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헌신”

<에스라 8:1~20> 

처음 필리핀에 왔을 때는 우리나라의 깨끗한 거리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인 이곳의 모습에 거리를 걸을 때마다 좀 불편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어딜 가나 깨끗한 거리를 볼 수 있는데, 이곳은 너무 지저분한 겁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실업자나 노숙자와 같은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공공근로사업’이란 이름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것을 통해 어려운 분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에 속한 환경미화원들을 통해서 거리도 깨끗하고, 공공근로자들을 통해서 거의 화단이나 조경도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여기에 오니깐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저는 처음에 거리가 너무 지저분해서 시(市)에서 거리 환경 미화를 안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차를 몰고 새벽기도를 가던 중 어떤 현지인들이 캄캄한 거리에서 비질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처럼 무슨 유니폼이나, 야광조끼 같은 것을 안 입고 있어서 처음엔 거리 청소부인 줄 못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종종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필리핀도 거리 청소를 하긴 하는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거리를 봤더니 요즘은 이전보다 더 깨끗해 보이는 겁니다. 누군가 새벽에 나와서 거리를 청소해 주니깐 또 다른 누군가는 깨끗한 거리를 걸을 수 있는 겁니다.

주일 날 많은 성도님들이 와서 예배드리고 은혜 받고 가시지만, 사실 그분들을 위해서 뒤에서 열심히 애쓰고 수고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찬양팀들은 기도하면서 주중에 콘티를 짜고 따로 모여 기도와 연습의 시간을 갖고, 주보를 만들어 오시기도 하고, 영상과 자막을 준비하고, 교회 청소에도 참여하고, 각 목장별로 주일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예배오시는 성도들 안내를 하시고, 어린이들과 학생들을 섬기는 분들이 없으면… 당장 여기 저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우리가 어떤 혜택을 누릴 때는 반드시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이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에스라 8장1절부터 14절까지는 에스라와 함께 2차로 포로귀환한 사람들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약 1,800명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15절을 보시면,
“내가 무리를 아하와로 흐르는 강 가에 모으고 거기서 삼 일 동안 장막에 머물며 백성과 제사장들을 살핀즉 그 중에 레위 자손이 한 사람도 없는지라”

페르시아의 아닥사스다 왕의 조서에 따라 에스라는 사람들을 모아 예루살렘으로 가려고 한 강 가에 모여 3일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과 제사장들은 모였는데, 그 중에 레위 자손이 한 사람도 없었던 겁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사장들이 성전에서 제사를 집례하는데 있어서 레위 사람들은 그것을 보조하던 봉사자들이요 평신도 지도자들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급히 레위 사람들 38명 정도를 귀환 행렬에 동참시키게 됩니다(18,19절). 요즘 말로 하자면 목사님의 사역을 돕는 평신도 지도자들이 준비된 겁니다. 레위인들이 그런 역할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17절을 보시면,
“가시뱌 지방으로 보내어 그 곳 족장 잇도에게 나아가게 하고 잇도와 그의 형제 곧 가시뱌 지방에 사는 느디님 사람들에게 할 말을 일러 주고 우리 하나님의 성전을 위하여 섬길 자를 데리고 오라 하였더니”

여기서 ‘가시뱌 지방에 사는 느디님 사람들에게 할 말을 일러 주고 우리 하나님의 성전을 위하여 섬길 자를 데리고 오라’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절을 보면,
“다윗과 방백들이 레위 사람들을 섬기라고 준 느디님 사람 중 성전 일꾼은 이백이십 명이었는데 그들은 모두 지명 받은 이들이었더라”

본문에 등장하는 ‘느드님 사람’은 제사장과 레위인들을 돕고 성전의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신분이 낮은 종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나무패는 일이나, 물 긷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이들은 원래 유대인들이 아닌 이방인들이었지만, 어떠한 계기를 통해서 이스라엘에 포함되게 된 겁니다. 비록 신분이 낮은 종들이었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성전을 세워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에스라가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가려고 하다가 급히 꼭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을 찾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사장은 제사를 집례하고, 레위인들은 찬양을 하거나, 성전을 관리하거나, 율법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느디님 사람들은 허드렛일을 했지만, 그 인원이 레위인38명에 비해 몇 배가 많은 220명이었던 것을 보면 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던 겁니다. 어쩌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이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었던 겁니다.

주님의 나라를 세워가고, 주님의 교회를 세워 가는데 있어서 때로는 중요해 보이지도 않고, 별로 주목받는 일도 아닐 수 있지만 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기고 헌신 한 것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는 든든히 세워져 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헌신이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헌신일 지라도 주님은 지금 영광을 받으시고,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져가고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내게 맡겨진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그 보이지 않는 헌신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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