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06:6~12
우리가 성경을 읽다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보며, ‘어쩜 저렇게도 자주 마음이 흔들리고, 믿음이 견실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정말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면, 어떤 때는 그렇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열광하고 영광 돌리다가도 어떤 어려움이나 시험이 오면 한 순간에 원망하고, 불평하고, 불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게 한 두 번이 아닌 겁니다. 모세 오경을 읽어봐도, 여호수아서나 사사기를 읽어봐도, 사무엘상부터 역대하까지의 역사서를 읽어봐도…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은 참 굴곡이 심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시대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명설교자인 ‘스펄전(Spurgeon)’목사님은 그들의 믿음을 평가하기를 ‘이스라엘의 찬양과 이스라엘의 범죄 사이는 오십 보 백 보이다’라고 말했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며칠간 나누어서 나눌 시편 106편 6절부터 48절까지의 내용을 묵상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은 참 종잇장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잇장 같다’는 말은 종이의 낱장처럼 아주 얇고 얇은 것을 말할 때 씁니다. 조금만 힘을 줘도 ‘북~’하고 찢어지고, 물만 살짝 닿아도 녹아내리는 것이 ‘종이’의 특성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이 종잇장 같은 겁니다. 작은 시험에 불평하고 원망하고 그동안 갖고 있었던 믿음이 시험이라는 물이 닿자마자 녹아내려 이전의 충만했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나 106편의 시인은 그것이 단지 과거의 어떤 조상들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었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6절 말씀을 보시면
우리가 우리의 조상들처럼 범죄하여 사악을 행하며 악을 지었나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출애굽 1세대의 범죄를 중심으로 본문이 기록되어 있는데, 오늘 읽은 본문은 그 출애굽 1세대의 죄 중에 한 부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출애굽 1세대가 범죄했던 것 처럼, 하나님 앞에 동일하게 반복적으로 범죄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겁니다. 종잇장 같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이나, 그 시를 쓰고 있는 시대의 이스라엘 민족의 후손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출애굽은 하나님께서 애굽에 내린 10가지 재앙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런 놀라운 재앙이 있었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전혀 그 재앙에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안전했고, 하나님의 은혜가 그들 위에 있었습니다.
그 놀라운 기적과 은혜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홍해 앞에 다다르자 그들은 그들을 인도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고, 차라리 애굽에서 종살이 하는 게 낳을 뻔 했다는 등 불평과 불신앙을 드러냈습니다(출14:10~12).
그런데 그런 종잇장 같은 믿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홍해를 가르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홍해 한 가운데를 마치 마른 땅을 지나듯이 안전하게 건너가게 하셨습니다. 그것을 통해 그들을 원수의 손에서 구원하셨던 겁니다.
반면, 그들을 뒤쫓던 애굽 군대는 홍해 물에 수장했던 겁니다. 이에 12절에 보면, ‘그들이 그의 말씀을 믿고 그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도다’라고 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은 하나님을 다시 찬양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은 고저(高低)가 너무 심했습니다. 정말 그들의 믿음은 종잇장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신 이유는
8절 말씀에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자기의 이름을 위하여 그들을 구원하셨으니 그의 큰 권능을 만인이 알게 하려 하심이로다
하나님께서 우릴 선택하셨습니다. 우리가 부족해도, 죄가 많아도, 믿음이 종잇장 같아도… 주님의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는 우리 편에 서 계시는 겁니다. 부족해도 당신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으시기 위해서라도 우릴 구원하시고, 놀라운 능력을 일으키시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나, 지금 우리의 모습이나 스펄전 목사님 말씀대로 ‘오십 보 백 보’ 아니겠습니까? 오늘 설교 주제와 같이 ‘종이 한 장 차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믿음이 좋아 보였는데, 작은 시험 하나에 쉽게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정말 괜찮은 믿음인 줄 알았는데 한 순간에 믿음의 밑바닥을 보기도 하는 겁니다.
이게 남들 얘기겠습니까? 우리도 큰 차이 없습니다. 믿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내 믿음이 종잇장 같다고 생각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님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은혜를 베풀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 은혜를 잊지 말고, 영적 어린아이의 모습을 벗고, 견고한 믿음을 구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