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5:13~27>
제가 세부에 와서 교회를 개척했던 해인 2013년 10월에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세부 섬 바로 옆에 있었던 보홀 섬은 리히터규모 7.2의 강진이었고, 우리 섬에도 영향이 있어서 5.4 규모의 지진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진을 경험했던 터라 정말 당황스러웠었습니다. 그 날이 무슬림을 위한 필리핀 공휴일이었고, 저는 아침 8시 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책상에 앉아 성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꽈과과광 정말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지축을 흔드는 소리가 나고, 창밖의 커다란 나무들이 흔들리거나 부러지고, 수많은 새들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내며 날아가고, 동네의 개들과 닭들이 놀라 울부짖었습니다. 제가 살던 집은 좌우로 흔들리고, 집안의 집기들이 떨어지거나 쓰러지며 난장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단 몇 십초 만에 수많은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저 역시도 지진을 처음 경험해 봤고, 지진 시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교육받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몇 십초의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때 자연의 힘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그 거대한 자연의 능력 앞에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경험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 땅에서 아무리 큰 권세와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자연의 힘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크게 성공했고, 큰 권세를 누리고,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몇 십초 만에 땅을 뒤집어 놓아 버리는 그 자연의 힘을 막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자연을 지으신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그 자연보다 더 크신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때문에 그 분께서 어떤 일을 행하시고자 하신다면, 그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욥기 23:13절, 14절에서
“그는 뜻이 일정하시니 누가 능히 돌이키랴 그의 마음에 하고자 하시는 것이면 그것을 행하시나니, 그런즉 내게 작정하신 것을 이루실 것이라…”
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하나님의 뜻을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13절과 14절을 보시면,
“수일 후에 아그립바 왕과 버니게가 베스도에게 문안하러 가이사랴에 와서, 여러 날을 있더니 베스도가 바울의 일로 왕에게 고하여 이르되 벨릭스가 한 사람을 구류하여 두었는데”
본문에는 몇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아그립바 왕은 헤롯대왕의 손자로서 친(親)로마 성향의 유대의 왕입니다. 버니게는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었던 그의 누이를 말하구요. 베스도는 로마에서 임명된 유대의 새로운 총독입니다. 유대의 왕이었던 아그립바 왕이 그의 누이와 함께 총독 베스도에게 문안하러 온 겁니다. 그리고 베스도는 그들에게 이전 총독이었던 벨릭스가 한 사람을 구류해 두었다는 화재를 꺼냅니다.
유대인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로 구성된 산헤드린공회원들이 바울이란 사람을 고소했고, 심지어 재판도 받기 전에 유죄판결을 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는 겁니다(15절). 그래서 바울을 데려와 재판을 하려고 했는데,
18절, 19절을 보시면
“원고들이 서서 내가 짐작하던 것 같은 악행의 혐의는 하나도 제시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들의 종교와 또는 예수라 하는 이가 죽은 것을 살아 있다고 바울이 주장하는 그 일에 관한 문제로 고발하는 것뿐이라”
새로운 총독 베스도가 보기에 유대인들의 바울을 향한 고소는 법적으로 바울에게 어떠한 죄도 찾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25절을 보시면,
“내가 살피건대 죽일 죄를 범한 일이 없더이다 그러나 그가 황제에게 상소한 고로 보내기로 결정하였나이다”
예루살렘의 치안대장인 로마의 천부장은 바울에게서 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23장). 유대의 총독인 가이사랴의 벨릭스도 바울의 죄를 찾을 수 없었구요. 새로 부임한 유대 총독 베스도 역시 바울의 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대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은 아무 죄도 없는 바울을 어떻게든 죽이려고 달려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만약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죽게 되었다든지, 아니면 가이사랴의 유대 총독 앞에서 죽었든지, 처벌을 받았든지 하면… 그는 로마에까지는 갈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도행전 23:11절에서
“그 날 밤에 주께서 바울 곁에 서서 이르시되 담대하라 네가 예루살렘에서 나의 일을 증언한 것 같이 로마에서도 증언하여야 하리라 하시니라”
하셨습니다. 바울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바울이 로마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함으로, 유럽을 복음화 하는 하나님의 플랜이 있었던 겁니다. 유대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은 어떻게든 바울을 죽이려 하고, 하나님의 뜻을 가로막고 있지만 하나님의 뜻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주변의 많은 권세자들이 동원되어 가로 막으려 했지만, 바울이 로마에까지 가는 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겁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세부에 보내셨고, 이 땅을 치유하고 회복할 주님의 교회를 세워 가시는 뜻이 있으셨습니다. 어제 교회설립 5주년 감사예배를 드렸는데, 이 짧은 5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수많은 시련과 고난과 시험이 있었지만, 그래서 때로는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하나님의 뜻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주님의 교회는 세워져 가고 있고, 하나님의 나라는 결국 이 땅에서 왕성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여러분을 향한 하나님의 선하신 그 뜻을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