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9:7~15>
– 믿음의 기업(58) –
어제 우리 집사님 한 분이 교회에 잠시 기도하러 오셨다가 우리교회 옆에서 가구 전시장을 준비하고 계신 사장님 한 분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주 전 즈음에 제가 주일예배 설교를 하고 있는 중간에 교회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잠시 앉아 설교만 듣고 다시 나가신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잠시 말씀을 나눠보니, 어릴 때 한번 교회 나가보고 지금까지 한 번도 교회를 다녀본 적이 없으셨던 50대 남자분이셨습니다. 그런데 나무 톱밥과 먼지 뒤집어쓰고 작업하시다가 옆에 교회도 있고 해서 잠시 설교 말씀을 들으셨는데, 내용 중에 “위기 속에는 기회가 있다”는 설교말씀에 크게 감명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회를 가고 싶은데 용기가 잘 나지 않는다고 쑥스러워 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얘기를 나누는 중에 ‘세부에서 힘든 일들은 다 필리핀 사람 통해서 하려고 하고 보스 행세만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 분은 잘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그 분과 헤어지고 나서 우리 집사님하고도 잠시 기도제목을 나눴는데, 집사님도 이것저것 추진하는 것도 많고 계획도 많고 기도제목도 많았습니다. 동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집사님 이렇게 열심히 사시려 애쓰시는데 잘되셨으면 좋겠다’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아마 우리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겁니다. 세부에서 사기치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는 사람들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땀 흘리며 열심히 사는 분들이 형통의 주인공이 되기를 우리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형통의 조건일 수 있습니다.
출애굽기 19:5절, 6절을 보시면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이 구절은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신정왕국 이스라엘이 하나의 국가로서 세워지면서, 하나님께서 그와 이스라엘 사이의 언약을 제시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소유’라는 말은 일반적인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특별한 소유(보물, 보배)라는 뜻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씀이 신명기 28:1절에서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의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
하나님의 특별한 소유라는 것은 그 민족을 우수하게 해 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민족을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민족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해 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여기 보면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의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이라고 되어 있어서, 기독교 신앙이 어떤 율법적인 행위에 머물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일을 성수하고, 십일조를 하며,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이런 여러 가지 율법적인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언약의 조건이 ‘계명을 지키면 복을 받는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 속에 있는 계명들을 최선을 다해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나 간혹 보면 분명 교회에서 중요한 직분도 맞고 있고, 봉사도 많이 하고, 기도생활도 열심히 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교회 생활에 열심인 분들 중에 크리스천으로서 덕스럽지 못한 말과 행동과 태도들 때문에 초신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시험에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뭘까요? 종교적 열심과 신앙생활은 다릅니다. 불교든, 이슬람이든, 천주교든, 기독교든 종교적 열심은 ‘뭐를 열심히 지키면 형통한다’는 기복신앙(祈福信仰)입니다. 이것은 열심히 뭔가를 하면 복을 받기 때문에 ‘삶의 변화’ 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종교적 열심과는 달리 진정한 신앙생활은 하나님의 말씀과 뜻이 내 삶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전에 내가 고집하고 가던 방법과 욕심과 길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뜻에 맞춰가는 겁니다. 그래서 뭔가 삶의 변화가 따르게 되어 있는 겁니다.
10절을 보시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백성에게로 가서 오늘과 내일 그들을 성결하게 하며 그들에게 옷을 빨게 하고”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언약을 맺기 전에 모세를 통해 하시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과의 그 언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과 언약을 맺는 백성의 조건은 ‘성결(consecrate : 성별하다, 거룩하게 하다)’인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타 민족과 구별되어야 하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런 가치를 갖고 살면 안 되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똑같이 자신의 죄의 정욕에 따라 살아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들과 구별되어야 하는 겁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겁니다. 여러 가지 계명들과 명령들을 따르기 전에, 그들과 구별된 성결함과 거룩함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10절부터 15절에서는 그 성결과 거룩을 백성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또 하루 이틀 삼일 이런 시간까지 두고 있는 것은 그들이 이 중요한 언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하나님 앞에 더 거룩하고 성결하고 깨끗한 준비 기간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던 겁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정말 원하시는 것은 우리 연약한 사람들이 얼마나 율법을 잘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가 아닙니다. 우리는 부족해서 완벽하지도 않고, 자주 실수하고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연약한 죄인이 성결하고 거룩하고 구별된 삶을 살려고 몸부림치는 것을 하나님은 기뻐하시는 것입니다. 바로 그 사람이 하나님의 언약의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주 앞에 성결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