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4:18~20>
– 믿음의 기업(14) –
우리 교회 오셔서 신앙생활하시는 성도님들에게 “어떻게 세부에 오시게 되셨어요?” 이렇게 물으면 종종 듣는 얘기가 ‘제 지인이 여기 있어서 그 분 믿고 왔습니다’는 대답입니다. 연고도 없이, 아는 사람도 없이, 낯선 이 땅에 와서 살려면 처음에 치러야 할 교육비가 많이 듭니다. 돈도 많이 까먹고, 상처도 많이 받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람에 대한 경계심까지 갖게 되어 괜히 한인들 많은 곳에는 안 가게 되기도 하고… 얘기를 듣다보면 의외로 그런 분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래도 지인이 있어서 오신 분들은 도움을 받다보니 다른 분들보다 좀 더 빨리 정착하는 거 같습니다. 집을 어디에 어떤 집을 얻어야 하는지, 인터넷은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자동차는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 아이들 학교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정도만 정리되어도 낯선 이 땅에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좋은데, 그 지인 하나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어느 순간 그 사람의 다른 모습들을 보게 되는 겁니다. ‘어? 이 사람이 나를 이용하는 거 같다. 나를 돈 벌이로 생각하는 거 같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관계가 틀어지고 세부생활이 힘들어지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사람은 사랑해야 할 대상이지, 신뢰 또는 신앙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는 겁니다. 서로 간에 믿고 신뢰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하듯이 그 사람을 신앙하다가는 크게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믿었던 사람의 연약함을 보면 그것을 이해하고 기도해 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 우리가 사람을 향해 가져야 할 자세인 것입니다.
우리가 전적으로 신뢰하며 신앙해야 할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밖에 없습니다. 모세가 40년간 애굽의 왕궁에 있었을 때는 자신의 능력과 배경을 신뢰했었던 겁니다. 하지만, 한 순간에 그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고, 왕자의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잃고 40년간 양을 치는 목동이 된 겁니다.
출애굽기 4장2절에서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지팡이니이다”
모세의 손에는 ‘마른 나무 지팡이’ 외에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가 과거 왕자의 지위에 있었을 때는 주변에 여러 가지 환경적인 의지의 대상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40년 후 이제 그의 손에는 마른 나무 지팡이 밖에 없었습니다. 또 80세의 나이가 되었기에 육체적인 힘도 없었습니다. 수많은 종과 군대를 거느린 부족장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늙은 노인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제 주님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이스라엘 민족을 출애굽 시켜야 할 사명을 주셨습니다. 모세는 당시 장인 이드로에 속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장인에게 애굽에 있는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애굽에 다녀올 것을 허락 받게 됩니다.
19절 말씀을 보시면,
“여호와께서 미디안에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애굽으로 돌아가라 네 목숨을 노리던 자가 다 죽었느니라”
40년 전 ‘투트모세 3세(B.C.1504~1482년)’는 모세를 정치적 라이벌이며, 눈의 가시처럼 생각하고 미워했었는데 그도 죽었습니다. 하지만, 모세가 마른 나무 지팡이 하나 들고 가서 싸워야 할 상대는 투트모세 3세의 아들 ‘아멘호텝 2세(B.C.1450~1425)’였습니다. 그도 애굽의 절대 권력자 왕 바로(Pharaoh) 왕이었습니다.
20절을 보시면,
“모세가 그의 아내와 아들들을 나귀에 태우고 애굽으로 돌아가는데 모세가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았더라”
분명 2절에서 모세의 지팡이는 그냥 마른 나무 지팡이였습니다. 똑같은 지팡이였지만, 2절에서 19절을 지나는 사이에 그 지팡이는 ‘하나님의 지팡이’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모세는 40년 만에 애굽으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모세를 환영하는 사람이 기다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를 민족 지도자로 추대하거나, 추앙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낯선 곳에 모세는 지팡이 하나 들고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목자의 지팡이에 담긴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시편23:4절에 보시면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安慰)하시나이다”
목자의 지팡이 즉 여기서는 하나님의 지팡이에는 몇 가지 기능과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인도를 받으라.
목자가 지팡이를 짚고 가는 곳에는 푸른 풀밭 쉴만한 물가가 있는 겁니다. 이제 그 하나님의 인도를 받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라.
모세의 지팡이는 마른 나무 지팡이였지만, 그 지팡이가 하나님의 지팡이가 되었습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지팡이가 되어서 3절에서는 뱀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그 지팡이로 홍해를 가르기도 하고, 반석에서 샘물이 터지게도 하고, 아말렉 전쟁에서 승리케도 했던 겁니다.
셋째, 하나님과 동행하라.
목자의 손에 늘 지팡이가 있듯이, 하나님의 지팡이가 늘 모세의 손에 쥐어 있는 한 모세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겁니다. 앞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나 하나님과 동행할 때 승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 필리핀 세부의 낯선 환경 속에 들어와서 살아갈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웠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이 그렇습니다. 어려서부터 익숙해 왔던 환경 속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무엇인가 이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면 새로운 환경 속에 적응하기도 해야 하고 거기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고 나아가십시오. 그것으로 인해 하나님의 인도를 받게 되고, 하나님의 능력이 임하게 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