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89:19~37
저희 가정이 필리핀에 처음 와서 정착할 때, 주변에 있는 분들이 ‘영수증 같은 것을 꼭 받아서 잘 정리해 두어야 하고 또 계약서 역시 금고에다 잘 보관해 둬야 한다’고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처음에 이것저것 필요한 생활용품이나, 간단한 제품들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한국과 달리 선풍기 하나만 사더라도 모두 테스트를 한 후에 판매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저러나?’ 생각을 했는데, 정말 여기서 살다 보니깐 전구 하나를 사더라도, 선풍기 하나를 사더라도 다 테스트를 해 보고 사는 게 지혜로운 거였습니다.
한국과 달리 불량제품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꼭 테스트 후에 구입해야 하는데, 정작 불량제품을 구입했을 때,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그것을 환불하거나, 교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품보증서’나 ‘영수증’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게 없으면 환불도, 교환도 안 되는 겁니다.
그러니깐 제품을 구입한 ‘영수증’이 서로 돈과 제품을 주고받은 ‘작은 계약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깐 제품에 하자가 있을 때, 그걸 들고 가서 당당히 ‘바꿔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요즘 주일 낮에는 창세기 17장의 아브라함 시리즈를 함께 살펴보고 있는데, 창세기 17장에는 ‘나의 언약(My conenant)’이란 표현이 무려 아홉 차례에 걸쳐 나옵니다. 계약자 당사자 간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필요한 ‘쌍무계약’이 아니라, 주계약자이신 하나님께서 갑자기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일방적으로 하신 ‘편무계약(片務契約)’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부족해도 하나님께서 끝까지 책임져 주시겠다는 언약인 것입니다.
그러니깐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는 계약서가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있을 수 있고, 고난이 오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그 때 우리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계약서 즉 ‘언약’을 붙들어야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기는 겁니다.
시편89편은 유다지파와 다윗 왕가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기록되었던 시편입니다. 나라가 위태하고, 그 왕국이 흔들리니깐 다윗의 후손 중에 왕의 자리에 올라가 있다 하더라도 그 자리도 위태한 상황인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이 붙들고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언약’인 것입니다.
28절 말씀을 보실까요?
그를 위하여 나의 인자함을 영원히 지키고 그와 맺은 ‘나의 언약’을 굳게 세우며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백성을 버리지 않고, 반드시 그 언약대로 이루어주실 것을 굳게 믿고 있는 겁니다.
19절부터 28절까지는 하나님께서 다윗을 찾아내셔서(20절), 그를 선택하시고(20절), 그를 강하게 하시고(21절), 그의 모든 대적들을 멸하시고(23절), 누구도 다윗을 대적하지 못하도록 다윗을 크게 높여주시고(22~24절), 그에게 넓은 영토를 주시고(25절), 그를 세상 왕들 중에 지존한 왕이 되게 하셨다(27절)는 겁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다윗과 맺으신 언약을 굳게 세워 가시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29절부터 37절까지는 하나님께서 다윗뿐만 아니라 다윗의 후손들까지 다윗의 뒤를 이어 왕의 자리에 앉으시고(29절), 만약에 그 자손들이 하나님의 법을 어겨 범죄할 경우에 징계를 통해서라도 그들을 돌이키시겠다(30절~32절)는 겁니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어떻게 하신다는 겁니까?
33~34절 말씀을 보시면
그러나 나의 인자함을 그에게서 다 거두지는 아니하며 나의 성실함도 폐하지 아니하며, 내 언약을 깨뜨리지 아니하고 내 입술에서 내 것은 변하지 아니하리로다
하셨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윗의 후손에 이르기까지 그 왕위를 견고히 해주시고, 영원히 붙들어주시겠다(36~37절)는 언약(계약)이 바로 하나님의 언약(My covenant : 28절)인 것입니다.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인생의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큰 위기가 왔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날 버리지 않으시고, 날 붙드시고, 반드시 나를 다시 높여주신다’는 언약을 붙들 때 그 위기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이 영원한 언약을 붙들고 승리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