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자의 소망

시편 130:1~8

1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2 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

3 여호와여 주께서 죄악을 지켜보실진대 주여 누가 서리이까

4 그러나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하게 하심이니이다

5 나 곧 내 영혼은 여호와를 기다리며 나는 주의 말씀을 바라는도다

6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

7 이스라엘아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여호와께서는 인자하심과 풍성한 속량이 있음이라

8 그가 이스라엘을 그의 모든 죄악에서 속량하시리로다

우리나라는 35년 간의 일제 식민 역사와 1950년 한국전쟁으로 민족적으로는 가장 비극적인 역사를 경험했습니다. 그 이후 반세기에 걸쳐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면서, ‘법과 원칙, 정의와 공정…’과 같은 가치가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정서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때문에 법을 어기거나, 질서를 어기는 것에 대해서는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어떤 비난받을 범죄 사실이 드러났을 때, 거의 마녀사냥 급 수준의 비난과 정죄 현상이 나타나는 거 같습니다. 2023년 12월,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정말 유명한 배우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전혀 관계없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에 그 배우가 자녀를 볼 면목도 없고, 아내에게 속죄하는 방법이 그뿐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의 끝에 어리석게도 그 비극적인 방법을 선택했을 거 같습니다.

시편 150편 중에 <참회시>라고 불리는 시가 모두 7개가 있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시편 51편]인데, 이 시는 ‘다윗이 밧세바와 동침한 사건’을 선지자 나단이 책망한 뒤에 눈물로 회개하며 기록한 시편입니다. 오늘 본문인 [시편 130편]도 다윗의 참회시와 더불어 시편에 있는 일곱 개의 참회시 중에 하나입니다.

1절을 보시면,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고난과 시련도 인생의 깊은 골짜기라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주님 앞에 범죄했을 때에도 영적으로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인 것입니다. 시인의 상태가 지금 영적으로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시인은 바로 그 영적 절망의 상태에서 부르짖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어떤 일들을 하다가 실패했을 때에도 큰 절망을 경험하지만, 우리는 범죄하여 하나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영적으로는 큰 실패감과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절망감을 느낀다는 것은 어찌보면 회복될 소망이 있는 겁니다. 오히려 범죄하면서도 양심에 작은 거리낌도 없는 것은 예수님께서 외식하는 자들을 향해 책망하셨던 것처럼 ‘회칠한 무덤’과 같은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영적으로 희망이 없습니다.

4절을 보시면,
“그러나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하게 하심이니이다”

하나님께서는 참으로 회개하는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마녀사냥하듯 정죄하고, 비난하여 더 이상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매장을 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용서하지 못할 죄는 없습니다. 그래서 시인도 범죄했지만,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용서해 주심을 바라며 주님께 회개하며 부르짖고 있는 것입니다.

6절을 보시면,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

시인은 하나의 비유를 사용하고 있는데, 홀로 밤을 지새우며 성을 지키는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시인이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과 사죄하심을 더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교회를 개척하기 전에는 의정부에서 10년을 부목사로 섬겼는데, 처음 교회에 부임을 하고 나니 담임목사님께서 설교하실 때 ‘서울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밀리고 밀려서 의정부까지 오게 된다’는 말씀을 종종 하시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사역할 때만 해도 서울의 북쪽 경계를 살짝 벗어난 경기도 의정부시는 집값이 서울보다 많이 저렴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교구 목사로 사역하다보니깐 성도님들이 어떻게 의정부에 오시게 되셨는지를 보니 정말 실패해서 의정부에 오신 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감사한 것은 그렇게 실패하셨더라도 믿음으로 그 시련을 견뎌내시면서 다시 재기하시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제가 필리핀 세부에 처음 와서부터 기도하는 제목 중에 하나가 “세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땅에서 믿음의 전성기를 맞게 해 주시고, 이 땅이 인생의 제2의 전성기를 맞는 축복의 땅이 되게 해 주옵소서!” 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이야 일반적인 가정, 특별히 큰 문제 없이 오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개척 초기만 해도 가정적으로, 생업과 기업으로, 개인의 인생에도… 여러 가지 문제와 아픔과 어려움과 실패와 절망 가운데 있었던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어떤 실패를 경험했든지, 이 세부에서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기를, 하나님 안에서 새로운 인생의 제2막이 열리게 되기를 기도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기도합니다. “사람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도할 곳, 예배할 곳을 찾는 영적 부흥의 땅이 되게 해 주옵소서. 믿음이 없던 이들이 예수님을 만나게 하시고, 식어진 믿음을 가진 이들의 믿음에 불이 붙게 하시고, 믿음을 갖고 있는 이들은 그 믿음이 일곱 배로 커지게 해 주옵소서!”

하나님께서는 범죄한 사람이 회개하며 주님의 은혜와 긍휼을 바라며 돌아올 때, 그가 어떠한 죄를 지었더라도 그를 용서해 주시는 자비하신 분이십니다. 또한 세상에서 실패하여 버려졌을 지라도 주님께로 오면 붙드시고, 다시 일으키셔서 새 인생을 살게 하시는 것입니다. 영적으로, 사회적으로, 세상적으로 실패한 자의 유일한 소망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곧 우리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한 문장: 하나님께서는 범죄한 사람이 회개하며 주님의 은혜와 긍휼을 바라며 돌아올 때, 그가 어떠한 죄를 지었더라도 그를 용서해 주시는 자비하신 분이십니다. 또한 세상에서 실패하여 버려졌을 지라도 주님께로 오면 붙드시고, 다시 일으키셔서 새 인생을 살게 하시는 것입니다.

오늘의 묵상: 실패해도 하나님께로 나아갈 때, 다시 일으켜 주실 은혜를 묵상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