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있으나 속하지 않은”

<히브리서 11:13~22> 

 

 

저는 열아홉 살 때 처음 정식으로 교회에 출석하고 예수님을 마음에 영접했습니다그런데 제가 인격적으로 주님을 깊이 만났을 때는 그 해 여름이었습니다초여름부터 감기기운이 있더니 아무리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어도 낫지를 않는 겁니다시간이 좀 흐르니 나중엔 걸을 때마다 발꿈치에서 전해지는 충격으로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가슴에 통증이 있었고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려웠고열은 40도까지 오르는데 떨어지지 않아 한 여름에 온 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워 오한으로 벌벌 떨었습니다하지만 너무 가난했고집에 어른이 없었기 때문에 비싼 병원비를 대며 병원에 갈 생각을 못 했었습니다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이 병원비 없어서 일찍 죽는다는 말은 제 경험상 사실이기도 합니다어쩌면 그렇게 며칠을 더 앓다가 저는 일찍 세상을 떠날 뻔 했습니다.

그런데 수년 간 아무 연락이 없으셨고연락할 방법도 전혀 알 수 없었던 저희 어머니가 갑자기 제가 있던 단칸방에 방문하신 겁니다삼십여 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 때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어머니께서 죽어가던 아들을 바라보며 깜짝 놀라시던 일이 기억에 생생합니다저는 바로 그 도시의 큰 종합병원으로 옮겨졌고진찰하고 사진을 찍어보니 이미 가슴 한쪽의 폐의 기능이 죽어버린 폐결핵 환자였습니다의사 선생님이 이러다 아들 죽는다고 어머니를 무안 주면서 당장 입원시키라 호통 치셨고 없는 살림에 저는 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신앙생활한지 5개월 밖에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저는 병실로 옮겨져 침상에 눕혀졌는데낙심과 실망과 물질적인 걱정 등 복합적인 마음이 뒤섞여 있었습니다며칠 뒤 제가 출석하던 교회 목사님께서 오셔서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베드로전서 4장 12, 13절 말씀입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를 연단하려고 오는 불 시험을 이상한 일 당하는 것 같이 이상히 여기지 말고오히려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나타내실 때에 너희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 함이라

저는 이 말씀으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깊이 만나게 됩니다예수 그리스도께서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깨닫게 되고병원에서의 슬픔과 걱정과 낙심된 마음이 기쁨과 평안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저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기쁨 속에서 찬송을 부르고성경을 읽으며 기쁨과 감사함 속에서 지냈었습니다.

예수 믿기 전에는 환경 때문에 제 감정의 변화가 있었습니다그런데 예수를 믿었더니 내가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세상의 가치와 질서가 아닌 하늘의 가치와 질서에 따라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세상에 있었으나 세상에 속하지는 않은 삶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삶인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히브리서는 핍박과 박해 속에 있었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기록된 성경입니다그들이 그런 환난과 박해와 시험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이 세상이 아닌 하늘에 소망을 두고 살았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13절을 보시면,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임을 증언하였으니

 

히브리서 11장에 기록된 믿음의 사람들은 다 믿음으로 살다가 죽음을 맞았습니다그리고 그들은 무엇인가를 멀리서 보고 사모하며 이 땅에서 살다가 죽었다는 것입니다그리고 그들은 마치 이 땅에서 외국인과 나그네처럼 살다가 갔습니다.

 

16절 말씀을 보시면,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오늘 본문 14, 15, 16절에는 본향(本鄕)’이란 단어가 세 번 반복되고 있습니다그런데 믿음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태어난 이 땅의 고향보다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며 살았는데그 본향이 곧 하늘에 있는 천국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닙니다우리는 천국의 시민이며하나님의 백성이며하나님의 자녀입니다그리고 우리는 이 땅에서 살지만 이 땅에 소망을 두고 살지 않고천국에 소망을 두고 살아가는 것입니다이런 이들에게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이 땅의 삶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부자가 될 수도 있고 가난할 수도 있습니다건강할 수도 있고 허약할 수도 있습니다잘 났을 수도 있고 못 났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그것이 우리를 흔들 수 없습니다잠시 잠깐의 이 땅의 삶이 결코 전부가 될 수 없습니다비교와 고통과 눈물이 없는 영생의 삶천국의 시민으로 살아갈 두 번째 인생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죽음도 두렵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이 시험 받을 때 독자 이삭을 번제로 바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삭이 죽어도 하나님께서 그를 다시 살리실 것을 믿는 부활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이삭도야곱도요셉의 마지막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니라 장차 갈 천국을 바라보는 모습을 오늘 본문은 보여주고 있습니다(17~22). 죽음만큼 우리를 두렵게 할 만한 것은 없을 겁니다그러나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그 조차도 초월하는 능력이 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 하늘의 가치와 질서에 따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입니다지금 여러 가지 환경으로 인해 두려움과 낙심의 마음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죽음조차도 우리를 흔들지 못합니다우리는 이 땅이 전부인 것처럼 살지 않고하늘을 소망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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