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제가 가끔 찾아보는 ‘저널라이브러리 T-Times’라는 웹 콘텐츠(contents)가 있습니다. 거기서 올 해 초 『다이슨(Dyson)은 성공하고 한경희(HAAN)는 실패한 이유』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올렸습니다. 영국 회사인 다이슨(Dyson)은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회사고, 우리나라의 한경희 생활과학(HAAN)의 스팀청소기는 웬만한 가정에 하나씩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청소기입니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가 주력 품목이고, 한경희 생활과학은 스팀청소기가 주력 품목이었습니다.
진공이냐 스팀이냐 그 원리만 다를 뿐 청소에 여러 가지 불편을 느낀 각 회사의 개발자들이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좋은 청소기를 만들었고, 두 회사는 나란히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두 회사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이슨은 영국의 애플로 불리며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경희 생활과학은 적자에 허덕이고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합니다.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Sir James Dyson, 1947~)은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영국의 발명가입니다. 어느 날 제임스는 집에서 청소를 하다가 진공청소기가 소리만 요란하게 내면서 먼지는 제대로 흡입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서비스 센터를 찾는 대신에 직접 청소기를 분해했습니다. 그리고 청소기의 흡입력이 떨어지는 근본 원인이 먼지로 너무 자주 막히는 먼지봉투 구멍과 필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먼지 봉투와 필터가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창고에 틀어박혀 연구에만 몰두하게 됩니다. 그 이후 무려 5년간 미술 교사였던 부인에게 생계를 의존하며 새로운 진공청소기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싸이클론 테크놀로지(Cyclone Technology)’라고 합니다. 청소기 안에 각각의 깔대기 모양의 부품인 싸이클론에 강력한 원심력을 통해서 먼지를 공기로부터 분리하는 기술인데, 1g의 먼지를 293kg의 중력이 작용하게 해서 모터의 강한 흡입력과 원심력으로 하단의 투명 먼지통으로 분리해 내는 겁니다. 그래서 먼지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먼지뿐만 아니라 이물질 미세먼지 박테리아, 꽃가루를 흡입해서 먼지봉투나 필터가 막히는 일이 없으니 청소기의 흡입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는 겁니다. 진공청소기에 아예 먼지 봉투가 필요 없는 청소기를 만든 겁니다.
2005년 2월에 영국 언론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보도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이슨 청소기가 미국시장에 진출한지 2년 만에 100년 전통의 미국 토종 후버(Hoover)를 압도하며 선두업체로 뛰어 올랐다는 겁니다. 당시 영국 언론들은 영국 제품이 미국을 정복한 것은 1960년 비틀스 열풍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다이슨이 만든 진공청소기는 비틀스 이후에 가장 성공적인 영국의 제품이라고 흥분하며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더 강력한 원심력을 만드는 모터에도 개발에 박차를 가해서 날개 없는 선풍기도 개발하게 됩니다. 날개 없는 선풍기 역시 우리 모두가 늘 꿈꾸던 바로 그것이 이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워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무더운 여름철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늘 걱정되는 것이 어린 아기가 호기심에 돌아가는 선풍기에 손가락이라도 넣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한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물건에 불만을 갖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겠죠. 디자인 엔지니어로서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제품개발과 개선에 집중했습니다”
다이슨은 수익의 40%를 기술 개발에 사용했습니다. 다이슨은 청소기 회사로서 그 본질적인 것에 집중 투자하고 계속 발전시켜서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지금도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고, 회사는 영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회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며 기업의 혁신을 이끄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경희 대표가 스팀 청소기를 만든 것도 청소하는 게 불편해서였습니다. 직장여성이며 주부였던 한 대표가 밤늦게 퇴근해서 무릎 꿇고 걸레질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대걸레에 뜨거운 김이 나오면 청소하기도 편하고, 더 위생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 끝에 스팀청소기를 만들게 되었다는 겁니다. 2001년 스팀청소기가 처음 나왔을 때, 온돌 문화가 있었던 한국에 있는 소비자들은 환호했습니다. 누적판매가 1천만대가 넘었으니 대한민국의 약 50%의 가정이 이 청소기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스팀청소기의 단순한 구조와 기술력은 대기업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도 그런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또한 한경희 스팀청소기의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서서히 국민들로부터 잊혀져 갔습니다.
그런데 한경희 생활과학은 그렇게 매출이 감소해 가자 스팀과는 상관없는 ‘냄비세트, 무선주전자, 믹서기, 식품건조기, 자세교정 책상…’ 여러 가지 잡화상처럼 물건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적자에 허덕이며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가 된 겁니다.
하나 더 예를 들자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가 쓰러져 가던 애플에 돌아갔을 때, 애플은 주력 품목이었던 컴퓨터 외에 프린터와 디지털 카메라, 각종 주변기기 등을 생산해 내는 애플답지 않은 회사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생산하고 있었던 기존 제품의 70%에 해당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내쳐 버리고, 그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오늘 날의 세계 브랜드 가치 1위에 해당하는 새로운 애플을 만들어 놓을 수 있었던 겁니다.
본질에 충실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는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겁니다. 우리는 어떤 방법이 잘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기존에 고집하던 방법이 잘못된 방법이라면 분명 신속하게 방향을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본질적인 것이라면… 그 방법을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의 본질에 충실할 때(충실하다는 것은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을 포함) 뭔가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과 발전이 없이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으면 그런 사람에게는 새로운 미래도 없다는 겁니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태복음25:21)” 내가 지금 있는 ‘그 자리’ 그리고 ‘그 본질’에 충실할 때 더 큰 영광도 따라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