의 땅을 떠나는 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야곱은 20년간 밧단아람에 살았지만, 그는 가나안 땅에 기를 쓰고 들어와 정착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서는 롯과 같이 그 땅을 떠나는 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명 에서에게도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는 그래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누가복음 10장 42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마르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여러분, 하나님께서 복 주시는 것을 남에게 양보하지 마십시오. 야곱은 기를 쓰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 머무는 자가 되었다면, 에서는 그 가나안 땅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갑니다. 그 가나안 땅에 머물렀던 야곱은 장차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 이스라엘에게서 만왕의 왕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시었던 것입니다.
때로는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으로 포기하지 말고, 하나님의 약속과 축복이 있는 곳에 머무시는 것이 결국 승리하는 길인 것입니다. 마리아와 같이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것들은 다 양보해도 은혜는 양보하는 게 아닙니다. 욕심내어서 그 은혜는 받아 누려야 하는 것입니다. 야곱은 머물렀고, 에서는 떠났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아래 머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