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2:5~1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습니다. 함께 어울려 잘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한테만 끌려 다닐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인간관계 속에 ‘협상’이란 게 필요하게 됩니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부부 사이에도, 친구들이나 교우들과도, 비즈니스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과도… 이 협상은 필요하게 됩니다. 어떤 부분은 내가 기꺼이 줄 게 있다면, 어떤 부분은 내가 가져와야 할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Give & Take).
자기개발서 중에 美. 와튼 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Stuart Diamond)’교수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2011년)』라는 책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 150만권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입니다. 저자는 “협상에서 절대 상대방을 이기려 들어서는 안 된다. 협상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이고, 사람이란 본래 자기 말에 귀기울여주고, 가치를 인정해주고, 의견을 물어주는 사람에게 보답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라는 겁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라는 말과 같이, 상대가 자신의 의견을 경청하듯이 자신도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라는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인 진리인 것입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조금도 손해 보지 않고 쥐고 있는 것을 꼭 움켜쥐고 있어야 할 거 같은데, 정말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그 부분에서 유연한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하면 다툼이 끊이질 않고, 제대로 얻지도 못하고 거기에서 수많은 상처만 남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본문 5절 말씀을 보시면,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성경 속에도 온통 역설적인 것이 가득합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은 다윗을 시기해서 평생에 그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살다 결국 전쟁터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을 죽일 수 있었던 여러 차례의 기회가 있었지만 원수 갚는 것을 하나님의 손에 맡겼습니다. 그리고 사울 왕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지만,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 속에 가장 위대한 믿음의 영웅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역설적 진리를 친히 당신의 생애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바울 사도는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에게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어야 함을 말씀하시고 있는 것입니다. 그 예수님의 마음은 무엇입니까? 세 가지를 말씀하시고 있는데,
첫째, 권리를 포기하라는 것입니다. 6절을 보시면,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주님은 하나님의 본체이시므로 하나님으로서의 영광과 권리를 받으셔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 권리를 포기하시고 이 땅에 내려오셔서 종의 형체인 사람으로 태어나신 것입니다. 우리는 작은 권리조차도 포기하지 못해서 섭섭해 하고, 시험에 빠지기도 합니다.
둘째, 겸손과 낮아짐입니다. 7절을 보시면,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현 대통령이 과거 대선 때 공약 중에 하나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해서 시민과 더 가까이 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라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공약의 실현여부와 현실성을 떠나서 국민들은 그 대통령 후보에게 열광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땅의 5년 임기 대통령과 비교조차 될 수 없는 영광의 하나님께서 그 모든 영광을 버리고 겸손하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신 것입니다. 쇼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셋째, 희생의 마음입니다. 8절을 보시면,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예수님의 마음 세 번째는 희생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그냥 낮아지신 정도가 아니라, ‘대신 매 맞는 종’이 되셔서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죽기까지 희생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를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셨고,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자들이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 꿇게 하셨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게 하셨습니다(9~11절).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겉으로만 낮아지고 겸손해지고 섬기는 모습으로 있다면 그것은 더 위선적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마음을 닮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기꺼이 권리를 포기하고, 겸손과 낮아짐으로, 희생의 마음으로 그렇게 예수님처럼 자기 부인의 삶과 순종의 삶을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그를 높여주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역설적 진리이며, 영적 비밀인 것입니다.
– 나는 어떤 부분에서 자기 부인이 필요합니까?
– 나는 어떤 부분에서 권리와 특권을 주장하고 있습니까?
– 나는 섬기기보다 대접받기만을 원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 내가 희생과 사랑으로 섬겨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