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Bucket List)”

[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있습니다. 특히 아직 싱글인 젊은 청년들은 결혼 적령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고, 직장생활하면서 열심히 번 돈을 갖고 해외 곳곳을 여행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청년 시절에는 해외여행 가본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 청년들은 나름대로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거나,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들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약간은 섬뜩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중세 시대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자살을 하게 될 때 양동이에 올라서게 되는데, 그 때 ‘양동이를 걷어차다(Kick the bucket)’란 의미에서 이 말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말은 ‘죽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속어적인 표현입니다. 그래서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란 의미로 쓰여 지고 있습니다.

『버킷 리스트(강창균 유영만 著, 한국경제신문사, 2011)』라는 책도 있습니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54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냈고, 미국의 최상위권 대학 중에 하나인 코넬 대학교의 철학과 2학년 학생 32명을 대상으로 1985년에 버킷 리스트 작성 실험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철학과 학생들은 인생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사색할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에 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실험에 참여했던 학생 중 12명의 학생들은 그 실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4명은 백지로 냈고, 2명은 시 한 편을 적어 냈고, 2명은 여자 얼굴을 그렸고, 1명은 공산국 소련(現. 러시아)을 이기는 방법을 장황하게 적어냈고, 3명은 두서없는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머지 20명의 학생들은 버킷 리스트 작성하는 실험에 ‘진지하게 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의 삶의 목표를 적기도 하고, 살아가는 목표를 매우 진지하게 적은 학생들도 17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 15년이 지난 2000년 4월에 버킷 리스트 실험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소재를 모두 파악했습니다. 그들의 현재 직업이 무엇이고, 거주지는 어디에 있고, 삶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지 등등을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버킷 리스트를 성실하게 작성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았고, 재산은 평균 2.8배 정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90% 정도의 사람들은 현재 삶에 만족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이혼 경험 없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만끽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성의 없이 작성한 사람들 같은 경우는 무려 80% 이상의 사람들이 대학교 2학년 때 그런 조사를 했었다는 기억조차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고, 자살을 했거나, 자살 시도를 했거나, 결혼에 실패하고, 가정불화, 사업의 실패, 직장 문제 등등을 겪고 있었고, 미국 최상위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도소까지 다녀온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성경 전도서 7장2절에서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잔치 집에 가서 먹고 즐기고 돌아오면 그 뿐이지만, 초상집에 다녀오면 인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버킷 리스트’는 어디에 여행가고, 인생을 즐기고, 못 해본 것을 경험해 보는 엔조이(enjoy)적인 의미보다는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목회자기 때문에 장례를 집례한 적이 아주 많습니다. 초상집에 가면 한 인생의 최후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장례를 보면 고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짐작해 볼 수가 있습니다. 때문에 초상집에서는 여러 가지 느끼는 바가 많은 겁니다.

2007년에 개봉한 헐리웃 영화 『버킷 리스트』는 말기 암에 걸린 두 주인공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에서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명장면, 명대사가 있습니다.

주인공 카터와 에드워드가 이집트의 대 피라미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 카터는 친구 에드워드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하나 해 줍니다. 카터가 말합니다. “고대 이집트인은 죽음에 대해 멋진 믿음이 있었다는 거 아나? 영혼이 하늘에 가면 말야,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했었다고 하네. 그 대답에 따라 천국에 갈지 말지가 정해졌다고 하지.” 그러자 친구 에드워드가 “뭐였는데?”라고 묻습니다.

카터가 말합니다. “인생의 기쁨을 찾았느냐?”

에드워드가 고민하다가 어렵게 ‘그런 거 같다’고 대답하니깐, 카터가 다음에 이어지는 질문을 하나 더 해 줍니다.

그렇다면 “자네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나?”

이 영화에서는 이 질문의 대답에 따라 천국에 갈지 말지가 정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기쁨을 찾았는데, 그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두 주인공은 어떻게 살아야 했었는가? 를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말합니다. 그런데 버킷 리스트는 우리에게 ‘당신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지막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는 것은 ‘그러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으로 귀결되게 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어떻게 사시고 싶습니까? 어떤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시렵니까? 이제 여러분의 버킷 리스트는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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