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고향으로”

<창세기 13:1~4> 

우리가 살고 있는 필리핀은 미국의 영향으로 성탄절과 부활절이 연중 가장 큰 휴일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성탄절과 부활절과는 달리 필리핀 사람들은 이런 날들에 먼 지방과 섬들에 흩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모입니다. 필리핀 중부의 가장 큰 도시인 세부 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도 이 날들만 되면 각자의 섬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 친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교통지옥이었던 세부에 이 기간만 되면 도로가 한산해 질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추석이나 설날이 가장 큰 명절이기 때문에 이 때 ‘민족 대 이동’이 있는 겁니다. 1년에 한 두 차례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뵙고, 그 동안 지낸 얘기들도 나누고, 몸과 마음이 안식을 누리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살아가는 겁니다. 자녀들이 고향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양 손에는 부모님께서 바리바리 싸 주신 온갖 고향의 음식들이 한 가득 들려있습니다.

자녀들이 고향에서 어떤 위로를 받습니까? 부모님은 평생 동안 그 자녀 하나 잘되기를 늘 바라며 사셨고, 모든 것을 희생하며 뒷바라지 하고, 그렇게 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는데도 또 자녀들을 위해 한 아름 선물을 안겨 돌려보내시는 겁니다. 부모님은 언제나 나를 사랑하시고, 언제나 나를 응원하시는 이 세상의 유일한 나의 편이라는 것에 몸과 마음이 다시 한 번 위로를 받고 힘은 얻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도 고향이 있습니다. 우리 영혼의 고향은 하나님의 집인 것입니다. 내가 힘들고 어렵고 불안하고 두려울 때 나를 만나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구원해 주신 은혜가 있는 하나님의 품이 우리 영혼의 고향인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기근으로 인해서 잠시 가나안 땅을 떠났었습니다. 장소가 무슨 관계가 있겠냐마는 그 가나안 땅은 상징적으로 하나님의 언약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시련과 어려움이 왔을 때 아브라함은 잠시 인간적인 방법, 세상적인 방법으로 살았었고, 그는 그 일을 통해 더 큰 인생의 위기에 빠졌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개입으로 그 가정을 보호를 받았고, 그는 다시 가나안 땅을 향해 나아갑니다.

1절과 2절을 보시면,
“아브람이 애굽에서 그와 그의 아내와 모든 소유와 롯과 함께 네게브로 올라가니, 아브람에게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하였더라”

여기서 ‘네게브’는 유다 남부의 광야지역을 말합니다. 아브람이 애굽에 내려갈 때 12장9절에서 “점점 남방으로 옮겨갔더라”고 했는데, 여기서의 ‘남방’이 ‘네게브’를 말합니다. 그러니깐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네게브를 거쳐 애굽 땅으로 갔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애굽 땅에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네게브를 거쳐 다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2절에 보니깐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하였더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실수와 죄가 있었던 애굽에서 도리어 아브라함은 더 많은 재물을 얻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이 연상 될 듯합니다. 하나는 아브라함이 사라를 바로 왕에게 넘겨준 실수와 허물을 생각나게 하고, 또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창대하게 하시기 위해서 그의 실수와 허물에도 불구하고 그를 구원하시고 많은 재물까지 얻게 하신 자비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그렇게 많은 재물을 얻어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지만, 아브라함과 사라의 마음속에는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과 불신자인 애굽인들과 바로 왕 앞에서의 수치심 그리고 부부간의 상처가 남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씀이 있었는데, 창세기 12:2절과 3절에서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했던 말씀과 같이 그대로 된 겁니다. 분명 아브라함의 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그에게 은혜를 베풀고 계신 겁니다. 이 사건 하나로만 본다면 바로 왕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 부부를 보호하시고, 바로 왕은 아브라함을 축복하는 도구로 사용하시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3절과 4절을 보시면,
“그가 네게브에서부터 길을 떠나 벧엘에 이르며 벧엘과 아이 사이 곧 전에 장막 쳤던 곳에 이르니, 그가 처음으로 제단을 쌓은 곳이라 그가 거기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

아브라함이 벧엘로 간 장면인데, 그곳은 전에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처음 들어와서 여기 저기 정처 없이 방랑할 때 그가 하나님께 제단을 쌓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던 곳입니다. 거기서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께 위로를 받고, 약속을 받고, 기도하며 그 인생의 시련을 이겨내었던 눈물이 있었던 곳이었던 겁니다.

‘벧엘’은 ‘하나님의 집’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 하나님의 집에 가서 그는 4절에 보니깐 “그가 거기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 즉, 그가 다시 예배와 기도를 회복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예배와 말씀과 기도를 떠났을 때 그는 실수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의 영혼의 고향인 벧엘로 돌아와 다시 믿음과 은혜를 회복해 가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하나님의 집입니다. 하나님의 품안에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영혼의 새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상처투성인 상태로 벧엘로 올라가듯이, 우리도 우리 영혼이 고향인 하나님의 품으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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