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유전자”

[이야기 ‘샘’] 

김제환목사(세부광명교회)

 

중세 유럽에서 일어난 최악의 사건 중에 하나라고 한다면 ‘흑사병(黑死病, Black Death) 창궐’을 들 수 있습니다. 1346년에 시작된 흑사병은 더 멀리는 1840년까지의 유럽 전역에 범유행 했고, 그로 인해 유럽 총 인구의 30~60%가 죽었습니다. 흑사병 이전에 세계 인구는 4억 5천만 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흑사병 이후 한 세기만에 인구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도리어 3억 5천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아뇰로 디 투라’라는 사람은 당시의 처참함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매일 밤낮으로 수백명의 사람들이 죽어갔다. … 역병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 머지않아 온 땅이 묘지로 덮이리라. 나, 아뇰로 디 투라 또한 다섯의 아이들을 내 손으로 묻었다. … 이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며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믿었다.”

미국의 ‘맥스 루케이도(Max Lucado)’라는 사람이 쓴 『목마름』이란 책에 흑사병으로 유럽의 모든 마을들이 전멸되어가다시피 하던 당시에 있었던 특별한 사건을 하나 기록하고 있습니다. 때는 지금부터 약 300년 전의 일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땅이던 러시아의 크림반도에서 시작된 흑사병이 사납게 유럽 전역에 퍼져 나가다가 섬나라였던 영국 땅에까지 퍼지게 되었습니다. 전염병은 영국의 런던과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살고 있는 대도시부터 전국의 도시들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영국의 아이엄(Eyam)이라는 오래된 시골 마을까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조지 버커스(George Viccars)라는 양복쟁이가 런던에서 온 소포를 뜯은 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내용물이라고는 버커스가 일전에 주문한 옷 한 번이 전부였지만, 그걸 꺼내서 두어 번 터는 순간 병에 감염된 벼룩들이 집 안 곳곳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버커스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채 나흘을 넘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됩니다. 곧이어 그가 살던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전염병이 다른 곳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에 이웃 마을 사람들은 아이엄 마을로 통하는 모든 길을 차단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허허벌판에다가 아이엄 사람들을 위한 얼마의 식량을 던져 놓고는 황망히 사라져 갔습니다. 아이엄 마을 주민들은 온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채 역병으로 외롭게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년여 뒤, 아이엄을 찾은 이웃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라게 됩니다. 절반이 넘는 주민들이 흑사병을 이겨 내고 살아있었던 겁니다. 이것이 어찌된 일이었을까요? 마을 주민들은 병균에 무방비로 노출됐습니다. 역병으로 죽은 시체들을 손으로 만졌고,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셨습니다. 그 중에는 일주일 만에 남편과 여섯 아이들을 잃고도 살아남은 기구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또 무덤을 파는 일꾼은 역병에 걸린 수백 구의 시체를 처리했지만, 정작 본인은 병균에 감염되지 않고 생명을 지켜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아이엄의 생존자들은 그 오염된 환경에서 어떻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그 비결은 혈통이었습니다. 후손들의 DNA 구조를 조사한 결과, 생존자들은 질병을 막아 주는 특별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바로 그 유전자가 백혈구를 둘러싸고 병균이 침투하는 것을 초기부터 차단해 버렸던 겁니다. 그래서 흑사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몸 안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별다른 해를 끼치지 못했던 겁니다. 부모를 잘 둔 덕에 목숨을 건졌던 거죠. 무슨 특별한 비방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은 그저 특수한 혈통을 타고 난 까닭에 온 마을이 쑥대밭이 되가는 중에 그 흑사병과 싸워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겁니다.

요즘 장수 유전자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의 장수의 대가로 알려진 미쓰오 다다시 박사는 자신의 저서 『125才まで元氣に生きる』에서 이 장수 유전자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는데,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특별한 유전자가 있으며 그것이 바로 장수 유전자 시르투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일본의 학자인 가즈오 박사 역시 『당신 안에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는 책에서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 시르투인의 발현을 돕는다면 누구나 장수할 수 있다.… 우리 몸은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세포마다 2만3천개의 유전자가 있지만 늘 사용하고 있는 것은 고작 5%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올바른 생활습관이란 소식과 채식을 즐기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잠들어 있는 나머지 95%의 세포가 활성화돼 미토콘드리아 숫자가 늘어나면서 장수한다는 겁니다.

세계의 여러 학자들이 장수유전자가 ‘있다’ 혹은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가 아직 그 정확한 것을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학자들의 주장을 빌리면 장수유전자는 얼마든지 우리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좋은 생활의 습관들은 그의 몸에 장수 유전자를 만들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우리교회의 한 중년의 남자 성도님과 대화하다가 그 분에게 참 유익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 어깨 회전근 개(Rotator cuff tendon)가 파열되어 심한 어깨 통증을 겪으셨다는 겁니다. 우리 몸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한 유일한 관절이 어깨 관절인데, 이 회전근 개 파열은 중년을 포함한 노인 어깨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에 하나로 오십견보다 더 흔히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그런데 회전근 개 파열은 심한 어깨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자꾸 그 근육을 쓰지 않게 되고 결국 근력이 약화되고 만성질병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성도님이 그 때부터 의지적으로 피트니스 클럽에서 PT(Personal Training)을 체계적으로 받고, 매일 꾸준하게 운동을 해 나갔더니 3개월부터 몸이 좋아지고 어깨 통증도 사라지고 50대의 나이에 배도 들어가고 현재는 웬만한 젊은 사람보다 체력이 더 좋아졌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당신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사시고 계신 겁니다. 우리 성도님은 당신의 몸 안에 그렇게 장수 유전자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여러 가지 환경 탓, 자신의 능력 탓, 다른 사람을 탓하며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같은 세상에 살면서 다른 가치를 갖고 살아갔기 때문에 인생을 승리하며 살아갔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 빌게이츠가 “태어나서 가난한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도 가난한 건 당신의 잘못이다.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난 건 죄가 아니지만, 당신의 가정도 화목하지 않은 건 당신의 잘못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당신 안에 이미 승리의 유전자가 있는데, 그걸 활용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을 승리할 수 있는 당신안의 승리의 유전자를 일으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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