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지난 2월 28일에는 베트남에서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핵문제 담판을 위한 [북미 2차 회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양국의 입장차이 때문에 합의는 결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회담장소가 베트남으로 결정된 것은 미국과 북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베트남은 1955년부터 1975년까지 약 20년간 베트남 남북 간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때문에 경제는 파탄 났고, 외교적으로는 고립되었고, 경제적으로 베트남은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986년 공산주의 체제는 유지하면서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이는 ‘도이머이(쇄신)정책’을 시작하고, 1995년 적대국이었던 미국과의 수교도 정상화합니다. 그 때부터 베트남 경제는 놀랍게 성장하게 됩니다. 그 때부터 베트남은 국제무대에 나올 수 있었고, 경제가 발전하게 된 데에는 미국의 영향이 컸던 것입니다. 미국은 그런 베트남을 북한의 김정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북한은 현재 세계 최빈국 중에 하나입니다. 핵무기 개발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제가 지속되고 있어, 북한 경제는 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산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킨 베트남 경제가 북한에게는 좋은 경제발전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도 둘러볼 겸 해서 베트남을 회담장소로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VOA(Voice of America : 미국의 소리) 방송에서 “베트남 ‘도이머이 정책’ 북한 경제의 청사진 될까?(3월1일 방송)”라는 헤드라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회담을 통해 잠재적 위험 요소인 북한의 핵을 정리하고, 북한 입장에서는 베트남 경제성장 모델을 청사진으로 파탄 난 북한경제를 재건해보겠다는 겁니다.
과거 베트남은 북한의 실패한 경제와 별다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86년 ‘도이머이 정책’을 통해 경제 구조가 완전히 탈바꿈했던 겁니다. 그래서 두 나라를 간단히 비교해 보면, 국내총생산(GDP)의 경우 베트남이 $2,407억 달러로 세계 44위의 경제력인데 반해, 북한은 $173억 달러에 불과해 세계 113위에 해당합니다. 경제성장률의 경우 베트남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7%의 고도성장을 매년마다 이뤄가고 있지만, 북한은 2017년 –3.5%의 매년 마이너스 성장 중입니다. 북한은 1인당 명목상 GDP가 $648달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미국과의 수교를 정상화한 해인 1995년 미국과의 교역은 4억5천만 달러였던 것이, 20여년 뒤(2017년) 540억 달러로 120배가 넘게 증가했던 것입니다.
블루프린트(Blueprint : 청사진)란 것은 파랑 바탕에 흰 선과 글씨로 되어 있는 설계도를 말합니다. 이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다면 그 집은 제대로 건축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설계도를 갖고 있다면 그는 가장 멋진 집을 짓게 될 것입니다. 『어린왕자』를 쓴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Saint-Exupery, 1900~1944)’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계획 없는 목표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베트남은 20년간의 전쟁으로 경제가 파탄 났을 때, 비록 공산주의 정치체제 아래였지만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청사진을 그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이제까지 핵폭탄 개발에만 몰두하다 이제야 그런 청사진을 본인들도 갖고 싶어 하는 거 같습니다. 청사진이 없이 그냥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잠이 깨면 사라지는 망상과 꿈에 불과한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 한 사람의 인생에도, 가정에도, 생업과 기업에도, 여러분이 속한 어떤 그룹이든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청년들 요즘 실업률이 얼마나 높습니까? 한국 사회가 도저히 좁혀질 것 같지 않은 어떤 격차가 있어서, 누구는 대학 다니면서 학비에 보태려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은행에서 학자금 대출도 받고, 짬짬이 공부하니 성적이 잘 나올 리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재정적으로 넉넉하게 대주는 애들을 보면, 학점도 잘 받고, 스펙도 쌓고,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해외여행도 다니면서 경험도 쌓고 그럽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수십 통에서 100통 넘게 돌리지만 쉽지 않은 취업에 절망적인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또 우리 세부 교민들도 이곳에서 더 잘살아보고 싶어서 왔지만 이 땅에서 뭘 해본다는 게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통장의 잔고는 점점 줄어드는 거 같은데, 어디서 돈 들어올 때는 없는 거 같고, 그냥 이렇게 여기서 시간을 흘려보내듯이 재정적으로 점점 바닥이 나고 인생의 실패자로 끝날 거 같은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을 때도 있을 겁니다. 지금 여러분의 현실만 생각하면 어떤 꿈도 꿀 수 없을 것이고, 어떤 미래의 청사진도 그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내 형편에, 내 주제에, 내 실력에, 내 능력에, 내 배경에, 내 가정형편에,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이런 생각만 하게 될 겁니다.
저는 2013년 3월 3일에 필리핀 세부 한 동네에 얻은 저희 집 거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첫 예배를 드리면서 이 땅에 한인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두주를 그렇게 예배하다가 상가건물의 1층 한쪽 30평정도 되는 공간을 얻어 4년간 교회를 개척해 사역하고 예배했습니다. 개척 4년 차에 갖게 된 교회 주제가 ‘믿음의 큰 그림을 그려라’는 거였고, 저와 우리 성도들은 지금의 현실은 꿈을 꿀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마음에 큰 그림을 그리는 훈련을 했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5년 차에는 ‘네가 믿은 대로 되리라’는 주제를 갖게 되었는데, 그 때 우리 교회는 크게 성장해서 4배 정도 큰 공간에 새성전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개척1년 차 때, 어떤 성도님이 한글성경을 구할 때가 없어 어려운 것을 보고 ‘우리교회가 언젠가 교민들을 위한 북카페를 세워 한글성경도 보급하고, 자녀들이 언제든 와서 한글서적을 보게 해야 겠다’는 청사진을 갖게 되었는데, 지금 우리는 북카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땅에 교민들이 2만 여명(영사관 통계)이 있는데, 중국인들이 세운 학교는 많지만 한인들을 위한 좋은 국제학교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인 자녀들을 위한 한국인 재단의 국제학교를 마음의 청사진으로 갖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믿지 못하고, 비웃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편과 현실을 보고 청사진조차 그리지 않습니다. 마음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것에 대한 믿음의 눈, 마음의 눈을 열어서 마음에 청사진(Blueprint)을 그리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청사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젠가 그 꿈이 이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