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현재 세계 최강국이 미국(United State of America)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은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기침하면 세계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퍼내는 석유의 25%는 미국이 쓰고 있고, 생산품의 25%도 미국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세계 금융과 무역에 통용되는 화폐는 70%내외가 달러입니다. 그러니 세계 경제의 운명이 미국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에 있어서도 세계군비지출의 약 40%내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경제, 군사, 정치, 교육, 문화… 거의 모든 영역을 이끌어 가고,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이런 미국의 지위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워싱턴 D.C.에서 발간되는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지’를 비롯해서, CNN방송 등에서 흥미로운 사진들과 기사를 하나 올렸습니다. 현재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Barak Obama)를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초와 4~5년 뒤의 얼굴을 비교한 사진들이었습니다. 오바마는 2009년, 48세 라는 젊은 나이게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재집권을 했을 당시의 모습을 보니, 4년 만에 흰머리가 머리를 덮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1993년, 47세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빌 클린턴(Bill Clinton)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그는 르윈스키 스캔들로 인해 탄핵 열풍에 시달리면서 머리가 모두 백발이 되고, 얼굴에도 많은 주름이 생겼습니다. 조지 W. 부시 전(前)대통령은 2001년 55세 때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는데, 집권 8개월 만에 9.11테러가 일어났고, 집권 내내 테러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래서 조지 W. 부시 역시 집권초의 팔팔한 모습이 사라지고 급격하게 나이든 모습을 보였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의사인 마이클 로이즌 박사는 “대통령들이 임기 중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 정도 빨리 나이를 먹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영광과 권한이 있겠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과 무게가 그 이상으로 컸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의 16대 대통령을 지냈던 故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 에서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할을 했던 배우 한석규의 대사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내 책임이다! 내가 죽인 것이야! 이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책임이다! 꽃이 지고, 홍수가 나고, 벼락이 떨어져도 내 책임이다! 그게 임금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자리! 그게 바로 조선의 임금이란 자리다!” 임금이라는 영광과 권력이라는 왕관이 크면 클수록 그 무게가 더 나가는 법입니다.

2013년에 방영했던 <상속자들>이란 TV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0.1%에 해당하는 재벌의 2세들에 관한 이야기, 전형적인 신데렐라 신드롬에 속한 드라마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드라마와 영화에 열광합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그와 같은 부와 영광과 성공과 권력 그리고 권한과 같은 것을 동경하지만, 그 왕관의 무게를 견대 내는 자가 그 왕관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는 겁니다. 꿈과 비전이 큰데 그것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그 비전을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십자가 없이는 면류관도 없다(No Cross NO Crown)”란 말을 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희생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에게 부활의 영광과 면류관이 있었던 것처럼, 인생의 왕관을 쓰려는 자가 있다면, 그 무게를 견뎌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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