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 붙잡고 있는 것

시편 119:81~88

81 나의 영혼이 주의 구원을 사모하기에 피곤하오나 나는 주의 말씀을 바라나이다

82 나의 말이 주께서 언제나 나를 안위하실까 하면서 내 눈이 주의 말씀을 사모하기에 피곤하니이다

83 내가 연기 속의 가죽 부대 같이 되었으나 주의 율례들을 잊지 아니하나이다

84 주의 종의 날이 얼마나 되나이까 나를 핍박하는 자들을 주께서 언제나 심판하시리이까

85 주의 법을 따르지 아니하는 교만한 자들이 나를 해하려고 웅덩이를 팠나이다

86 주의 모든 계명들은 신실하니이다 그들이 이유 없이 나를 핍박하오니 나를 도우소서

87 그들이 나를 세상에서 거의 멸하였으나 나는 주의 법도들을 버리지 아니하였사오니

88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주의 입의 교훈들을 내가 지키리이다

어제 나눈 말씀(시편 119장 73~80절)에 이어지는 오늘 본문에서는 지금 시인의 고통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표현들이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본문을 통해서 시인이 고난의 마지막 순간까지 붙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시인의 상황을 살펴보시면,

83절을 보시면,
“내가 연기 속의 가죽 부대 같이 되었으나 주의 율례들을 잊지 아니하나이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포도주와 물과 같은 것을 동물의 가죽 부대에 넣어서 나무와 같은 곳에 걸어놨습니다. 이 구절의 표현이 무엇을 상징하는 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나무 위에 걸려 있는 채로 사용하지 않은 가죽 부대에 먼지와 재가 덮여 있는 것과 같이 시인의 고난이 끝나지 않고 있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합니다.

84절, 85절을 보시면,
“주의 종의 날이 얼마나 되나이까 나를 핍박하는 자들을 주께서 언제나 심판하시리이까. 주의 법을 따르지 아니하는 교만한 자들이 나를 해하려고 웅덩이를 팠나이다”

85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주의 법을 따르지 아니하는 교만한 자들”

은 불신자들과 이방인들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니깐 시인은 하나님의 존재와 그분의 말씀을 멸시하기까지 하는 교만한 자들로 말미암아 큰 위기 가운데 몰려 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84절의 걱정과 같이 곧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87절도 보시면,
“그들이 나를 세상에서 거의 멸하였으나 나는 주의 법도들을 버리지 아니하였사오니”

이미 84절과 85절에서 시인의 상황이 죽을 수도 있는 매우 큰 위기의 상황에 내몰려 있는 것을 말씀하셨는데,

87절에서도
“그들이 나를 세상에서 거의 멸하였으나…”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이제 악인들이 혹은 이방인들이 승기를 잡고 있고, 믿음의 사람인 시인을 거의 멸하기 직전의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구절을 통해서 시인은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주의 법도들을 버리지 아니하였사오니”라는 말씀과 같이 하나님의 말씀과 언약을 붙들고 있는 것입니다.

81절도 [쉬운성경]으로 보시면,
“내가 주의 구원을 기다리다 지쳤습니다. 그러나 나는 주의 말씀에 희망을 두고 있습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시인은 시련과 고난으로 하나님 앞에 기도하고 부르짖으며 주의 은혜와 구원을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데, 속히 응답되지 않는 겁니다. 아니 점점 상황은 더 악화되는 듯 하는 겁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의 말씀에 희망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누군가의 말이라면 이렇게까지 굳게 붙들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굳게 약속을 했다고 해도, 그 사람이 능력이 안 돼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기도 하고, 나를 돕고자 했던 그 마음이 변해서 나를 돕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나를 향해 했던 굳은 약속을 파기하고 배신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게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은 믿지 않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을 의지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랑하고, 이해하고, 존중하고, 중보해 주고, 손잡아주고, 내가 도와야 할 존재이지 내가 믿고 의지하고 기댈만한 존재가 못 됩니다. 돈도 있고 성공도 했고 사회적 지위와 힘도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갑자기 중병에 걸려 얼마 못 살고 세상을 떠나게 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나기도 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시편 119편 116절을 보시면,
“주의 말씀대로 나를 붙들어 살게 하시고 내 소망이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라고 시인은 고백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약속과 말은 지켜지지 않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과 언약은 반드시 지켜지는 것입니다. 때문에 시인은 그 말씀대로 죽음의 위기에 내몰려 있는 자신을 붙들어 살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믿음의 사람이 갖고 있는 이 소망이 부끄럽지 않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제가 관계의 문제, 다른 사람의 문제로 인해 억울하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있었습니다. 한참 열정적으로 사역해야 할 젊은 목사였던 저는 그때 그렇게 제 목회자로서의 커리어와 삶이 거기서 끝나는 거 같았습니다. 너무나도 모욕적인 모습으로,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할 것 같았습니다. 분하기도 하고, 그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억울함을 풀고 싶은 마음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그런데 제겐 힘이 없었고, 저는 약자로서 그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했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제게 주셨던 말씀이 시편 118편 17절입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께서 하시는 일을 선포하리로다”

이 말씀이 절망 가운데 흔들리던 저를 붙들어 주셨습니다. ‘지금은 네가 이렇게 벼랑 끝에 내몰려 있지만, 너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너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의 일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라고 제게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오늘 이 말씀을 듣는 분들 중에서도 그렇게 인생의 벼랑 끝에 내몰려서 겨우 버티고 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간증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오늘 본문의 시인이 그 말씀을 붙들고 있는 것처럼, 여러분의 마지막 순간에서도 하나님의 구원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하신 일들을 간증하고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한 문장
사람의 약속과 말은 지켜지지 않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과 언약은 반드시 지켜지는 것입니다. 때문에 시인은 그 말씀대로 죽음의 위기에 내몰려 있는 자신을 붙들어 살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오늘의 묵상
오늘 내가 붙들어야 할 말씀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