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평가에서 벗어나라”

[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상대평가(相對評價)와 절대평가(絶對評價)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별히 교육적인 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표현들이기도 합니다. 상대평가라는 것은 한 집단 내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비교한 상대적 위치(또는 성적)로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깐 주변 다른 사람들의 능력과 실력이 기준이 되어서 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상대평가에 의하면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1등 하던 학생이 서울의 8학군에 전학 와서는 하위권에 머물 수도 있는 겁니다. 반면에 절대평가라는 것은 목표기준평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서 성취하기를 기대하는 학습목표에 어느 정도까지 도달 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 필기시험의 경우 1종 보통 면허는 70점 이상, 2종 면허는 6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그 목표 점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에는 모두 불합격처리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서적 차원에서는 상대평가적인 분위기가 사회 속에 녹아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는 상대평가 속에서 살고 서양은 절대평가적인 문화 속에서 한 개인의 특성과 성취 그 자체를 가치 있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피겨여제 김연아와 같은 선수가 나왔다는 기적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동서양을 막론해서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언젠가 인터넷에 김연아선수의 경기를 해설한 한국과 서양 해설자들의 차이를 비교해서 올라왔던 내용이 있습니다. 그녀가 연기한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해설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

a.(한국) “저 기술은 가산점을 받게 되어 있어요.”

a.(서양) “나비죠? 그렇군요 마치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는 나비의 날개 짓이 느껴지네요.”

b.(한국) “코너에서 착지자세가 불안정 하면 감점 요인이 됩니다.”

b.(서양) “은반 위를 쓰다듬으면서 코너로 날아오릅니다. 실크가 하늘거리며 잔물결을 경기장에 흩뿌리네요.”

c.(한국) “저런 점프는 난이도가 높죠.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c.(서양) “제가 잘 못 봤나요? 저 점프! 투명한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천사입니까? 오늘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이 경기장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네요”

d.(한국)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습니다. 금메달이네요! 금메달! 금메달!”

d.(서양) “울어도 되나요? 정말이지 눈물이 나네요. 저는 오늘 밤을 언제고 기억할 겁니다. 이 경기장에서 연아의 아름다운 몸짓을 바라본 저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어떻게 똑같은 경기를 보면서도 이렇게도 표현이 다를 수밖에 없었을까요? 그것은 우리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가치가 지극히도 상대평가적인 분위기 속에서 형성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평가라는 것은 1등을 해야지 가치가 있는 거고, 다른 상대를 이겨야지 대단한 거지만, 절대평가라는 것은 스포츠 선수가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나 동메달이라 할지라도 그 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을 크게 보는 겁니다.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에 머물러 억울해서 매트에 엎드려 울고 있는 한국선수들을 간혹 봅니다. 상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은메달(세계2위)을 따고도 실패자처럼, 불행한 사람처럼 살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성서에는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 내가 너를 사랑하였은즉…(이사야43:4)”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신께서는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가장 가치 있고 귀하게 보고 있다는 겁니다. 상대평가 속에서 불행하게 살지 마시고, 오늘 최선을 다해 땀 흘리며 살아가고 있는 당신은 그것만으로도 아주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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