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나에게 실망할 때…”

<로마서 7:14~25> 

제가 목회하면서 종종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사람이란 존재는 참 잘 안 변하는구나 그리고 변해도 아주 조금 변하는구나…’라는 겁니다. 저처럼 사람들의 영혼과 정신적이고 내면적인 것을 목표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예수 믿으면 그 동안의 잘못된 습관과 행동들이 바뀌고, 표정과 말과 인격적인 부분까지 완전히 변화되면 좋겠는데 그게 생각과 바람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회 몇 년 다니다 보면 집사님도 되고, 권사님도 되는데 그런 교회의 직분과 관계없이 인격적인 부분이 훈련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시험을 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문에 초신자들 중에 교회 처음 나와서 그래도 교회 다니는 분들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갖고 왔는데 열심히 교회 다닌다고 하는 분들의 실망스런 모습을 보면 거기에서 시험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잘 변화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누구보다 큰 실망감을 갖게 되는 게 저와 같은 목회자일 것입니다. 그 분들이 변화되지 않는 게 저 때문인 거 같고, 제가 잘 못 가르친 것 같고, 제가 실력이 없고 무능한 것 같다는 자괴감 같은 것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고 보면 사실 잘 변화되지 않는 것은 그 분들 뿐만이 아닙니다. 저 역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다만 각 사람이 각각 잘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절제하지 못하기도 하고, 약한 부분들이 있고, 옛 사람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의 실수와 잘못들은 좀 더 부각될 뿐입니다.

최소한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변화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신앙생활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은 겁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12:4절에서는 “너희가 죄와 싸우되 아직 피 흘리기까지는 대항하지 아니하고”라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사람이 변화되려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과 결단이 없으면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사람이 법을 몰라 안 지키는 게 아닙니다. 잘 지키고 싶은데 그 선한 마음과는 달리 죄의 욕망에 더 사로잡혀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들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도 중의 한 사람으로 쓰임 받았던 사도 바울 역시 여전히 변화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수도 없이 절망했었습니다.

15절 말씀을 보시면,
“내가 행하는 것을 내가 알지 못하노니 곧 내가 원하는 것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미워하는 것을 행함이라”

이 구절을 쉬운성경에서는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지 않고, 미워하는 일을 행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라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바울 사도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탄식하고 있는 겁니다.

사도 바울이니 얼마나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싶었겠습니까? 그래서 마음과 생각으로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야 해. 거룩하게 살아야 해. 온유하고 겸손해야 해. 진실하게 살아야 해…’하는데, 자신의 그 선한 마음과 달리 악하고 정욕적인 일들에 치우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 일들은 바울 사도가 미워하는 일들이었습니다. 그 일들은 바울 사도가 경멸이 여기던 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그런 악한 일들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20절에서
“만일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그것을 하면 이를 행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

바울은 하나님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믿음으로 거듭한 크리스천이었습니다.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 안에 끝없이 꿈틀대는 그 죄의 유혹에 우리 인간은 종종 넘어지는 겁니다.

21절부터 23절을 보시면,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

바울은 자신 안에 ‘선과 악의 마음’ 그리고 ‘하나님의 법과 죄의 법’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참 변하기 어려운 존재였던 겁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어 죄 용서를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천국의 백성이 되었지만 아직 완전한 천국에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마치 유월절 어린양의 피로 구원 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아직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여러 가지 시험 속에 있는 것과 같은 상태인 것입니다.

때문에 어린양의 피로 구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며 나에게 실망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에 대해서 실망하고 절망하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우리가 우리 자신이나, 어떤 공로를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의지하게 되기 때문인 것입니다.

절망한 바울에게 복음의 말씀이 임합니다. 로마서8장1절과 2절을 보시면,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나에게는 실망하고 절망하십시오. 그러나 하나님을 소망하십시오.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을 의지하십시오. 그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는 것입니다. 나는 실패했지만 주님은 실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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