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위의 왕을 의지하라”

<에스라 7:11~28> 

우리 교민들이 처음 필리핀 이란 곳에 정착하려고 왔는데, 한국도 아닌 낯선 이국땅에서 적응하며 산다는 것이 사실 쉽지도 않을 뿐더러 종종 막막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언어도 안 되고, 집을 얻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동차를 사는 것, 인터넷을 연결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 여기서 어떤 일을 통해서 돈을 벌어서 생활할지에 대한… 모든 것들을 ABC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이미 나이는 들었어도 마치 어린아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 나가야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부에 처음 왔을 때, 누군가가 친절하게 맞아 주고 시간을 내서 가이드 해주고,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을 주면 그 때부터 그 사람을 깊이 신뢰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게 흔히 그러듯이 그러다 상대방에 대해서 실망하고 상처 받아 ‘다시는 한인들이랑 엮이지 말아야 겠다…’라고 까지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두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도 처음 세부에 왔을 때, 다른 분들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저 역시도 필리핀이란 곳을 처음 왔기 때문에 누군가 제 손을 잡고 이리 저리 다니면서 가이드 해 줄 분이 필요했습니다. 개척 초창기에 세부에서 오래 살았고, 사업도 하고, 타 교회에서 오신 분들 중에 믿음도 좋아 보이는 분들이 합류했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계시니깐 제 마음에도 그런 분들을 든든하게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하나님만 의지해야 하는데 은근히 제 마음에 그런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의지했던 겁니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하나님께서 제 마음 속에 있는 그런 잘못된 믿음을 산산이 깨뜨리시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척하면서 바닥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적인 모든 의지의 마음들을 버리고, 철저히 하나님만 바라보게 하셨던 겁니다. 당시는 정말 그 상황이 너무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금은 시작하자마자 그런 시련들이 있었던 것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훈련들을 통해서 지금은 우리교회에 누가 오더라도 오직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주님만 의지하는 마음을 갖게 된 거 같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고 있는 ‘아닥사스다(Artaxerxes Longimanus, BC.464~424 재위)’는 페르시아 제국(Persian Empire, BC.550~BC.330)의 왕이었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은 지금의 이란을 중심으로 동북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과 인더스 강을 넘어 서인도 지방까지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까지 였고, 서남쪽으로는 이라크와 시리아와 레바논,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이집트까지 였고 서북쪽으로는 터키와 불가리아, 루마니아 그리고 그리스의 마케도니아까지 광활한 영토를 차지한 당대 최대의 제국이었습니다.

그런 대단한 제국의 왕이 율법학자 겸 제사장인 에스라에게 조서를 내리고, 오늘 본문은 그 조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3절을 보시면,
“조서를 내리노니 우리 나라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과 그들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 중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뜻이 있는 자는 누구든지 너와 함께 갈지어다”

먼저, 아닥사스다 왕은 이스라엘 백성들 그리고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 중에 누구든 예루살렘에 올라갈 뜻이 있는 사람은 에스라와 함께 귀환을 허락하고 있습니다(11~13절).

그리고 14절부터 20절까지는 엄청난 재정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닥사스다 왕은 그 재정을 통해 하나님 앞에 제사를 드리고, 귀환하는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도록 했고, 왕궁의 궁중창고에서 얼마든지 내어다가 가져갈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1절에서 23절까지는 에스라의 귀환에 있어 페르시아의 모든 관리들이 적극 협조할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23절에 보시면,
“무릇 하늘의 하나님의 전을 위하여 하늘의 하나님이 명령하신 것은 삼가 행하라 어찌하여 진노가 왕과 왕자의 나라에 임하게 하랴”

하나님의 성전을 위해서 하는 모든 일을 방해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것은 도리어 하나님의 진노를 살 일이라고 아닥사스다는 믿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24절부터 26절까지는 에스라에게 자치적 사법권까지 주고 있습니다. 특히 24절에서 성직자들인 제사장들이나 성전의 일을 감당하는 레위인들의 모든 세금을 감면해 줍니다. 또한 율법에 따라 재판할 수 있는 법관과 재판관까지 에스라가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명령과 왕의 명령을 준행하지 않는 자에게는 중한 벌을 내리게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줍니다(25절).

그리고 27절, 28절을 보시면
“우리 조상들의 하나님 여호와를 송축할지로다 그가 왕의 마음에 예루살렘 여호와의 성전을 아름답게 할 뜻을 두시고, 또 나로 왕과 그의 보좌관들 앞과 왕의 권세 있는 모든 방백의 앞에서 은혜를 얻게 하셨도다 내 하나님 여호와의 손이 내 위에 있으므로 내가 힘을 얻어 이스라엘 중에 우두머리들을 모아 나와 함께 올라오게 하였노라”

아닥사스다 왕이 세상의 모든 권세를 다 갖고 있는 대단한 왕이었지만, 에스라가 믿고 의지하고 있었던 분은 그 왕 위의 왕이신 하나님이셨던 것입니다. 그 하나님께서 아닥사스다의 왕의 마음에 여호와의 성전을 아름답게 할 뜻을 두셨고, 그를 사용하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힘들고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종종 어떤 힘 있는 사람, 돈 있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을 자꾸 바라보고 의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세요. 진정 우리를 도우실 분은 권세자 위의 권세자, 왕 위의 왕이신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우리의 눈을 돌려 진정 우리를 도우실 하나님을 바라보시기를 바랍니다.

Tags: No tags

Add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