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8:1~10>
제 기억으로 어렸을 때는 참 시간이 안 흘렀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시간을 붙잡고 싶을 만큼 시간의 흐름이 빠릅니다. 특히 필리핀에서 사역했던 지난 6년의 시간도 얼마나 빨리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하던데, 정말 저에게도 그런 때가 와버린 거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천천히 흐르던 그 어린 시절에는 왜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 어른들처럼 돈도 벌고, 어디에 속박되거나 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벌써 어른이 되어 살고 있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어린아이 때가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장하는 많은 어린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라’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늘 본문 1절을 보시면,
“그 때에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 이르되 천국에서는 누가 크니이까”
예수님이 어떤 마을로 이동하는 중에 뒤따라오던 제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시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들이 걸어올 때 하던 논쟁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던 겁니다. 그 때 제자들이 예수님께 “천국에서는 누가 크니이까”라고 물었던 겁니다.
이 일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기 1달 전 즈음에 벌어졌던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신 지 3년 반 정도의 시점이었기 때문에, 예수님을 통해 유대와 이스라엘 곳곳에는 엄청난 역사들이 벌어졌고, 예수님이 가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향해 환호했고, 그를 따랐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제자들은 이제 곧 ‘메시야 왕국’이 건설될 것으로 기대하는 마음들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생각하는 메시야 왕국은 과거 다윗 왕이 다스리던 시대에 주변의 모든 열왕들이 다윗 왕에게 굴복하고,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찬란하고 화려했던 시대처럼 메시야이신 예수님을 통해서 그런 지상의 영광스러운 왕국이 건설될 것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때문에 제자들은 그 지상의 메시야 왕국이 건설되면 3년 반 동안 함께 수고하고, 함께 사역했던 자신들이 그 왕국의 국무총리, 장관, 비서실장… 뭐 이런 직책과 지위들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과연 그 열두 명의 제자들 중에 누가 제일 높은 자리에 앉게 되겠는가? 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관심사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더 높은 자리에 앉게 될 것이라고 논쟁과 다툼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때 예수님은 어린아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고, 3절 말씀을 보시면,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예수님께서는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누구도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라는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4절에서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라’는 것은 곧 ‘자기를 낮추는 사람’을 말합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평행본문인 마가복음 9장 35절 말씀에서는
“예수께서 앉으사 열두 제자를 불러서 이르시되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 사람의 끝이 되며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하시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숨겨진 욕망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셨습니다. 사람들은 더 커지고 싶어 합니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사람, 더 대접받는 사람, 더 능력 있는 사람, 더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다.
그러나 내가 더 높아지고자 하는 마음, 교만한 마음, 거만한 마음은 끊임없는 다툼만 만들고, 누군가를 상처 주게 될 뿐입니다. 그것은 ‘나(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 작은 자 중에 하나를 실족하게 하는 것(6절)’과 같은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범죄이기도 합니다(8~9절).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더 순수하고, 꾸밈이 없고, 늘 배우기를 바라고, 겸손하고 낮아진 마음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겸손과 섬기는 마음이 있을 때 그가 천국에서는 가장 큰 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고, 이 땅에 있는 천국의 예고편인 교회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모습인 것입니다. 교회에서 누군가 높아지고자 하고, 더 대접 받으려고 하면 그 공동체는 다툼이 끊이질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신앙연차와 관계없이, 직분과 관계없이… 어떻게든 먼저 그리고 서로 섬기려고 하는 교회는 작은 천국이 될 것입니다.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겸손하고, 낮아져 섬기는 신앙인의 삶으로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아보십시오. 여러분의 마음 안에 작은 천국이 만들어지고, 여러분이 있는 그 공동체는 작은 천국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