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인이요, 전술가 중에 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éon Bonaparte, 1769~1821)’은 프랑스 식민지 코르시카의 포병 소위 출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의 전쟁터를 누비며 많은 공을 세워, 장군이 되었고, 결국 프랑스의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른 전쟁에 있어 그리고 군인으로서는 천재적인 인물입니다.
나폴레옹은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을 정복했는데, 그는 섬나라였던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해서 영국에 많은 곡물을 수출하던 러시아와의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나폴레옹은 70만 명의 대군대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게 됩니다. 그런데 천재적인 전략가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까지 천하무적이었던 나폴레옹 군대의 몰락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러시아 원정은 1812년 6월에 시작되었는데, 러시아가 추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러시아의 여름은 섭씨 40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때 나폴레옹 군대는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게 되는데, 한 여름의 폭염으로 인해 모스크바에 도착하기도 전에 수많은 병사와 말이 죽고, 낙오자와 탈영병들이 속출했습니다.
『무기전 보급전(도현신 저, 시대의 창 출판)』이란 책에 보면, 이 때 나폴레옹 원정대는 원정 초기 대략 12만명 정도가 죽고, 후에 전염병과 굶주림과 전쟁의 과정에서 24만 명 정도가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폴레옹 원정대는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에 도착했는데, 러시아 군대는 전쟁은 제대로 하지 않고 후퇴만을 거듭하는 이상한 전술을 쓰는 겁니다. 이 전술이 ‘초토전술(焦土戰術)’이라고 하는 건데, 초토전술이란 철수하면서 중요시설이나 식량이 될만한 것들에 불을 질러 적들이 그것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전술입니다. 러시아는 당시만 해도 막강했던 나폴레옹 군대와의 전쟁에 정면승부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초토전술을 쓴 겁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프랑스군대는 모스크바에 입성했지만, 러시아군은 나폴레옹과 프랑스군이 이용할 만한 모든 건물과 농작물들은 닥치는 대로 불태우고 모스크바를 떠난 이후였던 겁니다. 때문에 여기서부터 프랑스군의 심각한 위기가 찾아온 겁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도 세계 최대의 영토를 가진 나라입니다. 모스크바가 러시아 영토의 서쪽에 위치해서 프랑스 쪽에 비교적 가깝다 할지라도 서울-부산의 예닐곱 배에 이르는 약 3,000km나 떨어져 있습니다. 모스크바 원정이 있었던 1812년의 교통과 도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멀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나폴레옹 군대는 프랑스 본국으로부터 대군인 70만 명의 군인들이 먹을 식량을 제대로 보급 받을 수가 없었고, 수십만의 군사들이 전쟁을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굶주림에 시달려 쓰러져 나갔습니다. 결국 그 해 10월 나폴레옹은 패잔병처럼 본국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 때부터 나폴레옹은 몰락의 길을 걷다가 1815년 워털루 전투 패배 후에 영국 왕실에 구속된 채로 유배되어 6년 뒤 프랑스의 황제이며 가장 위대한 군사지도자인 나폴레옹은 사망하게 됩니다.
군대 조직에 있어 ‘보급(병참)부대’는 공격부대보다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막강한 화력과 대군을 거느리고 있다고 할지라도 식량과 무기 등의 보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전쟁은 결코 승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화력이 좋아서 한 두 번의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으나 그 전쟁이 길어질 경우 보급부대가 없으면 그 군대는 그 전쟁의 최후 승리자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단지 군대와 전쟁에만 제한되어 있겠습니까? 한국에서 창업했을 경우 1년 생존율이 50%밖에 안 된다는 뉴스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 창업 전문가들은 창업을 할 경우에 적어도 6개월 혹은 1년을 버틸 자금이 없다면 창업하지 말 것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필리핀 세부라는 이 도시에 처음 교회를 개척하게 될 때, 이곳에서 오래 거주하신 어떤 분께서 “목사님, 이곳에서 상가건물 렌트해서 비싼 월세내면서 교회 개척하는 것은 6개월을 넘기기 힘드실 겁니다”라고 염려하며 권면해 주셨습니다. 별다른 재정적 대책이 없이 시작하는 것은 그 만큼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55년,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833명의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30년 동안 대규모 심리학 실험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833명의 아기 중에 약 201명의 아이들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가정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 연구진들조차 이 아이들은 ‘사회부적응자’로 성장할 거로 예상했습니다. 그런 결과는 당연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도 못 받았고, 심한 학습장애와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고, 살아가면서 온갖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비뚤어진 성장기를 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하나 나타났는데, 201명 중에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의 사람들이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도덕적이며, 성공적인 삶을 이뤄내었다’는 겁니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연구진은 그렇게 훌륭하게 자라난 72명의 아이들의 가정과 환경을 연구하면서 그 아이에게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단 한 사람…’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믿어주고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주는 단 한 사람이 그들의 곁에 있었던 겁니다. 부모님의 돌봄은 받지 못했을 지라도, 헌신적인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있었고, 친척이나 혹은 이웃사람, 선생님, 목회자…와 같은 사람이 그 아이들 곁에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던 겁니다. 그 72명의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겁니다. 분명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 있었지만 그들의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들 편이 되어주는 그리고 그들을 돕는 인생의 보급부대가 있었던 겁니다.
저 역시도 대여섯 살부터 고아와 같이 자라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했고, 미래에 대한 어떤 꿈과 소망도 없이 내 삶과 환경을 비관하며 건강하지 않은 성장기를 보냈었습니다. 저의 주변에는 그 어느 누구도 저에게 관심 갖는 사람이 없었고, 저는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그러다 열아홉 살에 친구를 통해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예수님을 믿기 시작하면서 제 삶에는 놀라운 변화들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나는 혼자일 지라도 언제나 내 인생을 후원해 주시는 하나님이란 분이 계시다는 것을 믿으니, 신앙이 내 인생의 보급부대로 저를 지원해 주고 있었던 겁니다.
누군가 또는 그 무엇인가가 아니면 저와 같이 신앙적인 것에서라도 내 인생의 보급부대가 있는 사람은 여러 가지 인생의 시련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결국 멋진 인생을 만들어 가게 될 것입니다. 요즘 여러 가지로 참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분들도 계실 텐데… 지면으로나마 당신의 인생의 보급부대가 되어 위로와 응원의 말씀을 전합니다.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