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은 피하라”

<잠언 27:13~14>

저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부모님의 돌봄을 받으며 자라지 않았습니다. 부모 없이 고아처럼 자라다 보니깐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나니 그 가정이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특히 1996년에 저를 닮은 첫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리고 곧이어 둘째도 태어났습니다. 제가 정말 많이 예뻐했습니다. 전도사생활을 하며 어려운 살림이지만 아이들에게 늘 좋은 것을 해 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한국의 건조한 날씨에 혹여나 아이들의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에 매일 가습기를 청소하고, 가습기 살균제도 빠지지 않고 넣어서 아이들 머리맡에 항상 틀어줬습니다. 아내는 살균제를 굳이 안 넣어도 괜찮다고 하는데, 제가 가습기를 준비해 주는 날은 빠지지 않고 꼭 살균제를 넣어줬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을 분노케 하는 사건이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날 즈음에 처음 살균제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2천년을 전후로 해서 60만개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저도 그 소비자 중에 한 사람이었고, 2011년부터 원인불명 폐질환으로 죽은 사람이 영유아36명을 포함해서 78명이었습니다. 역학조사결과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이란 것이 판명난 겁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이 감사할 뿐이지만, 저와 같이 가족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얼마나 분노할 일입니까? 차라리 살균제를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던 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도 ‘백해무익(百害無益)’이란 말과 같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도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될 상황들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잠언은 “이런 상황은 피하라”는 것입니다.

13절을 보시면,
“타인을 위하여 보증 선 자의 옷을 취하라 외인들을 위하여 보증 선 자는 그 몸을 볼모 잡을지니라”

보증을 섰을 경우에 옷을 담보로 갖고 있으라는 말이고, 낯선 사람(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보증할 경우에는 그 몸을 볼모로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보증이라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잠언에 이런 말씀이 나오니깐 ‘담보를 잡고, 심지어 볼모로 잡아두는 이런 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서로 믿고 살아야지…’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라는 건 그만큼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잠언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안 할 거 같으면 아예 보증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말씀하시고 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잠언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보증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잠언6:1~5, 11:15, 17:18, 22:26~27).

이중 잠언 22:26~27절에서는 직접적으로 보증을 서지 말라고 경계하시고 있습니다.

“너는 사람과 더불어 손을 잡지 말며 남의 빚에 보증을 서지 말라. 만일 갚을 것이 네게 없으면 네 누운 침상도 빼앗길 것이라 네가 어찌 그리하겠느냐”

라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오늘 본문에서 보증을 설 경우에 담보를 잡거나 볼모를 잡아두고 있어야 한다는 강경한 표현들은 ‘보증에 대한 위험’을 경계하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이 전의 좋은 관계를 서로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란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보증 서게 된 경우 결국 그 관계가 깨지고 도리어 미움과 분노와 원한 관계로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라는 겁니다.

14절에서는
“이른 아침에 큰 소리로 자기 이웃을 축복하면 도리어 저주 같이 여기게 되리라”

하셨습니다. 어제 늦은 밤에 한국 가셨던 우리 집사님이 한 달 반 만에 세부에 돌아오셨습니다. 또 집사님의 집이 우리 옆집입니다. 어제는 너무 늦어서 인사를 못했는데, 제가 아침 일찍부터 집사님 보고 싶은 마음에 문을 쾅쾅쾅 두드리고 깨우면 아마도 집사님은 눈 비비고 나오실 겁니다. 하지만, 여독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자다가 억지로 깨어 손님을 맞으려고 하면 그건 하나도 안 반가운 겁니다. 도리어 피해가 되는 겁니다. 14절은 그런 의미의 말씀입니다.

이런 상황도 피해야 하는 겁니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겁니다. 내가 말해야 할 때가 있고, 침묵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내가 축복의 말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좀 시기를 기다렸다가 해야 할 때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지혜가 필요합니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이런 지혜가 있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있을 때 그런 지혜도 생기는 겁니다. 오늘 하루를 살면서도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번한 그런 상황들은 피하십시오. 그 순간순간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오늘을 승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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