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자락을 잡은 예배자

마가복음 5:25~34

25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아 온 한 여자가 있어

26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진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

27 예수의 소문을 듣고 무리 가운데 끼어 뒤로 와서 그의 옷에 손을 대니

28 이는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 생각함일러라

29 이에 그의 혈루 근원이 곧 마르매 병이 나은 줄을 몸에 깨달으니라

30 예수께서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곧 스스로 아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이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시니

31 제자들이 여짜오되 무리가 에워싸 미는 것을 보시며 누가 내게 손을 대었느냐 물으시나이까 하되

32 예수께서 이 일 행한 여자를 보려고 둘러 보시니

33 여자가 자기에게 이루어진 일을 알고 두려워하여 떨며 와서 그 앞에 엎드려 모든 사실을 여쭈니

34 예수께서 이르시되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우리 교회가 있는 필리핀 세부는 초‧중‧고등학교 과정의 조기 유학생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이 우리 교회에서 예배 드리고 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이 ‘요즘 한국 교회에서는 아이들이 별로 없는데, 이 교회는 아이들이 참 많네요’라고 하세요. 우리 성도들은 대부분이 자녀의 교육과 대학진학 등이 가장 큰 관심사 중에 하나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여기도 대학입시 시즌이 되면 입시생도 그리고 학부모의 모습도 제가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초췌한 모습인 경우가 많습니다(물론, ‘입시지옥’이라고 할 정도의 한국의 입시보다는 덜합니다). 입시 철에 우리 교회 아침 채플에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엄마들이 기도하러 나오는데 자녀를 위한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입시생들도 종종 나오는데 불안과 걱정과 염려 가득한 초췌한 얼굴로 예배하고, 기도하고 돌아가곤 합니다. 얼굴이 상할 정도로, 그만큼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님 앞에 은혜를 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그 어떤 간절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간절함과 절박함을 갖고 예수님을 향해 나아가는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아 온 한 여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두 가지를 교훈하시고 있습니다.

첫째, 믿음의 한계를 제한하지 말라.

예수님께서 공생애 사역의 베이스캠프와 같은 갈릴리 해변의 한 마을에 도착하셨을 때, 예수님의 놀라운 기적 이야기를 듣고 많은 무리들이 바닷가에 계신 예수님께 몰려왔습니다. 그때 회당장 야이로라는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자기의 죽어가는 열두 살 난 딸을 살려달라고 찾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야이로의 집을 향해 출발하자, 죽어가는 딸도 다시 살리시는 예수님의 기적을 보고자 수많은 군중이 밀고 밀리며 예수님을 에워싸 이동하고 있었던 겁니다.

26절과 27절을 보시면,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진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 예수의 소문을 듣고 무리 가운데 끼어 뒤로 와서 그의 옷에 손을 대니”

산부인과 질환 중에 ‘자궁출혈’이 멈추지 않는 증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어떤 의사도 치료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12년간, 가진 재산마저 다 허비한 상태였습니다. 더더구나 율법에 의하면 이런 혈루증을 앓고 있는 여인을 가까이 하는 사람도 부정해 지기 때문에 가족들도, 이웃과 친구들도 모두 그녀를 가까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앞에 당당히 나가서 병을 치료해 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신세였었던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무리 가운데 끼어 손을 뻗어 예수님의 뒤쪽 옷자락 끝을 살짝 잡은 겁니다. 흥미로운 것은 23절에 보면 회당장 야이로는 예수님께 ‘우리 집에 오셔서 제 딸 머리에 안수하셔서 병을 고쳐 주소서’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의 여인은 예수님의 옷자락 끝을 살짝만 잡아도 병이 낳을 것을 믿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신뢰하는 믿음은 주님의 능력을 제한하지 않는 것입니다. 믿음의 한계를 두지 마십시오. 안수하셔도 치료해 주시고, 옷자락만 잡아도 치료되고 심지어 로마의 백부장은 예수님께서 원거리에서 말씀만 하셔도 치료될 것을 믿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능력이 부족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내 믿음의 크기만큼만 하나님의 능력을 제한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믿음의 작은 그릇에 하나님을 담으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한계가 없는 능력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십시오.

둘째, 능력은 믿음을 통해 흐른다.

29절에 의하면,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 끝을 살짝 잡는 순간 혈루 근원이 마르고 곧 병이 나은 줄을 몸에 깨닫게 됩니다.

30절을 보시면,
“예수께서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곧 스스로 아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이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시니”

예수님께서는 혈우증 여인이 주님의 옷자락을 잡은 동시에 예수님의 능력이 그 여인에게 흘러가 병이 치료된 것을 아셨습니다.

34절을 보시면,
“예수께서 이르시되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예수님의 옷에 신비한 능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인이 갖고 있었던 그 믿음이 예수님의 능력이 흐르게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 혈우증 여인의 믿음을 칭찬하셨던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예수님의 능력이 흐르는 통로라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예수님의 옷자락만 잡아도 병이 치료될 것이라는 믿음은 옷자락을 믿은 게 아니라, 예수님의 능력을 완전히 신뢰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 여인의 믿음을 보시고, 그 순간 12년간 불가능했던 그 문제를 깨끗하게 치료해 주신 것입니다.

제가 목회하고 있는 필리핀 세부의 한인교회 사역은 그리 쉽지 않은 곳입니다. 일단은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이들이 많지 않고, 좀 더 길게 머무시는 좋은 성도들도 자녀들의 공부가 마쳐지면 이곳에서 더 사실 이유가 없기도 합니다. 청년들이나, 우리 성도들이 이곳에서 무슨 직장을 얻거나, 어떤 사업을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좋은 청년들, 성도들도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떠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하나님께서 저를 필리핀 한인교회 개척 사명을 주시고, 이곳에 보내 주신 게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교회가 부흥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있기 때문에 저는 더 철저히 주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고, 오직 믿음의 도전을 통해서만 새로운 역사를 써갈 수 있기 때문에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안 된다. 할 수 없다’라고 하지만, 내 믿음의 한계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혈루증 여인과 같이 매 순간마다 손을 뻗어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으면, 하늘로부터 예수님의 능력이 나와 우리 교회 안에 흐르게 될 것을 믿습니다.

오직 전능하시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았던 믿음의 예배자인 혈루증 여인과 같이 여러분의 믿음의 한계를 두지 마십시오. 지금도 예수님의 능력은 믿음으로 손을 뻗어 주님의 옷자락을 잡는 이들의 손을 타고 흘러 역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 첫째, 믿음의 한계를 제한하지 말라

• 둘째, 능력은 믿음을 통해 흐른다

기억해야 할 한 문장: 여러분의 믿음의 한계를 두지 마십시오. 지금도 예수님의 능력은 믿음으로 손을 뻗어 주님의 옷자락을 잡는 이들의 손을 타고 흘러 역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묵상: 내가 제한하고 있는 하나님의 능력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