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과 믿음”

<창세기 12:1>

저의 개인적 성향을 보면 그리 대범한 편이 못되고 오히려 소심하고, 의심도 많아서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사람에 속합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저와 가장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두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저는 우리 친구들 중에 교회 안 가겠다고 버티고 또 버틴 유일한 사람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만큼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많았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에 출석하면서 예수님을 마음에 영접한 이후에는 이전의 의심이 궁금증으로 바뀌었고, 그 많았던 궁금증들이 탐구심으로 발전해서 개인적인 학문영역에 있어서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감사한 제목이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 창세기 12장1절을 보시면,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제가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 교회에 나가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나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소명이 있었지만, 그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물론 ‘누가 처음부터 하나님에 대한 믿음 가지고 교회를 가겠느냐’하겠지만 그래도 교회에 나오시는 분들은 그 분에 대한 약간의 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어쩌면 그것이 믿음의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창세기 12장1절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는 ‘아브라함의 소명(召命 : Calling) 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가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우상 숭배자였고(수24:2), 고대사회의 일반적 사실로 미루어보건대 아브라함 역시 우상 숭배자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마음의 깊은 깨달음으로였는지, 어떤 음성을 통해서였는지, 꿈에서였는지는 모르지만, 본문 1절에서는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The LORD had said to Abram, …)”라고 말씀하시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음성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 아브라함이 다른 신을 섬기고 있었다면, 그런 또 다른 신의 음성이 들렸다고 해서 그 음성을 따라 순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것도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는 것은 평생을 일구었던 땅을 떠나고, 연고도 없는 낯선 땅으로 가야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당시 평균연령을 고려해 보건대 중년의 나이였던 아브라함에게 대단히 무모한 모험이 될 수 있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서 11:8절에서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

라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소명에 대한 순종은 믿음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겁니다.

그런데 그 믿음은 지금 내가 의지하고 있는 사람, 의지하는 물질, 조건, 환경, 지위…와 같은 것을 더 이상 의지하지 않고, 오직 그 의지의 유일한 대상을 하나님께 두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고 말씀하신 것은 바로 그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말씀하시는데, 아직 정확하게 무엇이라고도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하신 분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그 분에 대한 의지, 그 분에 대한 신뢰가 가득하면 순종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교회 성도님들 중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회도 안 나오시고, 전혀 믿음도 없던 분들이 지금은 교회도 나오시고 믿음생활을 시작하신 분들이 여럿 되십니다. 그런데 우리 성도님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과거에 꽤 잘 나가기도 하고, 많은 돈을 움직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인생의 환난 또는 사람들의 배신과 같은 것들로 인해서 거의 모든 것을 잃으셨다는 겁니다. 그리고 교회에 나오게 되셨다는 얘기들을 종종 듣습니다.

만약 실패하지 않으셨다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지 않았다면, 계속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면… 교회에 나와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패하기 전까지는 믿음의 대상이 돈이나, 성공 또는 어떤 유력한 사람 그리고 사회적 지위…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실패와 상처로 인해 심령이 가난해 지면, 자연스럽게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마5:3)”인 것입니다.

왜 하나님께서 굳이 아브라함에게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 하셨겠습니까? 믿음은 내가 이전까지 갖고 있었던 의지의 대상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물질적인 의지를 내려놓을 때, 영적인 신앙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하나님 외에 무엇인가를 붙들고 있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아브라함처럼 순종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에게 그 동안 의지하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하나님께서 보여주실 땅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그 소명의 응답은 오직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소명에 여러분이 순종하지 못하도록 막는 의지의 대상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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