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나 낮이나”

<시편 104:19~35> 

물에 빠져서 죽을 번한 경험이 있으셨던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히 오래 갑니다. 저 역시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물에 빠져서 죽다 살아난 경험이 있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 공용으로 쓰던 우물과 작은 연못이 있었습니다. 여름만 되면 그 연못은 동네 어린이들의 수영장이 되었습니다. 저 보다 큰 형들은 수영도 잘 하고, 잠수도 잘 하는데 저는 얕은데서 땅 짚고 헤엄치며 놀 뿐이었지 전혀 수영을 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때 저 보다 두 살 위인 우리 작은 누님이 ‘너도 한 번 형들처럼 수영 한 번 해봐라’하면서 저를 깊은 곳에 밀어 넣었습니다. 제 키를 훌쩍 넘기는 깊이의 물속에 빠져 연못 바닥을 딛고 올라와 허우적거리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 동네 형이 던져준 고무튜브를 붙잡고 죽을 번하다가 겨우 살았습니다. 그런데 40여년이 지난 일인데도 그 때 제가 살겠다고 연못 바닥을 차고 올라올 때 진흙이 발가락 사이사이로 새어나오는 그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내 의지와 관계없이 원치 않는 고난의 깊은 바다 한 가운데에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 때는 내가 거기서 그렇게 끝날 거 같고, 죽을 거 같고, 내일에 대한 소망이 전혀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 인생의 깊은 밤이 안 끝날 거 같은 겁니다.

다윗이 시편23편 4절을 기록할 때도 그랬습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다윗이 겪고 있는 그 순간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으면 그것을 표현하기를 “내가 사망(죽음)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라고 기록했겠습니까? 지금 그 상황이 죽을 거 같은 겁니다. 다 끝난 거 같은 겁니다. 아무 소망도 없는 거 같은 겁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 다윗이 어떻게 고백하고 있습니까?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지금 죽을 거 같은 그런 두렵고 괴로운 순간이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의 상황은 그럴지라도 여전히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목자가 되신 그 분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자신을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을 믿는 겁니다. 그래서 그 인생의 가장 깊은 밤을 지내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19절을 보시면,
“여호와께서 달로 절기를 정하심이여 해는 그 지는 때를 알도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공간 안에 시간의 질서를 창조하신 것을 말합니다. 그 해와 달로 인해서 4계절이 오고, 밤과 낮도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고로는 보통 아침부터 하루라고 시작하지만, 히브리적 사고는 ‘밤과 낮’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가 하루의 시작이 밤6시부터 시작되고 아침의 해가 뜨고 질 때인 오후6시가 하루의 마침이며 동시에 하루의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창조도 흑암이 먼저 있었고, 그 후에 빛이 창조되었습니다.

여기서 깨닫게 되는 중요한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빛을 통해 낮이라는 질서를 만드셨지만, 밤이라는 시간의 질서도 만드셨다는 겁니다. 인생에 있어 밤이라는 시간이 있기도 하지만, 반드시 하나님께서 주실 아침의 시간도 맞게 된다는 겁니다.

20절부터 23절을 보시면,
“주께서 흑암을 지어 밤이 되게 하시니 삼림의 모든 짐승이 기어나오나이다. 젊은 사자들은 그들의 먹이를 쫓아 부르짖으며 그들의 먹이를 하나님께 구하다가, 해가 돋으면 물러가서 그들의 굴 속에 눕고, 사람은 나와서 일하며 저녁까지 수고하는도다”

밤에는 삼림의 모든 짐승들이 나와 먹을 것을 찾아 다니고, 해가 뜨면 굴 속에 들어가 쉰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은 해가 뜰 때부터 저녁까지 수고하며 살아간다는 겁니다. 짐승은 밤에 일하고 낮에 쉬고, 사람은 낮에 일하고 밤에는 쉬도록 그렇게 자연의 질서를 만드신 겁니다.

그런데 27절을 보시면,
“이것들은 다 주께서 때를 따라 먹을 것을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짐승이나 사람 모두가 때를 따라 먹을 것을 주시는 하나님을 바라본다는 겁니다. 21절에서도 젊은 사자들조차 먹이를 쫓아 그들의 먹이를 하나님께 구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지으신 피조물들을 먹이시고 입하시기 때문인 것입니다. 밤에도 먹을 것을 주시고, 낮에도 역시 먹을 것을 주셔서 우리를 기르시는 것입니다. 제가 요즘 자주 듣는 찬양 중에 ‘밤이나 낮이나’라는 곡이 있습니다.

[밤이나 낮이나] – 작사, 작곡 : Rebecca Hwang
나의 소망 되신 주
주를 바라 봅니다
다시 오실 나의 왕 예수
주를 기다립니다
밤이나 낮이나 어제나 오늘도
영원히 주만 찬양해
괴롭고 슬플 때 낙망하여 넘어져도
언제나 주만 찬양하겠네
——–
세상을 창조하신 우리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인생의 밤이나 낮이나 먹을 것을 주시고 돌보시고 계심을 믿으십시오.

그러므로 오늘 본문 33절에서 시인은
“내가 평생토록 여호와께 노래하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내 하나님을 찬양하리로다”

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인생의 밤과 낮에도, 괴롭고 슬픈 일이 있을 때에도, 낙망하여 넘어졌을 때에도 주님의 신실하신 그 뜻을 믿으며 언제나 주만 찬양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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