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반도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섬나라입니다. 원래는 말레이시아에 속해있었던 나라였기 때문에 지금도 국어가 ‘말레이어’입니다. 싱가포르의 말레이족이 인구의 13% 정도고, 중국인이 74%가 넘고, 인도인도 9% 정도 됩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말레이어도 사용하지만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와 중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국토 면적은 692.7km²(서울시보다 약간 큼)이고, 1963년 영국에서 독립해서 말레이시아 연방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중국계 사람들에 대해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위기감을 갖고 있었고, 때문에 말레이족과 중국계 사이에 인종 갈등으로 수차례 유혈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를 비롯한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었던 중국계 정치인들에 대한 위기감에 언젠가 중국계 사람들이 말레이시아 정치와 정부를 장악할 지도 모른다는 어떤 두려움으로 인해서 말레이 정부는 1965년 싱가포르를 강제로 분리 독립 시켜 버립니다. 리콴유를 비롯한 싱가포르 국민들은 말레이시아에 소속되어 있기를 원했습니다. 그들은 독립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를 버리기로 하고, 사실은 싱가포르를 축출해 버린 겁니다.
싱가포르 초대 총리는 동남아의 작은 섬나라를 초일류국가로 만든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Lee Kuan Yew, 1923~2015)’였고, 그는 약 30년간 총리로 재직하게 됩니다. 독재라면 독재일 수 있지만, 그의 업적으로 인해 리콴유는 유일하게 칭찬 듣는 독재자입니다. 싱가포르의 현재 인구는 570,000만 명이고, 1인당 국민소득(GDP)는 60,000달러 정도 되고, 작은 도시국가,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선진국이 되어 있습니다.
싱가포르 하면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여론조사업체인 ‘갤럽(Gallup)’에서 선정된 [2017년 세계 법질서 지수 1위(97점)]에 올라있는 나라입니다. ‘거주지역의 경찰과 치안에 대한 안정감, 사는 지역을 밤에 혼자 걸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여부, 지난12개월 사이 훔친 돈이나 재산을 가졌는지, 또는 폭행을 당하거나 피해를 입게 되었는지…’와 같은 질문을 토대로 선정되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이 분야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97점을 받아 세계 1위를 차지한 겁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치안이 좋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아쉽지만 우리 한국은 49위에 올라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로 손꼽힙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리콴유 총리를 비롯한 싱가포르 정부는 강력한 법치로 다스렸습니다.
그 중에 몇 가지 재밌는 내용을 소개하자면, 밤 10시 이후에 술을 마실 경우에는 [$1,000 벌금 + 징역 1년]에 처해지게 됩니다. 필리핀에서 흔하게 있는 무단횡단을 할 경우에 [$2,000 벌금 + 징역 6개월]에 처해 지구요. 동성애 자체는 아예 금지되어 있는데 동성애하다 걸리면 [징역 2년]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야한 동영상 자체가 금지되고 있고, 나체로 다니는 것도 금지되어 있는데 만약 집에서 벌거벗고 다니다가 주변 이웃들에게 혐오를 주게 될 경우 [$1,000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또 껌을 판매하거나 씹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어길 시에는 무려 [$5,500 벌금 + 징역 1년]에 처해집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키스를 할 경우 [징역 1년]에 처해지고, 공공화장실 등을 사용한 후 깜빡 잊고 물을 내리지 않을 경우 [$150 벌금]을 내야합니다. 경찰들은 수시로 공공화장실 사용을 체크한다고 합니다. 또한 흡연 지정장소 외에서 담배를 필 경우 [$1,000 벌금]을 내야하고, 쓰레기를 몰래 버릴 경우 [$300 벌금 + 봉사활동 + 개망신]을 당하게 되는데, 만약 3번 이상 걸린 사람은 ‘나는 쓰레기를 버리는 몹쓸 놈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고 1주일에 한 번씩 공공장소 쓰레기 청소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약 자체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마약을 소지하고 있을 경우에 그 양과 관계없이 그는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담배꽁초나 쓰레기 투기, 화장실 물 내리는 것과 같이 사소한 부분까지 싱가포르는 철저하게 통제하니깐 국제사회는 ‘일일이 간섭하는 유모국가’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싱가포르의 국부인 리콴유 총리는 “질서를 넘어선 자유는 용납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는데, 인간의 자유의지가 방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유라는 것이 죄와 방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문화예술계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음란한 예술(영화)가 허용되고 있고, TV를 틀면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드라마 속에서도 수위가 꽤 높은 장면들이 여과 없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이라는 그럴듯한 법안을 통해 동성애를 일반적인 성정체성으로 은근슬쩍 인정하려고 시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은 사회질서를 깨는 자유(혹은 방종)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을 교육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리콴유는 자신의 동족인 중국인들이 오랫동안 잘못된 습관 속에 살아가는 모습을 고치고 싶었습니다. 정부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싱가포르는 사실 말레이시아로부터 버림받아 어쩔 수 없이 독립한 작은 나라였습니다. 싱가포르는 자원도, 인구도, 국토도… 모든 게 부족한 도시국가였기 때문에 홀로 성장하기엔 역부족인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리콴유 총리에겐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살아남기 위해 국가의 기초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 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고,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격한 법의 기준을 세워놓게 됩니다. 사람들은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냐?’하겠지만, 그는 불과 30년 만에 싱가포르를 세계 초일류국가로 만들어 놓은 겁니다.
여러분이 필리핀에 와서 실망하는 것 중에 하나가 필리핀 사람들이 약속을 잘 안 지킨다는 것 때문일 겁니다. 인터넷 설치 약속 날짜를 받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도 없고 안 오니… 그런 게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드라이버든, 헬퍼든, 직원이든… 고향에 내려갔다가 오겠다 했는데 그 약속이 깨져서 여러분의 일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화가 나기도 하셨을 겁니다. 만약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한 두 사람의 경우가 아니라, 필리핀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필리핀은 발전하는 데 좀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앞에 ‘정직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과 ‘나쁜 짓을 골라하며 약속도 잘 지키지 않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은 누구하고 일하고 싶습니까? 당연히 정직하고 약속도 잘 지키는 사람이 믿을 만 한 것입니다. 그러니깐 그런 사람에게 자꾸 일을 맡기는 겁니다. ‘정직과 성실’은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인 것입니다. 성경에 “악인의 집에는 여호와의 저주가 있거니와 의인의 집에는 복이 있느니라(잠언3:33)”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빠른 길이 아닌 바른 길을 가십시오. 여러분이 바른 길로 갈 때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