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라고

시편 144:1~4

1 나의 반석이신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그가 내 손을 가르쳐 싸우게 하시며 손가락을 가르쳐 전쟁하게 하시는도다

2 여호와는 나의 사랑이시요 나의 요새이시요 나의 산성이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방패이시니 내가 그에게 피하였고 그가 내 백성을 내게 복종하게 하셨나이다

3 여호와여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알아 주시며 인생이 무엇이기에 그를 생각하시나이까

4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

저와 함께 신학교를 다녔던 동기 중에 제가 좋아하기도 했던 참 괜찮은 전도사님이 한 분 있었습니다. 저보다 몇 살 많은 형님이셨는데, 우리 교단 신학교를 늦게 들어와서 저와 동기가 되었지만, 이미 외국에서 신학교도 다녔고, 사역 경험도 풍부해서 배울 게 참 많은 전도사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도사 시절부터 전국에 집회를 다닐 정도로 설교도 잘 하시고, 교회 사역도 훌륭하게 잘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한인교회에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아 가게 되었는데, 그때 저한테 “제환아, 내가 혹시 목사로서 변질되면 나한테 꼭 얘기해 줘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고 순수한 사역자로 살아갈 각오의 말로 들렸습니다. 멋져 보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좀 흘러서 그 목사님께 좀 실망스런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목사님, 변했네요!’라고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말한들 듣지도 않을 거 같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참 훌륭한 사역자였는데, 지금까지도 많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이렇듯 우리 사람은 변해야 할 옛 습관은 잘 안 변하고, 변하지 말아야 할 좋은 마음과 의지와 결단은 변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인 [시편 144편]의 저자인 다윗은 골리앗 앞에 나아갔던 소년 목동 시절의 믿음이나, 이스라엘의 왕이 된 이후의 모습이나 그 마음과 신앙이 변함이 없는 모습을 본 시를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1절을 보시면,
“나의 반석이신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그가 내 손을 가르쳐 싸우게 하시며 손가락을 가르쳐 전쟁하게 하시는도다”

다윗은 원래 창이나 칼을 잡아본 적이 없었던 소년 목동이었지만, 하나님께서 그에게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뛰어난 창‧검술을 갖추게 하셨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직 어린 소년 목동의 신분으로 거인 장수 골리앗과 싸워 민족을 구원하게도 하셨고, 그 이후 사울 왕의 군대장관이 되어 참전하는 전쟁마다 승리케 하셨다는 것입니다.

가난하던 사람이 큰 성공을 거두고, 큰 재물을 모으고, 하는 일들마다 형통하고,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면… 자기가 잘나서 그렇게 된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우린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요즘 종종 유명 연예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들려옵니다. 어느 누가 내일 내가 계속 살아있을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누군가를 높이기도 하시고, 낮추기도 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그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늘 겸손해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세부에서 이민교회를 개척해서 지금까지 은혜 가운데 사역하고 있지만, 제가 능력이 있어서, 제가 설교를 잘해서, 제가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제가 잘나서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뭐라고…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가 없었으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는 그만한 인물이 못됩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저는 여기까지 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2절을 보시면,
“여호와는 나의 사랑이시오 나의 요새이시오 나의 산성이시오 나를 건지시는 이시오 나의 방패이시니 내가 그에게 피하였고 그가 내 백성을 내게 복종하게 하셨나이다”

다윗은 현재 한 나라의 왕이지만, 그는 자신이 소년 목동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하나님께서 변함없이 자신을 도우시고, 구원하시고, 은혜를 베푸시고 계심을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3절과 4절을 보시면,
“여호와여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알아 주시며 인생이 무엇이기에 그를 생각하시나이까.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이었습니다. 신하가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마다 모든 백성들이 나와 다윗의 이름을 부르며, 엎드려 절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마음이 얼마나 거만해 질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는 ‘내가 뭐라고…’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4절의 첫 문장인 “사람은 헛것 같고”라는 문장의 영어 성경은 “Man is like a breath(사람은 한 호흡 같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한 번의 호흡이 얼마나 짧습니까? 그리고 하반절에서는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해가 뜨면 생기는 그림자가 그 해가 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 인생이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보잘 것 없습니까?

한두 달 전에 세부의 한 쇼핑몰에 갈 일이 있어서 갔다가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한 빈민가 마을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화려한 쇼핑몰에서 차로는 1분밖에 안 되는 곳인데,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이 있는 갯벌 위에 합판으로 허술하게 지어진 수백 채의 수상가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곤 ‘우리 교회에서 저 마을을 섬겨야 겠다’는 마음의 감동이 있어서 바로 빈민 구제 사역 준비를 시작했고, 어제 첫 봉사를 다녀온 겁니다. 그 마을에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가서 예수님의 복음과 함께 닭죽도 끓여주고, 쌀과 라면도 나눠주고, 헛 옷도 챙겨주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잘나거나, 능력이 뛰어나거나, 착하거나, 무슨 공로가 많아서 우리를 도우시고 구원하시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것입니다. 내가 뭐라고, 우리가 뭐라고… 이런 은혜를 베푸겠습니까? 다른 조건과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한 문장: 내가 뭐라고, 우리가 뭐라고… 이런 은혜를 베푸겠습니까? 다른 조건과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묵상: 자격 없는 자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